2008년 배럴당 140달러를 넘는 초고유가로 세계경제가 겪은 어려움을 생각하면 석유자원 보유여부가 국가나 국민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지금 철광석 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때 현재는 철기시대에 속한다. 철의 주원료는 철광석이며 친디아(Chindia) 경제가 부상한 2000년대 들어 우리는 이미 철광석가격 상승을 경험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친디아 경제성장이 철강수요 폭발을 일으켜 이른바 신철기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40년간 철광석가격은 호주와 브라질의 메이저 공급자와 일본 및 서구의 대형제철소로 구성된 수요자들의 협상을 통해 결정, 이를 1년간 적용하는 Benchmark Pricing System을 적용해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에 철광석이 공급돼왔다.

그러나 올 들어 철광석 메이저들의 압력으로 기존 협상 시스템이 폐기되고 매분기 시장평균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는 분기가격결정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가격변화기간이 줄어든다는 의미를 넘어 현물(Spot)시장 가격이 기준이 돼 수요자들에게 큰 리스크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유가는 1970년대 중동 석유 생산국들이 OPEC을 결성해 가격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2000년대 이후 투기자본까지 합세해 한때 배럴당 140달러가 넘는 원유의 수퍼사이클이 오기도 했다. 조만간 자유시장경제라는 미명하에 국제투기자본으로 철강가격도 톤당 1,000달러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시대로 접어드는 게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철광석 가격결정시스템이 붕괴된 데는 국제투기자본의 막후 조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견해가 있다. 대규모 투자자본·펀드를 이용하는데 기존 시장구조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자금운용시장이 필요했으며, 이를 위해 대주주가 없고 기관투자자와 펀드가 주도하고 있는 국제광물메이저의 경영진을 표면에 내세워 소기 목적을 달성했을 것이란 견해다.

향후 문제는 분기철광석가격결정의 기본이 되는 Spot시장이 중국과 호주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철광석 판매가 Spot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는데 중국 이외의 나라에는 Spot시장이 존재하지 않아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중국정부는 호주철광석메이저 중 하나인 Rio Tinto사의 중국 철광석판매담당직원 4명을 뇌물수수 및 스파이혐의로 10년 중형을 선고해 세계 기업인들을 경악케 했다. 이는 상업적거래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정부의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의 60%를 차지하는 호주가 공급량 조절로 시장가격을 쉽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또다른 문제점은 LME시장에 영향을 받는 각종 파생상품마켓이다. 철광석가격변동 및 철강가격의 변동성을 활용하려는 시장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금융위기를 일으킨 투자은행·펀드 등의 투기거래에 따른 거품현상이 실수요자에게 끼치는 폐해에 대비해야 한다. 투기자본 유입에 제한을 가하려는 미국정부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유럽국가의 다수 철강업계와 절대적 독점인 브라질 철광석공급자 Vale사와의 치열한 가격전쟁 여파가 어떤 상황을 연출할지가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석유에서 1·2차쇼크를 통해 세계경제·정치의 지도가 바뀌었듯이 막 시작되는 철광석쇼크의 중요성를 인식하고 이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필자는 자원빈국간의 국제적·전략적 협력, 국가적자원개발의 확대(해외자원투자확대, 자주개발능력보유, 자원개발금융시스템개발) 산업계의 효율적 공동대응 등의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이 계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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