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한전이 이끄는 우리나라 원자력 컨소시엄이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과의 경합에서 아랍에미레이트 원전건설의 최종 계약자로 선정되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이런 쾌거는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정부와 컨소시엄이 각고의 노력을 통하여 이루어낸 결과로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국제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고 평가되기에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에 기대가 자못 크다.

대학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것을 시작으로 40여 년 간 원자력발전과 인연을 맺어 온 필자로서는 남다른 감회를 가지고 있으며 첫 번째 원자력 해외수출사업의 성공적 마무리를 누구보다 더 숙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프랑스를 누르고 성공한 요인에 대하여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프랑스에서 핀란드에 짓고 있는 올킬루오토 원전의 문제점도 상당부분 영향을 주었기에 UAE에서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핀란드 원전 건설의 문제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1,600MW급 EPR(유럽형가압경수로)인 핀란드 올킬루오토 3호기는 세계 최초로 건설되는 제3세대+(Gen III+) 원전으로 서유럽지역에서 20년 만에 건설을 재개한 경우이며 ‘원전 르네상스’의 심볼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건설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해 수차례 건설이 지연되었다. 최초 완공 시점은 2009년이었는데, 이것이 2010년 말로 연기되었다가 2011년으로 연기되기를 거듭하고 현재 완공 예정 시기는 2012년 6월이지만 이 안에 완공되는 것도 미지수이다. 이에 따라 당초 30억 유로의 건설비용도 53억 유로(약 9조2750억 원)로 늘어났으며 프랑스와 핀란드는 비용 부담을 놓고 법정 다툼까지 벌이는 상황이다. 더구나 두 번째 제3세대 원자로인 프랑스의 플라망빌 원전의 공사도 지연되고 있으며 최근 EPR를 도입하려던 영국 원자력 당국도 설계 문제를 제기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올킬루오토 원전건설의 문제점은 아래와 같이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존의 경수로를 개량한 원자로를 최초로 건설하는 원전이기에 발생가능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피드백 장치가 필요한데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우리의 경우는 신고리에 APR1400을 먼저 건설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즉각적으로 UAE원전에 반영하여 프랑스와 같은 실패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 

두 번째가 프랑스와 핀란드의 규제환경 차이이다. 프랑스는 사전에 핀란드의 규제와 프랑스의 것을 면밀히 비교분석하여 그 차이점에 대한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된다. UAE는 원전 비경험국이기에 이제 규제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 이를 위하여 고용한 외국 전문가들의 배경과 성향 및 규제방향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다국적 건설인력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상당수의 외국 인력이 상주해 오고 있었다. 이들이 상호 협조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이 부족하여 각종 공정이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곳곳에서 멈추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UAE의 경우에는 외국 인력이 핀란드의 경우보다 더 많지만 다행히도 우리의 건설회사들은 중동지역에서 여러 종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기에 이를 십분 활용한다면 완벽한 공정관리가 이루어 질 것이다.

외국의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거울로 삼아 우리의 원전 건설능력과 운영능력을 지속적으로 높혀 나감으로써 UAE 원자력 수출을 계기로 더욱 많은 나라에 수출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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