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주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SK그룹은 지난 1일 신에너지자원과 스마트환경, 산업혁신기술 등 3개 분야에 향후 10년간 17조5,000억원을 투자해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미래 신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이같은 투자 액수는 SK그룹 차원의 신규 사업 투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에너지분야에서는 태양광과 바이오연료, 2차전지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스마트환경분야에서는 스마트그리드와 친환경소재 등이 포함돼 있다.

한편 산업혁신 기술개발은 제조·유통·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하는 것으로 모바일 원격진료 서비스와 헬스케어, 신약개발 등이 대상이다.

에너지분야가 사업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SK그룹으로서는 이러한 전략 추진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지만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에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평가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SK그룹의 주력사업분야인 정유업의 경우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돼 쇠퇴가 예상되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제품의 대중국 수출 급증 등에 힘입어 호황을 누려왔으나 중국의 수입수요가 자국 생산시설 확대에 따라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세계 석유제품 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 있는 가운데 중동, 인도네시아 등 산유국들이 정유시설을 확대하고 있어 원유를 전량 수입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업계로서는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둘째, 국내 정유사들은 값싼 고유황 중질유를 분해하여 휘발유, 경유 등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로 전환하는 고도화시설을 확충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나 규제가 실시될 경우 고도화시설 확대는 정유산업에 대해 비용부담을 크게 증대시키게 된다.

셋째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기업의 경영전략도 이에 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SK가 추진하는 새로운 사업분야의 기술도 정부가 막대한 R&D 투자 지출을 계획하고 있는 분야의 기술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우리나라의 산업은 에너지다소비 구조를 갖고 있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때 마다 산업구조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철강, 정유, 석유화학, 비금속광물 등 에너지다소비 산업의 부가가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해 보면,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은 11.7%로 일본 6.5%, 미국 6.4%, 독일 9.1%에 비해 현저히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국내 경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유업을 비롯한 에너지다소비 업종의 경우 혁신적인 경영전략의 추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인 것이다.

환경과 에너지가 생존의 필수조건이 되고 있는 새로운 시대에 있어 이에 부응하는 혁신적인 경영전략의 추진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업 내부의 비효율이 개선되지 못하는 기업은 앞으로는 세계시장에서 더 이상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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