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20~30년 늦게 시작한 지열산업을 단기간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사고와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여러가지 정책을 개발, 시행 중에 있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둬왔다.

그러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고 현실에 맞게 제도와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지열시장 확대의 가장 큰 위치에 있는 △공공의무화정책 △시설원예사업 △그린홈 100만호 사업 등의 제도적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공공의무화정책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지열을 적용하는 건물은 열원설비에 100%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는 표준건축공사비의 5% 이상을 신재생에너지설비에 투자토록 규정하고 있다. 표준건축공사비의 5%를 열원설비에만 투자할 경우 전체 열원설비의 30% 정도를 담당할 수 있다. 만일 태양광과 지열에 50%씩 투자할 경우 열원설비의 15% 정도만 담당할 수 있다. 지열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열과 타열원을 혼용할 경우 공공의무화정책의 근본 목적이 훼손돼 지열이 부수설비로 전락, 중복투자 또는 예산낭비 발생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열의 중요성 감소로 부실공사, 부실운영 사례가 발생하고 지열에 의한 에너지절감, 공해물질저감 효과의 정확한 분석 불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지열에 대한 투자가 중복투자가 되지 않고 실질적인 에너지절감에 기여하기 위해 △부지 여건이 가능할 경우 열원설비 전체에 지열 적용 △여러 동의 건물로 구성되는 현장은 특정 건물 전체에 지열 적용 △부하의 일부에 지열을 적용할 경우 지열이 담당하는 구역과 타열원이 담당하는 구역을 완전히 분리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시설원예사업

정부는 고유가시대에 농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시설원예 지열보급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그 이유는 지자체 부담인 20%의 예산 확보와 농가부담 20%의 자금 조달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또 영세업체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시장질서 왜곡 등도 시설원예의 지열보급 확대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주요 이유다.

시설원예산업이 정부의 목표대로 순항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실정에 맞게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지자체 부담 20%를 대폭 축소(5~10%) △농가부담 20% 대폭 축소(5~20%) △우수업체를 사전 선발해 지역별, 규모별로 공사를 배분하는 방식의 발주 방법 개선 등이 절실하다.

정부 정책은 보다 많은 국민에게 동등하고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지열은 이제 시작단계로 지금은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도처에 완성해 국민 다수가 지열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수백개 농가를 선정해 수백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추진할 경험도, 능력도, 전문기업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차라리 10여개의 대형 농가를 선정해 여기에 모든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성공 확률도 높고 실질적인 에너지절감에 도움이 되며 시장 발전의 공고한 토대가 될 것이다.

시설원예사업의 시행사인 한국농어촌공사는 공사의 특성상 설계와 시공을 조달청 발주기준에 따르고 있으나 지열시장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로 ‘낙찰=로또’ 당첨이라는 조달시스템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원활히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대학, 연구소, 학회, 협회)의 경험과 정보 공유 △적격업체의 사전 심의 및 선발 △지열시스템 설계 및 공사 발주 기준 정립 및 시행 △지열시스템 감리 및 성능 확인 기준 정립 등 시행과 관련해 전권을 위임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게 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린홈 100만호 사업

2010년도 상반기 그린홈 100만호 사업에서 지열부문은 600여세대를 승인받았다. 용량기준 1만500kW, 금액기준 90억원 정도로 이런 추세로 10만호에 지열을 적용하려면 167년이 소요된다.

그린홈 100만호 사업은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하는데 단독주택은 △소규모 공사로 인한 설치단가 상승 △설계, 시공, 감리, 시운전 전문가 부재 △전국에 산재함으로 인한 자원 및 인력 배분의 비효율 △성능 및 효율에 관한 모니터링 불가 △군소업체 난립, 브로커 기승, 부실시공, 하자 양산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지열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독주택으로 지열이 확산되는 것은 부실 양산, 고객 신뢰 상실, 시장 고사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의 주택은 아파트, 연립주택, 주상복합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아파트의 규모는 통상 500세대 내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1개의 아파트 단지에 지열을 적용할 경우 600세대의 단독주택에 지열을 적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아파트에 지열을 적용하면 △공사규모 대형화에 따른 설치단가 하락 △설계, 시공, 감리, 시운전 전문가에 의한 체계적 공사관리 △성능 및 효율에 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모니터링 가능 △우량업체 집중육성으로 기술수준 향상 및 경쟁력 강화 △에너지 다소비건물에 지열을 적용해 에너지절감 효과 극대화 △1,000만세대 이상의 초대형 잠재시장 개발 △고용창출 및 중소기업 육성 등의 기대효과가 크다.

미국, 유럽 등 지열 선진국은 아파트, 공동주택 등으로 지열의 영역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주택 건설시장의 80%가 아파트인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보다도 지열보급이 용이한 여건을 갖고 있으나 제도와의 상충으로 진전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린홈 100만호 사업에 아파트와 공동주택을 포함시켜 지열산업이 한단계 도약을 이루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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