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태풍 곤파스 수해와 무섭게 올라버린 물가로 힘겨운 명절을 보낸 사람들이 많다.

비록 이 같은 시름이 있긴 하지만 필자를 비롯한 우리 한국석유관리원 임직원들에게는 이번 추석이 풍요롭고 뜻 깊은 명절이었다. 우리의 땀과 정성이 듬뿍 담긴 농산물을 직접 수확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소중한 행복을 선사해 준 곳은 바로 지난 6월 ‘1사1촌 자매결연’을 맺은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가산2리 마을. 이 마을은 포도농사를 주로 짓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농번기에는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첫 인연을 맺은 자매결연식이 있었던 6월 18일.

“주민 여러분, 한국석유관리원 새 가족들이 왔으니 환영합시다!”

권해주 이장님의 우렁찬 목소리는 방송을 통해 마을에 울려 퍼지고, 마을회관에서는 전날 잡은 돼지를 삶고, 떡을 찌고, 전을 붙이는 고소한 냄새와 결연 기념으로 우리가 기증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신명나게 부르는 할머니들의 노랫가락이 어우러져 새 가족을 맞이하는 잔치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었다.

앞으로 지속적인 자매결연의 정을 나누겠다는 자매결연 증서와 교류협약서에 서명을 하는 결연식을 마치고 곧장 향한 포도밭. 우리는 현장을 보고는 차마 맛난 식사를 위해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일손 부족으로 포도나무 주변에 자라난 잡초를 미처 제거하지 못해 숲을 이루고 있었던 것. 직원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잡초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농사일에 서툰데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지만 모두들 밝은 표정으로 일을 했고 깨끗하게 정리된 포도밭을 보면서 먹는 밥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이렇게 맺어진 가산2리 마을과의 인연은 임직원들의 마음에 깊이 남아 7월에는 포도봉지 씌우는 일손을 돕는 일에 살인더위에도 불구하고 각 지사에서 인원을 선별에서 신청을 받아야 할 정도로 참여 희망자가 많았다.

이렇게 마을 주민들과의 정과 임직원의 땀, 정성이 듬뿍 담긴 거봉 포도가 달콤한 향내를 풍기며 수확을 기다리던 차에 태풍을 맞아 낙과가 많이 발생하고 부족한 일조량에 수확량이 부족해 추석을 앞두고 주민들의 시름이 커졌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추석을 앞둔 9월14일 가산2리를 찾아 수확과 상품포장 일손을 돕고 포도 400여 상자를 구입했다. 도움을 주고자 시작했던 일이지만 임직원 모두가 자신의 손길이 묻어난 포도를 수확하면서 더 큰 행복을 얻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귀농해 가산2리 인근에서 나무를 키우고 텃밭을 가꾸면서 농사를 짓기 시작해 지금도 거의 매 주말마다 농장에 내려가 농사일을 하고 있는데 농사를 통해 자연의 섭리를 배우고 또 그 안에서 경영에 대해서도 깨닫는 바가 크다. 게다가 에너지업계 CEO로서 말뿐이 아니라 직접 농사를 지으며 저탄소 녹색성장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이런 인연으로 농장을 찾을 때 마다 가산2리 마을을 들러 혹시 도움을 드릴만 한 것이 없나 살피는 것도 이제 습관이 되어버렸다.

1사1촌 자매결연은 이렇게 농촌을 돕고 나 자신을 풍요롭게 하며 더 나아가 국가 경제를 살리는 소중한 실천이다. 최근 1사1촌 운동을 하고 있는 곳이 많이 생기고는 있지만 여전히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농촌이 많다. 결연의 정이 두터워지는 만큼 행복지수도 높아지는 소중한 교류활동이 사회적으로 더욱 확대됐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