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고갈을 앞둔 지금, 석유의 바통을 이어받을 하나의 에너지원같은 것은 없다. 신재생에너지가 석유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성을 확보하기에는 넘어야할 산이 많고 높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원자력발전을 거론하면서 나아가서는 원자력발전을 증대해 냉난방도 전기로 해야 한다는 전혀 상식 밖의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원자력에너지가 가끔 제시되는데 원자력에는 분명히 해야 할 실질적인 문제들이 있다. 우선 우라늄 매장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인데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물론 가까운 시일 안에 우라늄이 고갈될 것 같진 않지만 탄화수소 자원의 고갈로 에너지 의존이 원자력 쪽으로 대폭 이동해 원자력 발전소의 수가 두배나 세배까지 증가한다면 우라늄 시장에는 순식간에 긴장이 감돌 것이다. 또한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력은 생산비가 낮은 것으로 인식되지만 이는 부분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다.

사실 원자력의 실제 비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발전소 및 그 작동방식의 매우 복합적인 성질과 관련해서 어떤 요소를 더하거나 뺄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적인 연구와 병행되는 연구비용, 시설 안전을 위한 경찰, 군대 등의 공공비용, 보험내용에 포함되지 않는 잠재적인 비용, 발전소 해체와 폐기물의 처리비용 등 1,000년 이상의 시간을 요하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따질 비용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이 에너지 위기에 대한 일시적 대응 수단은 될지언정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에너지소비를 낮추는 것은 소비량을 결정하는 세 가지 요인 중의 하나 이상을 감소시킴으로써만 가능한데 에너지기기의 개수, 에너지기기의 단위 에너지 소비량 감소, 사용자의 소비행동이 그것이다. 에너지기기의 개수를 줄이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해결책이지만 인구 증가와 삶의 질 향상차원에서 단순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는 마지막 수단으로 시행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에너지사용기기의 단위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것은 기술적인 해결책으로써보다 나은 효율을 제공하는 기술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냉난방기기의 효율화, 소비전력이 낮은 전구의 보급, 집의 단열성능을 높이는 것 등이 이 해결책의 유형에 속한다. 사용자의 습관이나 행동, 에너지기기의 사용을 그대로 두면서도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 있으나 이러한 변화는 기술혁신을 요구하는 방법으로써 느리게 이뤄진다.

건물부문은 타 부문에 비해 에너지절약을 위한 요소기술적용이 다양하고 용이하며 운용 및 관리에 따라서 그 절감율을 대폭 상승시킬 수 있는 잠재성이 있는 분야다. 건물의 냉난방은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큰 분야이지만 석유와 천연가스가 고갈되면 많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조명, 가전기기 등 전기에너지만을 사용하는 분야에서 소비하는 양은 현재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러한 종류의 기기를 교체하는 것은 비교적 쉽고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

건물에너지 절약 방안의 부문별 요소기술의 최적화와 통합 모듈화, 융복합 기술의 최적 운용기술개발이 완성됐다 하더라도 이를 체계적으로 보급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시장형편이 마련되지 못하면 기술개발에서만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개개의 개발 기술별 특성에 맞는 실용화, 산업화 방안을 수립하고 기술 보급을 활성화해 기술 수요자로 하여금 개발기술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을 통한 진정한 에너지절약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건물 사용자의 1인당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 있는 지속적인 의식의 개선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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