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호 전무이사
택시업계가 지난달 25일 청와대, 여야정당, 정부 관련부처 및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택시연료인 LPG부탄 가격안정화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24일 택시노사 4개 단체로 구성된 택시노사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지속적 가격인상을 규탄하는 집단행동에 들어가기로 결의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LPG를 중점으로 관리할 48대 품목으로 지정하고 LPG가격인상시 분산반영 유도 및 LPG 진입규제 개선 등을 발표하고 지난달 13일 대통령은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기름 값은 다른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가격결정 등을 면밀히 살펴서 적정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 택시업계의 가격경쟁 촉진, 원가공개 및 유통구조 개선 등 요구에 대해 지난 2001년 LPG공급사의 자율경쟁 촉진, 비용절감 및 소비자의 이익증진을 위해 LPG분야의 가격자유화를 추진해 LPG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만큼 가격통제와 관련 원가구조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한결 같이 고수해 왔다. 그러나 가격자유화 이후 10년 지난 현재 정부도 LPG공급사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에 2009년 12월 공정위는 LPG공급사가 담합과 폭리를 취한 의혹으로 사상최대인 6,689억원의 과징금을 전격 부과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모 수입사를 형사고발하고 LPG부탄의 최대소비자인 법인 및 개인택시업계와 장애인단체는 부당이익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한마디로 정부는 감독기능을 상실하고 공급자 및 소비자의 신뢰는 깨지며 극한 대립으로 결국 법원에서 시비가 가려지는 난장판이 돼버리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비산유국으로 휘발유, 경유 및 LPG 등 석유제품은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의 생활안정 유지에 영향이 큰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수요와 공급을 탄력적 조절할 수 있는 일반상품과는 재화의 특성상 큰 차이가 있다. 더구나 시장 경쟁체제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앞서 언급한 부정적 결과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 정부 고위관료가 지적한 대로 가격결정과 유통구조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LPG부탄을 제품 상태로 수입하는 비중이 60%이고 원유정제 과정에서 생산하는 비율이 40%다. 물론 유통구조 또한 확연이 다른데도 LPG공급 가격은 거의 유사하게 정해진다. 참으로 이상하다.

이제는 기업을 육성 및 보호해야 할 정부마저 거대 자본의 기업윤리를 저버린 LPG공급사 횡포에 대해 비판하게 됐다. 반가운 소식이다. 필자는 지난 3년8개월 전부터 소비자입장에서 LPG 유가정책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수십 차례 대정부 및 국회 등에 건의해 왔다. 요지는 이렇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표적인 비산유국인 일본은 1997년 석유제품 시장진입 규제를 폐지해 쉘, 액슨모빌 등 외국 자본계를 포함한 17개 업체가 경쟁체제로 가격이 안정화돼 있으며 또한 원가요인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사례를 모니터링해 우리 실정에 맞는 경쟁체제와 가격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나아가 기업의 합리적인 이익추구와 소비자의 주권도 보호하는 것이 올바른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길이 아닌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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