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천재지변의 위력이 얼마큼 큰 것인가를 다시한번 우리에게 일깨워준 대참극이었다.

지난달 26일, 인도 전역과 파키스탄과의 국경지역을 강타한 지진이야기이다.

하루 이틀 시간이 갈수록 인명피해가 늘고 있어 세계의 언론들도 지구촌 최대의 재난이며 그 참혹상이 아수라장(阿修羅場)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라고 전하고 있어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리히터 규모 최고 7.9의 강진이 엄습한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서만도 최소 2만여명이상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인도 국방장관이 영국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망자가 10만여명에 이를 것이며 부상자도 20여만명은 될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으로 보아 95년 일본 고베시의 지진은 물론 99년 터키와 대만에서의 지진피해를 훨씬 능가할 조짐이다.

무너진 건물더미속에 아직도 10만여명 가량이 깔려 있다고 주 당국자가 말하고 있으며 피해가 제일 심한 지역으로 보도된 부시라는 시에는 심지어 초등학생 400여명이 공화국 선포 51주년 기념 가두행진중 매몰되어 구조된 10여명을 빼고는 고스란히 숨진 것으로 확인돼 도시전체가 마치 초상집을 방불케하고 자녀를 잃은 부모들이 거리를 방황하고 피눈물을 쏟고 있다니 목불인견의 참혹한 정경이 보지않아도 눈에 선하다.

지금도 여진(餘震)이 계속되고 있고, 지진 발생 사흘을 넘기면 의학적으로 부상자가 물을 마시지 않고 견딜 수 있는 한계점에 도달하게 돼 실종자의 생존가능성이 희박해진다니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게 뻔하다.

예상보다 훨씬 피해가 커지자, 쓰러진 건물더미 속에서 120여시간만에 중년여인을 기적적으로 구해낸 스위스구조대를 비롯하여 영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며 생존자 구출에도 한가닥 기대를 걸게 한다.

인도얘기는 그렇고, 전문가들이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일 수 없다고 계속 경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떤가?

과연, 강건너 불보듯 천하태평으로 안심하고 있어도 되는 것인지, 고민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더러는 있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비록 창문이 흔들리는 정도의 약한 리히터 규모 3.0의 지진이라고는 하지만 전북 부안에서 지진이 발생했던게 바로 엊그제 1월 29일 일이고 작년 한해만 해도 12월 22일 대전일대에 리히터 규모 2.7의 지진이 있었던 것을 비롯해 29회나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을 얹어 생각하면 정말로 대책없이 있어도 되는 것인지 걱정이다.

지진주기나 지질학적으로 볼 때 한반도의 대형지진 발생가능성이 높은게 사실이지만 78년에 있었던 충남 홍성지역의 지진빼고는 이렇다 할만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정부도 국민도 모두 지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큰 걱정이라고 한 전문가는 개탄하고 있다.

매달하는 민방위 훈련때만 하더라도 일반화재나 가스, 방사능, 독극물로 인한 재해대비 훈련은 있어도 지진을 대비한 훈련은 단 한번도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본적이 없고, 당국은 어쩌면 그런 훈련은 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할런지 모르겠다.

그러나 돈이 많이드는 시설, 설비부분에의 대책까지는 그만두더라도 의식제고나 만약의 사태 발생시 대처할 수 있는 응급처치 등 행동요령만이라도 평소 교육·훈련을 통해 일러두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대만과 터키에서 지진이 발생했던 99년 우리나라에서도 5층이상 건물과 원자력, 수력, 화력발전소, 교량과 공항 등 법정시설물 30종에 내진(耐震)설계를 의무화하자는 논의가 잠시 있었으나 흐지부지되고 말았으며 그나마 지진이 자연재해로 인식되어 관련법에 들어가게 된것도 고베 지진 이후였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아쉽다고 해야할지 헷갈릴 뿐이다.

또다른 전문가는 서울시의 경우 10여년전부터 내진설계가 의무화되어 있는 백화점 병원 등 대형건물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며, 내진설계가 안되어 있는 올림픽 대교 등 10여개의 한강다리와 지하철이 걱정이라 지진없기만을 바랄뿐이라고 했다.

각설하고, 한강다리와 지하철은 그렇다치고 전국에 산재해있는 수많은 가스관련 시설들에 대한 만약을 위한 대비는 정말 없어도 괜찮은 것인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때가 때인지라 노파심이 앞서 무식(?)한 소리 한마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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