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 연구개발 효율성 제고 필요

▲ 이창수 한국가스기술사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 에너지정책은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정책에서 효율성 증대정책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구조적 유가인상과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대응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에너지 확보를 둘러싸고 발생 가능한 안전보장(security)에 대한 도전에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정책기조의 전환에 따라 세계 각국은 에너지를 산업 또는 제조업으로 보면서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에너지 위기를 끝낼 수 있는 에너지산업의 육성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가(기업)들은 심화되는 세계적 에너지 기술경쟁에서 유망원천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는 등 과학기술역량의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기술개발 위험을 감소시키고 기술개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간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에너지기업의 기술수준은 첨단기술의 개발 및 실용화 능력을 가진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1970년대 2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에너지다변화 정책이 채택됐고 그 결과 석유정제기술과 원자력에너지 생산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연료전지, 풍력, 바이오매스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에너지기술은 여전히 선진국대비 50~70%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에너지기업의 경쟁력과 상대적 위치는 경쟁과 협력이 반복되면서 형성된 세계 산업 및 기술의 위계질서위에서 부존자원의 정도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에너지기업들이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에서 뒤틀리고 있는 새로운 국제기술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특유의 기술혁신체제(energy-specific innovation)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즉 에너지산업에서 연구개발의 효과성(effectiveness)과 효율성(efficiency)을 제고해야 한다.

연구개발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기술개발 기반을 구축해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서 틈새기술, 전략적이면서 동태적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기술개발, 상품화를 위한 노력 등이 필요하다.

또한 효율성 제고를 위해 선택된 기술 및 상품에 대한 투자비를 확대하는 한편 연구개발의 위험을 줄여 경제적으로 개발하고 상품화하기 위해 관련기업 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기술개발에서 독특한 비교우위를 가지지 않고서는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없으며 오히려 세계적인 산업 및 기술의 위계질서에서 종속적인 위치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에너지기업들의 연구개발 효율성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로서 현재의 기술수준과 이를 결정하고 있는 독자적인 기술개발 요인과 전방기업과 후방기업간 협력관계 등에 대해 살펴보면 해당 표(한국 에너지기업 기술수준 조사)와 같다.

표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기업의 세계수준대비 기술수준은 기술경제적 요인인 규모의 경제와 전·후방기업간 상호협력관계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국내시장의 경쟁정도, 연구개발투자 비중, 연구개발인력 비중 등은 제품기술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째 표와 같이 한국 에너지기업의 제품기술수준은 세계 최고수준에 비해 58%가 ‘추격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술개발을 ‘기초연구 → 응용연구 → 개발연구’의 세 단계로 분류할 경우 국내 에너지기업의 기술개발 대상기술은 기초연구, 응용연구 및 실제경험으로부터 획득한 지식을 활용해 제품 생산 및 공정개선을 목적으로 하며 1~2년 이내에 실용화 가능한 ‘개발연구’부문에 치중돼 있는 것(72.1%)으로 조사됐다.

반면 특정 응용 목적없이 새로운 과학 및 지식의 획득을 위한 이론적 연구이며 불확실성이 크고 5~10년 후 활용가능한 기초연구에 대해서는 설문응답기업의 8.0%, 기초연구의 결과 및 지식을 활용해 특정 실용적 목적을 가진 기반적 연구로 3~5년 이내에 활용한 응용연구에 대해서는 19.9%가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제품의 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를 감안할 때 개발연구부문에서는 후발 개도국의 추격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과 중국 등 후발 개도국 간 기술격차는 빠른 속도로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

설문조사의 결과 국내 에너지기업의 기술수준은 2007년 현재 중국에 비해 4-5년 앞서 있지만 앞선 기술이 2년 내에 실용화 가능한 개발연구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국의 추격속도에 따라 2~3년 정도로 단축될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첨단기술을 확보해 선진국과의 기술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대상분야를 좀더 높은 수준의 원천기술의 개발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제품개발 쪽에 중점을 두고 선진국에서 이미 개발된 제품의 모방을 통한 개발에 주력하는 추격(catching-up)의식을 극복하고 중장기적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킴으로서 기초·기반기술분야에서 선두주자(front-runner)가 되겠다는 기업의지와 정부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국내 에너지기업의 기술수준 제고를 위해 국내시장을 더욱 경쟁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국내 에너지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연구개발투자의 부족을 보완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에너지 산업구조의 첨단기술화 및 융·복합화에 대응하고 선진국의 기술보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핵심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개발투자의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5년까지 우리나라의 에너지 연구개발 투자는 미국의 1/27, 일본의 1/23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 총 연구개발투자 중 에너지분야 비중 역시 일본이 20.7%인 반면 우리나라는 4.1%에 불과한 실정이다.

셋째 에너지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중장기적인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이 필수가 돼야 한다.

설문조사 결과 연구개발 활동과 관련한 정부의 역할로 국내 에너지기업은 연구개발자금지원의 확대(41%)를 가장 중시하며 판로개척 지원(14.8%), 산·학·연 연계강화 지원(10.2%), 연구인력양성 지원(7.8%) 등 소프트웨어적 인프라 확충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첨단연구개발 설비확충(3.2%) 등 하드웨어적 지원에 대한 응답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에 따라 정부의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은 하드웨어적 지원보다는 소프트웨어적 지원으로 전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넷째 국내 에너지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연구개발인력의 부족을 보완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즉 연구개발인력의 수급을 전망하고 수급을 맞출 수 있는 교육·훈련제도의 확충과 특히 현안이 되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의 극복 등에 대한 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국내 에너지기업의 국내외 경쟁사대비 제품기술수준은 종업원수로 평가한 기업규모가 클수록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는 개발연구에 치중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력을 강화하는 한편 세계 최고수준 대비 기술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연구 및 응용연구를 담당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섯째 경영자원 측면에서 상호 협력관계가 국내 에너지기업의 기술수준을 높이는데 많은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향후 기술추격의 가능성과 기술융합화 요구, 신기술개발의 난이도 등을 고려해 관련기업 간 공동개발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동발전(coevolution)을 촉진하는 기업문화가 조장돼야 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상호협력 하에 기술개발, 자동화투자, 공정혁신 등을 통해 달성한 이익을 공동분배하는 규칙이 확립되어 있느냐?’하는 설문에 대해 설문응답기업의 65.6%가 부정적인 답변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에너지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간에 기술개발과 생산비용의 절감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가치경영기법(VA, VE)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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