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기술의 집약체, 녹색성장의 실증 모델

[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지난 16일 국립환경과학원 탄소제로건물(기후변화연구동) 앞에서 로이터통신 기자들이 이 건물 전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또 다른 언론사에서 이 건물을 취재하기 위해 담당자와 대화중이었다. 기자도 이날 탄소제로건물을 찾았다.

지난 4월22일 준공한 국립환경과학원의 탄소제로건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재범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환경연구사는 “기후변화연구동 준공 후 서울시, 홈플러스, 포스코 등이 다녀갔다”라며 “일주일에 2~3군데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탄소제로건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 1층에 들어서자 홍보관이 눈에 들어왔다. 홍보관 입구에는 지구의 기후위기시계가 10시37분, 한국은 10시4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신정훈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기후위기시계가 10시47분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은 기후변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뜻 한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시계를 통해 탄소제로건물의 중요성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탄소제로건물인 기후변화연구동을 신축했다. 탄소제로건물은 에너지부하 절감 기술을 이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저감한 후 부족한 에너지는 자연에너지 기술을 이용해 충당함으로써 연간 건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제로화 하는 것이다.

이재범 연구사는 “건물 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자급자족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세계 최초의 업무용 탄소제로 건물”이라며 “저탄소 녹색성장, 친환경 건축의 상징건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옥상 자연채광.
기후변화연구동은 지하 1층, 지상 2층(2,500㎡) 규모로 지어졌으며 녹색기술의 집약체다. 이 건물에는 △슈퍼단열·창호, 아트리움을 통한 자연채광 및 환기 등 건물에너지 부하절감 기술(30종) △고효율 조명기기 등 건물에너지 효율기술(18종) △Glass-to-glass 타입 벽일체형 태양광시스템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13종) △재활용 자재 등 친환경 요소 기술(5종) 등 총 66가지의 녹색기술이 적용됐다.


▲ 고기능 삼중유리.
이 연구사는 “슈퍼단열 등 에너지부하 절감 기술(Passive Design)로 총 에너지의 40%를, 태양열·태양광·지열 등 자연에너지 기술(Active Design)로 60%를 절감해 탄소배출 제로화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건물을 남향으로 배치하는 한편 단열을 강화하기 위해 지붕·벽·바닥에 125mm 단열재(일반건물 60~80mm)와 방습층을 설치하고 아르곤가스가 들어간 3중 로이(Low-e) 유리를 적용했다.

▲ 부하저감 히트펌프.
이 연구사는 “슈퍼단열, 슈퍼창호(3중)가 이 건물 전체 에너지의 20%를 절감한다”라며 “단순하지만 정성을 다해 얼마나 기밀하게 시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태양광은 전기, 태양열·지열은 냉·난방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이 연구사는 “태양열과 지열이 상호 보완되는 하이브리드시스템(Hybrid system)을 적용해 열에너지 대한 공급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태양광을 통해 하루 평균 460k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중 220kW 정도는 소비하고 나머지는 다른 인접 건물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에는 자연에너지 중 풍력과 연료전지도 검토했었다. 하지만 풍력은 많은 비용과 소음 등이 수반되고 연료전지는 경제성 부족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다만 내년에 건물 옥상에 소형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일종의 에너지 가계부인 ‘그린에너지 관리시스템’(Green Energy Management System; GEMS)을 구축해 전력의 낭비 요인을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최적화된 에너지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연구사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친환경 건축물들이 생기고 있는데 모두들 탄소제로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데이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에너지 가계부는 에너지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검증·개선해 탄소제로건물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모든 기술들을 종합적으로 적용한 탄소제로건물의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은 연간 100 CO2·ton으로 추정된다. 건축물 수명을 30년으로 가정하면 3,000 CO2·ton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100 CO2·ton은 2,000CC 쏘나타 기준으로 서울과 부산을 500회 왕복할 때 나오는 탄소량이라는 게 이 연구사의 설명이다.

탄소제로건물에 적용된 총 66가지 기술 중 국내기술이 62종, 외국기술 4종으로 대부분의 기술은 국내기술로 지어졌다는 데도 의미가 크다. 건물의 핵심기술인 태양광, 태양열, 지열은 100% 국내 기술을 이용했다.

총 공사비는 355만원/㎡ 으로 특수목적 일반건물(연구, 전시 및 관람) 공사비(262만원/㎡) 대비 약 1.4배(93만원/㎡), 환경부 내 기존 건물 공사비(221만원/㎡) 대비 약 1.6배 수준이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장기적으로 경제성이 충분히 나온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사는 “액티브(자연에너지) 기술을 제외해도 총 에너지의 40%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건물 공사비와 거의 차이가 없는 셈”이라며 “효율을 높이고 탄소제로를 구현하기 위해 자연에너지에도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건물에 패시브(Passive) 기술만 잘 적용해도 친환경적이면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탄소제로건물의 에너지절감 및 자연에너지 이용에 따른 연간 절감비용은 약 1억200만원(Passive: 4,900만원, Active: 5,300만원)으로 추정된다.

일반건물 대비 추가비용에 대한 손익분기점은 22.8년으로 추정된다. 건축물 수명을 30년으로 가정하면 투자비 회수기간 이후의 수익은 7억3,4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사는 “탄소제로건물을 통해 66가지 기술 중 어떤 기술의 효율이 더 좋은 지 등 친환경 건축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에너지절감 및 탄소제로를 검증·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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