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충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안전관리이사
[투데이에너지] 얼마전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발생한 부탄캔 사제 폭발물 폭발사고에 따른 국민의 불안함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2일 과천 서울대공원 자연캠프장에서 학교 백일장대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이동식부탄연소기를 이용해 취사 도중 부탄캔이 파열돼 화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사용자의 안전의식을 강조하는 정책만으로는 실질적인 예방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동안 다양한 홍보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의식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는 자만심이 있었던 탓일까? 우리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최근 10년간 전체 가스사고 2,115건 중 이동식부탄연소기 사고는 214건이 발생해 전체의 10.1%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부탄연소기 관련 사고로 인해 사망 5명, 부상 40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이는 사고 1건당 평균 1.89명의 피해를 나타낸다. 사고형태별로 보면 파열사고가 74.3%, 폭발 및 화재가 24.8%, 기타가 0.9%를 차지하고 있어 부탄연소기사고의 위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전체 가스사고의 감소세를 고려할 때 부탄연소기 사고의 점유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제 폭발물 제조에 부탄캔을 활용한 사례를 보더라도 가스사고는 많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화를 부르기 전에 조속히 근본적인 해결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부탄연소기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부탄연소기는 휴대용 가스레인지, 가스등, 가스그릴 등 부탄캔을 사용하는 연소기들로서 주로 야외에서 사용하기 위한 휴대용 제품들이다. 발생하는 사고원인을 보면 과대불판 사용, 부탄캔 장착 불량, 화기근처 용기방치 등 사용자의 취급부주의와 잘못된 상식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수요가 증가하면서 부탄연소기의 기능이나 디자인은 예전에 비해 매우 높은 만족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가정이나 업소에 설치해 사용하는 연소기에 비해 부탄연소기는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안전장치 부착이 미흡한 게 현실이다.

사실 대부분의 취급부주의사고는 폭발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설치함으로써 충분히 예방할 수 있으며 사용자의 안전의식이 더해진다면 획기적인 사고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완료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설비교체에 따른 투자비용 등의 문제로 도입에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마냥 기다릴 수 없다. 가스사고는 사고를 유발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웃, 나아가 기업과 국가에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의 자율만을 강조하는 것 보다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부탄캔 안전밸브장착 의무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안전밸브는 가열된 부탄캔의 압력이 일정 이상 올라가면 스프링 힘에 의해 가스를 외부로 방출해 폭발을 방지하는 원리의 장치로서 사용자 취급부주의 사고뿐만 아니라 고의적인 악용 사례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2억개 이상 생산되는 부탄캔에 안전밸브를 부착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제조사에 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탄캔 제조업계와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빠른 시일 안에 부탄캔 생산 세계 1위 국가의 명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부탄캔 생산국가의 명성도 획득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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