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난방·산업공정용 등 대용량화해야”

▲ 백남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투데이에너지] 신재생에너지 중에서 태양열에너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부존량을 가지고 있다. 활용기술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태양열 기술은 크게 태양복사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집열기 기술, 집열된 열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축열기술, 일사광선을 집광하는 집광기술, 제어기술, 이들 요소기술을 조합해 활용분야에 적절하게 시스템화하는 시스템 설계기술 등으로 구분된다. 적용분야 측면에서 보면 △태양열 냉난방 및 급탕 △태양열 산업공정열 △태양열 해수 담수화 △태양열발전 △태양로(solar furnace) △태양열 건물(Passive solar building) 등 낮은 온도에서부터 수천℃의 높은 온도까지 열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전 분야에 적용된다. 물론 태양열로 발전을 하는 것도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분야다. 전세계적으로 보급된 양을 기준으로 보면 태양열 시장은 온수급탕분야가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solar combi 시스템


■ 외국의 태양열산업 동향

태양열시장은 중국이 전세계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 호주 등에서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다. 주택의 온수급탕분야가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용되는 태양열 집열기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판형 집열기다.

유럽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보조금 지원제도에 의해 보급됐다. 최근에는 소비자 부담을 점차 늘려가면서 신재생에너지설비 의무화쪽으로 제도가 바뀌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신축주택의 경우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히팅시스템을 통해 일정 부하를 공급하는 경우에만 건축허가를 내주는 신재생에너지설치 의무화제도가 점차 확대돼 가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스페인, 이태리 등에서 태양열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유럽은 2000년대에 들어 △컴팩트한 단독주택용 태양열 시스템 △태양열 지역난방 / 블럭히팅(block heating) 등 2가지 분야에 기술개발 및 시범보급을 확대해가고 있다.

태양열 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집열기는 △건물외장재 역할을 하는 건물외장재형 집열기 △신소재 집열기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거나 시범적용되고 있다.

단족주택용 태양열 시스템은 급탕 전용과 난방 및 급탕 겸용이 있다. 주택에 적합하도록 시스템을 콤팩트화 / 패키지화해서 좁은 기계실에 손쉽게 설치가 가능하도록 개발됐으며 현재도 지속하고 있다. Solar Combi system이 그 대표적인 제품으로 집열기를 제외한 축열조, 펌프, 안정장치 등 각종 부품과 보조열원까지도 일체화시켜 제품화한 것으로 소비자가 직접 시공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는 에너지 자립형 주택이나 저에너지주택에 적용할 목적으로 태양열과 태양열의 백업용으로 지열히트펌프와 같은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패키지용 신재생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일부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즉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주택의 냉난방 및 급탕을 공급하면서 설치가 용이하고 좁은 장소에 설치가 가능하도록 컴팩트화된 제품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지역난방에 태양열 도입을 적극 검토해 왔다. 독일은 ‘Solarthermie 2000’과 ‘Solarthe rmie 2000 Plus’라는 R&D 및 시범보급 프로젝트를 통해서 10년 이상 신축되는 단지 10개 이상을 태양열 지역난방 또는 태양열 Block heating시스템으로 시범 조성해 현재는 확대보급일로에 있다. 이 시스템은 각 건물이나 주차장 등 설치 가능한 곳에 태양열 집열기를 분산 설치해 이것을 하나로 묶어서 운전하는 시스템이다. 유럽도 마찬가지 부하가 주로 동절기에 집중돼 있고 하절기는 없기 때문에 하절기에 집열되는 태양열을 대규모 용량의 계간축열조(seasonal storage)에 저장했다가 열부하가 모자라는 동절기에 사용함으로써 1년 내내 집열되는 태양열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하절기 태양열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과열도 방지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설치여건에 따라 태양열 면적이 수천~수만여㎡가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태양열의 백업용으로 펠렛보일러나 바이오 연료, 히트펌프 등이 설치돼 신재생위주 하이브리드 지역난방시스템화돼가는 추세다.

태양열 지역난방이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가 덴마크다. 덴마크 태양열 지역난방시스템의 원조이자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열 지역난방시스템(집열면적: 1만8,600㎡)도 덴마크의 Marstal에 있다. 현재 이 시스템은 EU의 SUNSTORE4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태양열 집열기 1만5,000㎡가 추가로 설치되면서 여기에 히트펌프와 연계해 태양열과 바이오연료, 히트펌프 등 신재생에너지로 이 지역 전체의 난방 및 급탕을 공급하는 시스템이 증축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EU지역에 이러한 시스템 20여개가 시범 적용될 예정이다.

고층 건물이 많거나 건물 밀집지역인 도시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절감은 그리 쉽지 않다. 적용한다 하더라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태양열, 지열, 바이오, 폐기물 등 열을 생산하는 여러 가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지역난방지역의 열을 공급하는 신재생 하이브리드시스템이 시범 적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열 지역난방을 포함한 바이오연료, 고효율 히트펌프, 폐기물 등과 연계한 신재생 하이브리드 지역난방을 시범적용을 통해 확대하려는 노력이 EU 차원에서 시도되고 있다.

건물 외장재용 PV모듈이 최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양열 집열기를 건물의 외장재로 사용하기 위한 건물일체형 집열기가 최근에 적지 않게 시범적용되고 있다. 건물의 지붕은 물론 건물의 벽면외장재로 활용한 태양열 집열기가 시범보급단계를 넘어 확대보급 일로에 있다.

기존의 집열기(주로 평판형 집열기)가 투과체인 강화유리, 동판 및 동관, 단열재 알루미늄 케이스 등 갈수록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또한 여러가지 소재로 제작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제작공정의 복잡성 등의 문제로 가격 저하가 힘들다. 그래서 집열기의 대부분의 소재를 폴리머소재를 활용해 제작하는 신소재 집열기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 태양열 지역난방/블록히팅 시스템 개념도


■ 국내 태양열산업 발전방향

지금까지 우리나라 태양열기술 발전 및 시장 전개는 미온적이고 5년 이상 뒤진 상태이긴 하지만 선진국을 따라가고 있다. 주거환경, 기후조건이 우리와 유럽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유럽에 비해 주거건물의 보급이 고층아파트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크게 다른 점 중 하나다.

고층아파트는 단독주택이나 저층의 다세대주택에 비해 건물 자체에 태양열을 적용하기에 현재의 기술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럽의 최근 보급동향이나 EU 2030 계획, 그리고 우리나라 여건을 감안해 볼 때 태양열 기술 보급 확대 방향은 △단독주택이나 저층의 다세대 주택 등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콤팩트화/패키지화된 제품 : 태양열 온수기, 태양열 콤비시스템, 신재생 하이브리드 콤팩트화 제품(예 태양열/지열 하이브리드 제품) △지역난방과 연계된 대규모 용량의 태양열시스템 △산업공정열에 태양열 적용 △에너지 자립형 태양열 건물(active solar building) 등으로의 확대다.

특히 태양열 온수기는 현재 그린홈으로 보급되고 있는 태양열 난방 및 급탕겸용의 시스템보다는 경제적이고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설치가 용이하며 선진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시장이 크게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를 위해 온수기에 대한 인증 기준 및 시공기준(지침)이 대폭 보완돼야 한다.

지역난방용 태양열시스템도 사후관리가 비교적 용이하고 하절기 부하가 없는 지역난방지역이라 하더라도 계간축열조(보통 지중에 조성이 됨)에 저장했다가 필요한 계절에 사용하기 때문에 하절기 과열도 방지하면서 태양열을 연중 사용할 수 있어 보급이 확대될 수 있는 분야다. 이를 위해 대용량에 적합한 집열기 및 시스템 개발이 물론 병행돼야 한다.

현재 검토 중인 RHO(Renewable heating Obligation)와 같은 제도의 도입은 집단에너지 지역난방에 태양열 도입을 더욱 더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분야의 보급은 유럽에서처럼 시범보급을 통해 신뢰성 및 보급기반 구축이 선행된다면 자연스럽게 보급이 확대될 수 있는 분야로 예상된다.

산업공정열분야는 여기에 사용되는 에너지 비용이 아직은 저렴하고 제도적으로 신재생에너지보급을 장려하는 정책이 없기 때문에 이 분야에 신재생에너지보급이 지연되고 있지만 열부하 패턴이나 설치여건, 시스템 규모 등 보급이 증가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건물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이나 정책이 상당히 빠른 속도록 진행돼 제로에너지 건물, 탄소제로 건물, 탄소중립도시 등이 개발 및 시범보급되고 있다. 이들 건물(주로 온수부하가 큰 건물)들에 대한 태양열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이나 이태리가 최근에 태양열이 급속이 증가한 것이 바로 신축건물(특히 주거건물) 등에 신재생 히팅시스템으로 일정 비율을 공급하도록 한 정책에 기인한 것이다.

끝으로 태양열산업은 타 신재생에너지와는 달리 적용대상에 따라 에너지절감 효과, 경제성 등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적정한 분야에 보급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제시가 중요하다. 또한 태양열기업의 설비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과 최소한의 시장조성도 중요한 변수라 할 수 있다. 설비투자 없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 제품에 국내시장이 잠식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 건물일체형 태양열 집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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