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잃은 LPG산업 탈출구 마련 시급


■ 미래 성장 동력 잃은 LPG산업

[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미래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LPG산업의 방황이 시작되고 있다. 자생력을 갖고 에너지 시장에서 서민들의 난방용 연료로 자리를 잡아왔던 연탄산업이 쇠퇴한 이후 각광을 받아왔던 LPG산업이 자칫 연탄산업과 같은 전철을 밟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에 빠져 있다.

E1과 SK가스로 대표되는 LPG수입사는 태스크 포스 팀을 꾸리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인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몇 해 전부터 자체 검토와 연구를 전개해 왔지만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다만 LPG사업만으로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위기감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하며 신재생과 관련된 사업을 주요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도의 정관 개정을 통해 향후 사업 방향을 개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즉 신재생에너지를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수준의 개편은 이뤄졌지만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시행방향은 아직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E1의 경우 2010년 정관 개정을 통해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수소, 태양광, 태양열, 바이오에너지, 풍력, 수력,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 지열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또한 전기통신사업 중 부가통신사업, 정보통신서비스제공사업, 통신판매업, 전자금융업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구자용 E1 회장이 ‘성공적인 위기극복을 통한 지속성장’을 경영기조로 삼고 LPG가격 담합 과징금 납부에 따른 부정적 영향 최소화를 통해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LPG사업 경쟁력 강화, LPG의 미래 성장기반 확보를 위한 경영 방침을 제시한 바 있다.

2006년 정관 개정을 통해 사업 영역확대에 나선 SK가스는 지난해까지 SK에너지의 자회사에서 SK케미칼 자회사로 편입된 후 자원개발 및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선 사업목적에 원유, 천연가스, 액화가스, 기타 석유제품과 그 부산물 수출입, 제조, 저장, 수송, 판매 등을 업무영역에 추가했다. 또 △국내외 자원 탐사, 채취 및 그 개발사업에 참여 △물류관련사업 △신기술사업 등에 대한 투자와 운영사업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SK케미칼 보유주식을 담보로 219억원을 대출받아 SK가스 지분 6.12%를 확보했다.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SK가스는 최창원 부회장의 지분 확대 목적이 SK가스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SK가스의 최대주주는 SK케미칼이지만 최창원 부회장의 개인지분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난 4월 최창원 부회장의 SK가스 지분 매입으로 SK케미칼에서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포함해 지분합계는 51.6%로 과반수를 넘는 의결권을 확보하게 됐다.

울릉미네랄(현 파나블루) 인수를 통해 생수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사업장폐기물처리사업 기반확보를 위해 청록(현 그린바이로)을 인수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LPG사업을 기반으로 미래를 위한 변화를 추구해야할 시기라는 점에 대한 인식은 크지만  LPG산업의 재도약과 함께 환경분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대 중인 것으로 보인다.


■ 위협받는 수익 기반

LPG산업의 수익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 석유와 LPG가격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민원이 급증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LPG수입 및 정유사의 당기순이익은 제대로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석유와 LPG유통시장에 대한 감시가 강화된 것은 물론 국제유가, 환율 인상 등에 따른 원가 인상요인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압박?)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 돼 버린 것이라는 불만이 LPG시장에서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름값과 LPG가격이 치솟으면서 관련 기업들의 이익은 줄어들지만 부담해야 할 세수는 오히려 늘어나기 때문에 개별소비세를 비롯해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관련 세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전체 세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하에는 소극적으로 검토하거나 아예 관심밖에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문 또는 유·무선을 통해 정부가 LPG가격 인상 억제라는 결과를 이끌어 냄으로써 일단 물가안정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고 장기적으로는 관련 기업의 재무구조와 신용상태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LPG수요가 감소하고 수익기반이 취약해지고 있어 LPG용기와 소형저장탱크, 기화기, 밸브 등 관련 제조기업에 또 다른 불안요인을 잠재시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포화상태에 달한 LPG용기로 인해 10여개에 달했던 LPG용기 제조업체는 현재 성신공업, 윈테크 등 2개 회사만 남아 있는 상태이며 소형저장탱크를 비롯해 탱크 및 벌크로리 제조기업 가운데 일부는 부도사태에 직면해 법정관리 하에 기업을 운영하는 결과에 직면하고 있다.

충전소와 LPG판매소로 대표되는 LPG유통업체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근본적으로 도시가스 보급 확대에 따른 연료전환 가속화로 LPG소비자들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겠지만 LPG판매물량 감소로 LPG유통업체도 신음하고 있다.

2001년 가격 자유화 이후 감소하는 LPG판매량을 마진을 올려 극복해 왔었지만 이제는 그것 마저도 쉽지 않아 충전 또는 판매소가 각각 유지해오던 사업 영역을 넘어 소비자에 대한 직판을 공공연하게 진행하고 있는 실정에 이르고 있다.


■ 직판 선택인가, 필수인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충전소와 판매소 등 LPG유통분야의 양 업계가 직판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1998년 이후 소형저장탱크를 통한 LPG공급기반이 마련된 이후 판매업계가 관심을 보였던 벌크사업은 이제 판매업계만이 아니라 충전업계도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시작 초기만 하더라도 벌크로리를 통한 소형저장탱크 시장은 많은 자본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LPG시장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1억원에 달하는 벌크로리, 수천만원에 이르는 소형저장탱크, 주차장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 가치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LPG판매업계는 음식점, 산업체 등 대량 소비처를 중심으로 소형저장탱크 설치를 확대하고 조금씩 물량을 확대해 나가기 시작하면서 3톤 미만의 소형저장탱크는 2007년 5,229기, 2008년 3,521기, 2009년 2,707기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5,174기가 추가 설치돼 누적 설치대수가 총 2만4,073기로 늘어났다.

이렇게 늘어난 소형저장탱크는 설치 주체가 충전소이던 LPG판매소이던 간에 막대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돼 줬다.

이는 LPG수입사 또는 충전소와 공급조건을 위한 협상에 큰 힘을 실어주게 됐으며 막대한 자본 축적을 가능하게 했다.

충전소의 경우 시작 당시 1개의 사업장으로 시작했다면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종업원도 늘고 사업장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LPG판매소도 역시 LPG용기로 소비자에게 공급할 때와 비교해 많은 LPG판매물량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다른 LPG판매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LPG를 충전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이익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렇게 쌓인 이익은 LPG판매소가 충전소를 운영할 수 있는 기반으로까지 확대되고 임대에 의존해 오던 사업장 부지도 자체 확보하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

소형저장탱크를 통해 LPG대량 소비처인 음식점, 산업체 등을 많이 확보하게 된 충전소와 판매소는 관리비를 감소하는 대신 소비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LPG를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을 더욱 더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자본력이 기반이 되는 충전 또는 판매소의 LPG유통시장에 대한 영양력은 점차 강화되는 반면 이런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업체들은 판매물량과 이익 감소에 직면해 경영 환경이 더 어려워지는 구조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LPG용기 직판 ‘수면 위 부상’

대구 소재 대성산업 대성충전소가 LPG용기 직판에 나서면서 LPG판매가격 인하는 물론 판매물량을 빼앗기게 된 판매업계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대성산업 대성충전소의 LPG용기 직판은 LPG판매물량 유치를 위해 덕양 경산충전소가 LPG용기관리를 판매업계가 맡는 것을 조건으로 공장도가격에 kg당 20원을 더한 가격을 제시하면서 지난 4월 불거지기 시작해 현재 6개월째 LPG용기 직판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 LPG판매사업자는 대성산업 대구충전소에도 덕양 경산충전소와 같은 조건으로 LPG를 공급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타 충전소에 비해 물량이 적고 용기관리비용 등을 고려할 경우 경영수지를 맞출 수 없거나 오히려 적자를 면할 수 없어 50kg LPG용기를  대상으로 직판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음식점 등 LPG사용량이 많은 상업용으로 공급되는 50kg LPG용기를 대상으로 직판에 나서자 판매업계는 즉각 이에 항의하는 한편 대구시청에 중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현재 별다른 합의점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판매업계는 개점휴업, 즉 충전소의 LPG용기 직판으로 적정 이윤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가스를 직접 배달해 주지 않고 소비자가 판매소를 방문해 LPG를 구입하는 방식의 태업에 돌입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충전소의 마진은 kg당 80원 안팎에 불과한데 용기관리비가 30~40원에 달하고 인건비,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충전소에 남는 이익은 고작 20~30여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성산업 대성충전소는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직판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

대구 소재 LPG판매소는 50kg LPG용기 한 통을 9만7,000~9만8,000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지만 직판 충전소가 등장하면서 1만7,000~1만8,000원 저렴한 8만원 수준에 판매돼 LPG사용량이 많은 업소에서는 값싼 LPG를 사용할 수 있는 대신 LPG판매소들은 떨어지고 있는 물량과 수익 감소에 직면해 있다.


■ LPG유통구조 개선 전초전인가?

LPG용기 직판을 두고 복잡한 LPG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전초전이라는 평가마저 대두되고 있다.

충전 또는 판매소가 각자의 사업영역이 아닌 다른 사업영역까지 눈을 돌리게 된 것은 LPG판매량 감소에 따른 수익감소가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 매년 20~30% 이상 감소되고 있는 LPG판매량에도 불구하고 충전과 판매소, 즉 LPG유통업체 수는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각 업체당 이익은 예년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이미 연출되고 있다. 

결국 LPG사업 환경에 경쟁적 요소가 증가하는 대신 경쟁에 따른 리스크 요인은 더 늘어나고 있고 있어 LPG업계는 이에 대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전 또는 판매라는 기존 사업영역을 고집하기 보다는 수익 기반이 될 수 있는 신규사업과 다른 사업영역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LPG사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허가 또는 등록제도에 따른 보호에 안주하기보다 도전적인 틈새시장과 신규사업 추진을 통해 LPG산업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지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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