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배 인하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최근 우리사회는 이념적 지형에서 상식기반의 동의 내지는 공감의 코드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정전사태는 전력 위기평가 및 관리에 대한 근본적 문제점을 드러냈으며 향후 수요증가 대응 전력확보 방안에 대한 철저한 논의가 매우 절실함을 깨닫게 한다.

또한 에너지원으로의 원자력발전은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태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을 수는 없지만 현실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동의의 경제학을 경험하지 못한 사회의 후진성에 근거한다.

덴마크 코펜하겐 120km 서쪽에는 주민 4,300명 가량이 거주하는 삼쇠(SamsØ)라는 작은 섬이 있다. 이 지역은 원래 낙농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사회로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사람살기도 좋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1997년 삼싱거(Samsinger)라고 불리는 주민들이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정부주관 시범커뮤니티에 선정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모든 주민들이 화석연료를 포기하고 100%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커뮤니티로의 변화에 동의한 것이다. 그들이 먼저 착수한 일은 섬내륙에 11기의 대형풍력터빈을 설치하는 사업이었다.

사업을 시행하려면 재무적 투자자가 없는 이상 자체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했고 은행으로부터 안정적인 대출지원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담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들은 자기들의 땅을 담보로 450명이 주주로 참여해 11기의 대형풍력터빈을 설치했으며 매년 생산되는 약 28GWh의 전기는 자체 전력수요와 대중교통전력을 충당하고 남는 전기는 전력회사에 팔고 있다.

그들은 앞바다에도 주민들이 주주가 돼 10기의 해상풍력을 설치해서 100% 석유와 석탄에 의지하던 마을을 2003년에는 에너지 자급사회로 만들었고 2007년에는 그린하우스 가스를 1리터도 배출하지 않는 탄소중립사회를 실현했다.

이러한 변신은 풍력터빈의 설치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모든 주민의 자발적인 에너지절약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합쳐져 이뤄낸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매일경제신문에서 주최한 지식인 포럼에 참석했던 삼쇠섬 프로젝트의 총괄 디렉터 허르만센(Hermanson)교수로부터 이러한 탄소중립 커뮤니티 구축을 통해 주민소득이 전기생산 및 전세계적 벤치마크 대상으로 인한 관광수입 증대가 어울어져 3만달러에서 6만달러로 증가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바 있다.

물론 주민 4,300명이 거주하는 섬은 우리의 큰 아파트 단지 규모밖에 되지 않으므로 우리의 현실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상식적인 어젠다에 동의하는 사회는 그 자체로 매우 큰 경제적 가치를 낳으며 반대로 대다수 시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정책은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결과가 성공적이어도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된다는 사실이다.

국내는 풍력자원의 질이 좋지 않고 설치지역 주민들에게 시각 공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환경친화적이지 못하다는 시민들의 광범위하고 고정적인 인식으로 육상터빈의 설치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선사업이 주업종인 대기업 중공업회사들의 추진으로 테스트베드 해상풍력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풍질이 월등하게 좋아지지 않는 해상보다는 지상 200~300m 고도에 평균풍속 약 10m/s 이상의 질좋은 바람이 불고 있으므로 공중풍력발전의 획기적 기술개발과 도입 등으로 태양광 보급의 한계를 극복한 탄소중립 커뮤니티의 모델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무엇보다 상식적인 정책과 사회적 동의의 바람은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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