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윤화 대한LPG협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LPG업계의 공식 축제 중 하나인 ‘LPG의 날’ 행사가 오는 9일 개최된다. 이는 1980년 경제장관협의회에서 가스 도입에 관한 기본방침이 확정된 날을 기념해 제정된 것이다. 그러나 축제를 맞는 업계의 심정은 편치만은 않다.

에너지원 다원화 정책의 일환으로 LPG 도입사업이 적극 추진된 1980년 이래 국내 LPG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프로판시장은 1990년대 이후 정부 주도의 LNG(도시가스) 보급 확대 정책에 밀려 2001년 248만톤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다. 부탄시장도 LPG자동차 운행대수가 지난해 11월 245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정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으로 해외시장에서 LPG는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로 각광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LPG자동차의 성장이 눈부시다. LPG차가 친환경자동차로 각광받으며 전세계 70여개국에서 1,700만대가 운행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00년 이후 차량 보급대수도 매년 8%씩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9월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LPG포럼’에서 프랑스 대표단은 LPG차 구입 시 2,000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원정책 덕택에 지난해 LPG차가 6만대 이상 팔렸다고 발표했다. 호주 역시 LPG신차를 구입하거나 엔진 개조 시 2,000호주달러를 지원하는 8개년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터키는 올해 들어 LPG자동차 대수가 300만대를 넘겨 245만대 수준인 한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세계 LPG자동차 보유 1위국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세계인의 이목이 LPG에 쏠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눈총 받는 수송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LPG이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나 연료전지차의 대중화는 아직 요원하다. 인프라 구축, 가격 장벽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반면 LPG차는 연료 및 차량 가격이 저렴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휘발유차대비 10% 적다.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미세먼지(PM10)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도 강점이다.

우리나라의 LPG자동차 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2004년 세계 최초로 3세대 LPI엔진을 상용화했으며 올해 초에는 인젝터의 국산화로 LPG차 부품 국산화율 100%를 달성했다. 4세대 엔진 역시 세계최초 국내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앞선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LPG차시장은 활력을 잃고 침체 중이다. 시장 성장은커녕 차량대수 순감소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경유 생산량이 많아진 정유업계가 경유택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나서 LPG업계의 주름살이 더 늘었다.

경유차량이 기술개발을 통해 예전보다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LPG차의 환경성에는 이르지 못한다. 경유차는 특성상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할 수 밖에 없는데 지난해 서울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34ppb로 연간 대기환경기준(30ppb)을 초과해 질소산화물 저감이 시급한 상황이다.

택시는 주행거리가 일반승용차보다 5~6배 길기 때문에 경유차 배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매연여과장치의 내구성도 문제다. 경유를 택시연료로 쓰는 문제는 대기오염물질의 저감 등 환경적 측면 뿐 아니라 자동차 연료의 다변화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저감에 초점을 맞춰 LPG자동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의 보급을 늘려나가고 있다.

우리도 대기환경 개선과 동시에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LPG자동차에 주목해야 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