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균 홍익대학교 트리보·메카·에너지기술 연구센터 소장
[투데이에너지] 가스의 안전한 운반과 저장, 편리한 사용을 위해 압력용기, 밸브, 배관 및 클램프·브래킷 등 수많은 제품이 개발됐다. 이들 가스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주조·단조, 소성가공, 열처리, 표면처리, 금형, 용접과 같은 제조기술을 사용하는데 이것을 총칭해 뿌리산업 기반기술이라 한다.

뿌리산업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생산기술은 품질과 성능, 안전을 보장하는 핵심요소이지만 첨단 및 서비스 산업에 밀려 이미 3D업종으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그 결과 중소기업은 줄어들고 숙련인력은 더 이상 육성되지 않아 성장가도를 달리던 자동차, 조선, IT분야의 제품군이 외국 경쟁사로부터 추월당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데 뿌리산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부품 수에서는 90%, 무게측면에서는 86% 정도이다. 또한 선박 1척을 건조하는데 드는 비용측면에서 보면 용접의 비중은 약 35%로 높다. 1997년의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뿌리산업은 부가가치가 낮은 굴뚝산업, 3D산업 등으로 평가절하됐고 성장세가 멈추면서 인력충원은 더욱 어려워져 변방산업으로 밀려났다. 지난 15년간 많은 제조업체가 생산기반을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이 진행됐다. 그 여파는 대기업체의 제품생산에도 영향을 미쳐 성능과 품질의 문제점을 서서히 들어내기 시작했고 이제는 성장궤도를 이탈하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지구촌에 인터넷 기반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우리의 반도체, IT기술 접목 고부가가치 첨단제품은 국제시장에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 IT 첨단제품도 뿌리산업 기반기술이 뒷받침돼야 생산이 가능하고 빛을 발휘할 수 있다.

첨단제품에 비해 활력을 잃고 꺼져가는 뿌리산업 제품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중·대기업체의 양극화 현상을 이대로 방치하면 중소기업은 더 위축돼 중국의 제조업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영국이나 미국, 일본에서 경험했던 고임금, 고임대료, 고용불안, 젊은이의 중소기업 기피, 경쟁력을 잃은 산업군의 해외이주 등을 답습한지 오래됐고 중·대기업의 양극화 현상은 뿌리산업의 피로감을 가중하고 있다.

2008년 말에는 뿌리산업의 대표격인 주물제품에 대한 자동차 메이커의 지속적인 납품가 인하요구를 납품거부라는 극단적인 대결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말해주는 좋은 사례이다.

정부에서도 3D산업으로 회자되는 뿌리산업을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어렵게 쌓아올린 자동차, 조선, IT분야 제품에 대한 지명도와 성장동력원을 함께 잃을까봐 2010년 6월에는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전략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논의했고 2011년 6월에는 제301회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향후에 정부는 제조업의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뿌리산업의 신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사업을 적극 추진해 World Best 제조업군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산업 제품군도 신기술 개발사업에 참여해 밸브, 용기, 파이프, 클램프 및 브래킷, 피팅류, 밀봉제품 등의 품질향상과 융·복합 신기술개발을 통한 해외시장 확대에 노력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 가스산업에 보다 많은 기술개발 자금지원과 인력양성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가스제품 산업군의 활성화 없이는 가스안전, 가스기술 인증·진단사업이나 각종 서비스 사업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가스산업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렵다면 작금의 뿌리산업 진흥사업에 동승하는 가스정책도 고려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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