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규레이터(Regulator, 압력조정기)는 산업용가스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매일 수차례이상 접해야만 하는 필수장비중 하나이다.

그러나 인간이 살아가면서 공기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듯이 레규레이터가 없는 산업용가스 또한 무용지물(無用之物)에 불과한데도 대부분의 경우 소모성부품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레규레이터의 정확한 작동원리 파악은 물론이거니와 안전과 순도유지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모른 채 필요에 따라 용도에 맞지 않는 제품을 사용하는 일도 다반사로 행해진다.

특히 국내시장의 90%이상을 외산제품들이 점유하고 있음에도 국산화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 1단식, 2단식, 특수형 등 3가지로 구분

레규레이터는 사전적 정의로 ‘고압의 가스를 저압 또는 사용자가 원하는 특정 압력으로 조절하는 장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레규레이터는 압력조절방식 및 사용용도에 따라 크게 1단식(single stage)레규레이터와 2단식(double stage)레규레이터 그리고 특수레규레이터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단식이 가장 일반적이고 단순한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2단식은 압력과 가스의 흐름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야하는 경우 그리고 실린더의 압력변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도의 안정성이 요구되는 작업에 적합하다. 또한 특수레규레이터는 진공레규레이터, 반도체용레규레이터 등 특수한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레규레이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용접, 절단 등에 사용하는 공업용 레규레이터는 가스유동률과 상관없이 단순압력조절 기능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1단식을 사용한다.

반면 특수가스용, 의료용, 시험분석용 등 고순도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2단식을 사용하는데 몸체는 황동(놋쇠), 크롬, 니켈 등으로 도금되어 있다.

특수형의 하나인 반도체용레규레이터는 사용할 가스의 종류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고도의 기술과 정확성이 요구되므로 주로 청정실에서 제조한 모넬금속(니켈과 구리의 합금), SUS316, Hastelloy 등의 재질을 사용한다.

특히 반도체용은 반드시 누출테스트(He 1x10-9이상)를 거쳐야하며 압력표시게이지도 SUS316으로 제조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가격도 5∼7만원의 저가품에서 1백만원이상의 고가품까지 다양한데 일반적으로 레규레이터의 가격은 가스를 컨트롤하는 다이어프램(diaphragm)의 재질과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 미국, 일본 등 2개국 제품90% 시장장악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레규레이터 시장규모는 약 50∼60억원 수준으로 조사되고 있다.

물론 산업용가스업계 전체와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지만 오늘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틈새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도 세화하이테크엔지니어링, 효성계기, 동진무역, 한국테스콤, 한국메싸 등 레규레이터 공급업체들은 대부분 외산 제품을 단순 수입·판매하는 초보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내 레규레이터 시장은 미국, 일본 2개국 제품이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물론 LPG, 공업용, 산업용 등 상대적으로 하위단계 모델은 일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기술력의 차이로 인해 특수가스나 반도체용 국내제품은 전무하다.

실제로 국내 대형 레규레이터 판매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시장의 60%를 유타카(크라운), 치요다, 야마토 등 일본제품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해리스, 테스콤, 베리플로, 빅터 등 미국기업들이 30% 수준을 차지한다. 그리고 한국, 독일 등의 제품이 나머지 10%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유타카가 28%로 국내시장점유율 수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치요다가 25%로 2위 그리고 해리스(23%), 야마도(15%)가 뒤를 쫓고 있다.

일본제품만을 놓고 보면 유타카가 33%로 1위이고 치요다 30%, 야마토 18%이며 미국제품은 해리스가 60%로 부동의 선두를 점하고 있으며 테스콤, 베리플로, 빅터 등이 근소한 차이로 국내시장을 분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전문가들은 “최근 레규레이터의 시장이 산업, 의료, 연구, 반도체 등에서 탈피해 식음료자판기, 의료장비, 생맥주 등 응용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더욱이 국내는 사업타당성이 충분한 만큼 국산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가스의 특성과 용도에 맞는 제품 사용해야

특히 국내 레규레이터 판매업체들은 아직도 많은 사용자들이 레규레이터의 작동원리나 특성에 대해 비교적 무지한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용도와는 관계없이 제품을 무작위로 사용함으로써 안전에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제품수명단축이나 가스의 순도저하 등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사용할 가스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 사용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일반적인 쇠 재질의 레규레이터를 독성가스에 사용할 경우 산화작용에 의한 부식이 발생, 불순물이 생성되면서 순도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1대의 레규레이터로 여러 종류의 가스에 사용해서도 안된다. 이는 레규레이터내에 남아있는 잔존가스와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사고발생의 위험이 높기 때문으로 가연성가스 및 독성가스와의 공용은 절대 금기사항이다.

또한 미국, 일본, 유럽의 제품은 각각 제품 규격과 연결구 나사(connector threads)의 규격이 상호 호환되지 않으므로 가급적 병용을 피해야하며 불가피할 경우 별도로 정밀한 어댑터를 제작해 사용해야한다. 일부 충전소들이 헬륨에 대해 22㎜ 좌나사가 아닌 우나사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예로 이때에는 밸브와 레규레이터의 연결부위의 접속불량이 발생, 제품수명 단축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관련업계에서는 가스를 사용하지 않을 시에는 오작동 방지를 위해 반드시 밸브를 잠궈 레규레이터에 불필요한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해야하며 가스용기와 레규레이터는 약 45°각도로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 의료용 레규레이터 분야 약진 전망

한편 전세계적으로 레규레이터는 용접용 시장에서 40%이상의 매출이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 건강관리 및 홈케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의료용 레규레이터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에어프로덕트, 프렉스에어, 에어리퀴드, BOC 등 세계적인 산업용가스 메이커들이 올해초를 기해 홈케어 시장공략을 목적으로 가정용(포터블)산소호흡기 등 관련제품에 대한 마케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특히 프렉스에어는 최근에도 자회사인 프렉스에어 디스트리뷰션을 통해 총 4천2백만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까지 홈메디컬 전문업체인 Interwest홈메이컬社와의 인수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러한 세계적인 조류는 국내에도 이어져 최근 한국초저온용기가 자택치료를 위한 포터블산소발생기에 대해 영업을 본격화했고 옥시테크, 옥시큐어, 원하이테크, 조선기기 등이 휴대용 액체산소호흡기, 각종 산소발생기 등을 개발 또는 수입해서 판매중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국내 의료용 및 표준가스용 시장이 전체시장의 30%에 해당하는 2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레규레이터 부분도 성장세를 탈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의료용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정용산소발생기나 산소용기를 통한 가스호흡에 대해 정부차원의 논의와 함께 건강보험 적용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세화하이테크엔지니어링의 김역암 사장은 “외국은 의료용산소호흡기 및 가정용 산소발생기에 대해 의료보험이 적용, 시장성장의 촉매제로 작용했다”며 “국내 의료용시장의 정체성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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