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일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선보건연구원 책임연구원
[투데이에너지] 방사선방호에 관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기관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이다.

ICRP는 고선량에 대한 해부학적·생리학적 모델연구, 분자와 세포차원의 연구, 실험동물 연구, 역학연구를 통해 밝혀진 결과를 바탕으로 현상의 확인이 어려운 연간 100밀리시버트(mSv) 미만의 저선량에서도 방사선량이 증가할수록 이에 비례해 확률론적 영향(암)의 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방사선방호 목적의 소위 이러한 문턱없는 선형(LNT: Linear Non-Threshold) 가설은 ‘사전예방원칙’과도 잘 맞는 것이지만 막상 LNT 가설을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는 생물학적·역학적 정보는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ICRP의 견해이다.

아울러 낮은 방사선량이 인체에 주는 좋은 영향, 일명 방사선 호메시스도 ICRP는 언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연구결과가 불충분함을 이유로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근래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 등 각국에서 방사선 호메시스에 관한 양질의 논문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으므로 머지않은 장래에 ICRP가 판단할 것을 기대해 본다.

LNT 가설에 대한 ICRP의 의도는 명확하다. 100mSv 미만의 낮은 선량에서 인체에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을 직접 확인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사전예방원칙 차원의 방사선방호 목적을 위해 LNT 가설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LNT 가설을 증명할 수 없다는 아주 큰 약점 때문에 방사선방호 목적이외에는 LNT 가설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장기간에 많은 사람들의 사소한 피폭을 기초로 한 암 발생자의 가상적 계산에 LNT 가설이 사용되는 것은 결코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ICRP는 강조하고 있다.

근래 1년 사이에 월계동 아스팔트 도로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을 받아 국내에 내린 비는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이슈들이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월계동 아스팔트 도로에서 측정된 최고 방사선 수치는 시간당 1.4마이크로시버트(μ㏜)였으며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주백약지장(酒百藥之長)이란 ‘술은 백가지 약 가운데 으뜸이다’라는 뜻으로 한서(漢書)의 식화지(食貨志)편에 나오는 고사(故事)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술은 약 기운이 잘 퍼지게 해 온갖 사악한 기운과 독한 기운을 없앤다. 혈맥을 잘 통하게 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네덜란드 에라무스대학에서는 매일 1~3잔의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절반가량 낮으나 매일 하루 6잔 이상 과음하는 사람은 오히려 치매위험이 1.5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결국 술은 먹는 사람에 따라서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방사선도 마찬가지인데 고선량의 폐해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또한 음주를 적정하게 하고 있는 사람에게 병원에서 검사받기를 권장하지도 않는다. 몸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낮은 선량의 방사선도 마찬가지 이치이다.

사람들은 병이 생기면 의사를 찾아 가서 의사의 소견을 받아들이고 의사의 처방대로 치료를 한다. 의사는 병을 고치는 전문가이므로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국내 산·학·연 방사선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두 가지 이슈에 관한 한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혼란스러워 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에 대한 방사선전문가들의 말이 좀 더 신뢰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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