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도시가스사들이 도시가스 판매사업의 정체로 신규사업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러 신규사업 중 눈에 띄는 것이 물사업이다. 국내 최대 도시가스 기업 삼천리와 예스코가 물사업에 진출했다. 도시가스사들이 웬 물사업에 진출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마련.

물사업 하면 흔히 ‘먹는 물(생수/정수기)’사업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여기서 물 사업이란 생수사업뿐만 아니라 하수처리 사업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총칭한다.

삼천리와 예스코가 진출한 분야가 바로 하수처리 사업이다. 삼천리와 예스코는 도시가스사업을 통해 배관 네트워크 분야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하수처리사업도 도시가스사업과 유사한 전형적인 네트워크사업에 해당한다. 그래서 도시가스사 입장에서 하수처리사업이 ‘제2의 도시가스사업’으로 불리고 있다.

▲ 하수처리시설 네트워크

■ 21세기 블루골드 ‘물산업’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및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물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물산업은 21세기의 ‘블루골드’로 여겨지고 있다. 국제물협회(IWA)에 따르면 세계 물시장은 2025년에는 연간 1,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시장의 약 1/4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환경부는 경제성장과 환경문제 해결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물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해 다각적인 육성책을 추진 중이다.

에코이노베이션 사업(2011~2020년)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고도 수처리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개발기술의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해 상하수도 고도처리기술 실증플랜트 설치·운영, 국내시장 창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막여과 정수산업 육성 및 해외진출지원’ 대책 수립(2011년 10월), ‘물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및 하위법령 제정(2011년 6월) 등 법·제도기반을 마련했다.

세계 물시장에서는 수에즈·자일럼·베올리아워터 등 글로벌 기업과 두산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GS건설·포스코건설·코오롱글로벌 등 국내 대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 도시가스사, 물사업 진출

하수처리 업계에 따르면 물산업은 크게 상수, 하수, 공업용수, 생수분야로 구분된다. 국내에서 상수분야는 한국수자원공사라는 공기업, 하수분야는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다.

하수분야는 지자체가 직접 하거나 지자체 산하기관 및 민간기업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하수분야에서 서서히 민간 개방이 확대되는 추세다.

도시가스사 중에는 삼천리가 2010년 하수처리 운영 전문업체인 대양바이오테크(현 삼천리엔바이오)를 인수해 물 사업에 진출했다. 예스코도 지난해 하수처리 전문업체 씨아이바이오텍을 인수했다. 하수분야 민간시장에서는 코오롱그룹의 코오롱워터앤에너지, 티에스케이워터(태영건설과 SK그룹 공동 설립), LG전자가 인수한 하이엔텍 등이 3강을 형성하고 있다.

도시가스시장의 대기업인 삼천리와 예스코가 새롭게 진출함으로써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하수도 위탁운영 시장규모는 연간 약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들 5개사가 실질적으로 규모 있게 위탁운영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다. 이밖에 면 지역이나 동네 단위 등에서 하수처리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많지만 영세하고 소규모여서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수처리 위탁운영 시장에서는 ‘운영실적과 기술 노하우’가 진입장벽인 동시에 최고의 경쟁력이 된다. 사업의 경제성을 가진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소 일일 처리용량  30만톤 규모의 하수처리·운영 경험과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 정도의 규모는 시 단위 이상 급에서 나온다.

이에 삼천리와 예스코는 운영경험이 풍부하고 기술력이 있는 기존 업체를 인수한 것이다.

하수처리 위탁운영 사업은 별도의 설비투자가 필요 없어 영업이익률이 10% 이상은 나온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즉 하수처리 위탁운영만 잘 해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위탁운영 기간은 통상 3~5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특이사항이 없으면 계약이 1년 연장된다. 그 후로는 무조건 입찰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한 번 위탁운영사업자로 지정되면 4~6년 정도는 지자체로부터 위탁수수료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반면 위탁기간이 끝난 후에는 무조건 입찰에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들 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지금의 하수처리 위탁 운영 시장에서는 상위 3개 기업이 기존 위탁물량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나머지 기업들은 입찰에서 상위 3개 기업의 물량을 가져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 공공하수분야 민간 개방 확대

정부는 공공하수분야에 대한 민간 개방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5,000억원 정도의 시장규모가 1조원으로 2배 정도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하수처리장 및 하수관거 유지관리업무를 일정한 자격을 갖춘 민간 기업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하수도 관리업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수처리장 이외에 하수관거 유지관리업무까지 포함해 기존 지자체에서 수행하는 공공하수도 업무 전반에 대해 포괄적 위탁ㆍ운영을 실시토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500톤/일 이상 465개 하수처리장 중 68.3%가 위탁운영 중이며 하수관거(10만8,000km)는 전적으로 지자체가 관리 중이다.

영국(100%), 프랑스(80%), 일본(90%)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민간 업체가 하수처리장, 하수관거 등 공공하수도 전반에 걸친 운영ㆍ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환경부는 또 공공하수도 기술진단 대행업무도 민간에 확대 개방할 계획이다. 1996년부터 한국환경공단에서 단독 수행해 오던 기술진단 업무를 등록제로 전환해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간기업들의 진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시가스사들도 더욱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도시가스사가 도시가스사업을 통해 쌓은 노하우로 물산업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물산업은 친환경산업과 네트워크 산업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도시가스사의 신규사업에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 하수처리 사업에서 파생되는 바이오가스 사업, 하수관거 사업 등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진출에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지자체들이 민간 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지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지자체 출신 공무원들의 밥그릇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하수처리 운영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괜찮은 하수처리 운영 전문업체를 인수해야 하는 데 현재 경쟁하고 있는 5개 기업 외에는 특별히 인수할만한 회사가 없다는 것이다. 소규모 업체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경제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또 지자체 퇴직 공무원들과 관련된 기관 및 기업에 일감을 몰아준다든지 등 시장이 혼탁한 것도 신규진입에 있어 어려운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업계는 장기적으로 국내 물산업이 민간에 전면 개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공하수도 업무는 지자체가 투자하고 관리하는 방식이지만 향후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사업자가 직접 설비투자를 하고 요금을 받는 등 지금의 도시가스사업처럼 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또 현재 상류(상수)부문이 수자원공사에 의해 관리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도 민간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더 나아가 물 리사이클링 사업 모델로도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CES 같은 분산형 전원처럼 일정 구역이나 공동주택에서 ‘비→상수→하수→재이용’이라는 순환 시스템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하수처리 업체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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