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최근 유럽의 경제위기와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인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정책기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적인 컨설팅회사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는 전력생산의 상당부분을 셰일가스를 사용한 천연가스발전으로 대체할 계획이어서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나빠지게 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천연가스 수입의 감소로 미국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하던 캐나다 역시 비슷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어 북미지역 전체적으로 특히 태양광발전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당장에는 그 효과가 미국에 한정되고 있지만 중국의 생산이 시작되면 아시아지역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셰일가스의 매장량이 천연가스의 매장량 규모와 맞먹고 있어 21세기 내내 그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경제위기의 영향은 그 보다는 단기적이지만 재생에너지산업에는 더 큰 결정타를 알리고 있다. 유럽이 재생에너지 공급에 가장 적극적인 지역이었기에 이번 유럽의 경제위기로 재생에너지시설의 설치수요가 급감하여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업계들이 파산신청을 내거나 도산하고 있고 국가경제 또한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국 생산 없이 재생에너지 보급사업에만 치중한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태양광설비를 중국이나 몽고 등에서 수입하고 있어 고용효과나 국내경제 증진효과, 또는 국내산업의 발전에 기여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조금이 그대로 외국, 특히 중국으로 유출돼 중국업체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모든 재생에너지원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생산단가가 이미 화석연료발전단가에 근접한 풍력의 경우는 유럽에서는 오히려 원자력과 화석연료발전의 대안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풍력은 또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하여 중국업체가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사업에서 기술력의 확보와 경제성의 확보가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나라 역시 신재생에너지시장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거의 7배 성장하였다. 신재생에너지분야 매출액은 2007년 1조2,500억원에서 2010년 8조800억원으로 6.5배, 수출액은 2007년 6억2,500만달러(약 7,000억원)에서 2010년 45억 3,500만달러(약 5조원)로 7.3배나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은 이제 겨우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국내의 반도체산업과 중공업의 기반이 좋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정책을 수립했었다. 그러나 중국의 추격은 생각보다 빠르고 우리 산업체들은 아직 수준이 낮음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아직도 국내보급에 사용하는 금액이 수출금액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국내 보급사업이 단순한 청정에너지 이슈에만 국한돼 산업정책과 따로 놀고 외국부품 들여와서 국내에서 조립하면 국산이라고 인정해 주는 상황으로는 결국에는 우리도 유럽과 같이 국민의 세금으로 중국 기업에 돈 퍼주는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재생에너지 집중 투자가 벌어진지 10여년인데 아직도 국내 산업체들은 시제품을 시험할 실증, 시범단지를 요구하고 있다. 보급정책이 산업육성정책에 맞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며 아직도 정책 우선순위가 보급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보급시장을 우리가 수출할 시장에 맞춰 국내기업의 만든 제품을 적용하는 시장으로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재생에너지가 진정한 미래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재생에너지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 이는 재생에너지산업이 단순조립이 아니라 고도의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기술집약형산업으로 거듭나야 함을 말하며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로서는 분명 경쟁력의 우위에 설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산업이 신성장동력이 되도록 기존의 보급 및 사업정책을 총괄적으로 재편해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기술기업의 육성과 지원, 고급인력양성 및 기술수출 등을 포함하는 산업육성정책으로 새로이 기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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