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이번 비가 그치면 불볕더위가 올 것 같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여름온도는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고 아무래도 여름을 잘 보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래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차가운 수박을 먹는 생각을 하면 더위가 조금 가실 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원함을 얻을 수 있는 것을 문명의 발달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에어컨과 같은 기계장치를 개발한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시원함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발전소의 비중이 설치용량 기준으로 약25%, 운전용량기준으로 약35%다.

그러나 원자력을 제외하고 석탄이나 석유(벙커C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을 생각하면 100이라는 에너지를 투입하는 경우 평균 발전효율을 40%라고 생각할 때 40만큼의 전력이 생산된다. 이에 따라 연료비가 단위에너지당 100원이라면 전기로 만들었을 때의 전기값은 단위에너지원당 최소한 250원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기값이 비교적 싼 나라에 속하는데 이는 전기값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해 전기값을 정부에서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값싼 전기를 마음껏 쓸 수만 있다면 매우 좋겠지만 전기공급회사가 수년간 연속적자를 내고 있는 것을 보면(스스로의 비용절감 노력을 들인다고 하더라도) 전기값이 낮게 책정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전력예비율도 그리 높지 않아 지난해 정전(계획 단전) 사태를 겪은 것은 아픈 기억이다. 전기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지역별로 순차적인 정전을 실시한 것은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사실이다.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보다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몇 주 전에도 7% 정도의 전력예비율을 보였는데 국제적인 권장 전력예비율이 12% 정도임을 감안하면 우리의 전력예비율은 너무나 낮고 또한 위험스러운 상황이다. 정전을 대비한 훈련도 하고 있다.

해결책으로는 공급측면에서 발전소를 짓는 것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으나 원자력발전소 건립은 부지선정, 폐기물 등의 문제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으며 화력발전소의 경우 지속적인 원료 단가 상승으로 여러 한계에 맞닥뜨리고 있다. 조력발전소의 경우 가능한 수로의 건설 및 적절한 사이트의 선정에 있어 역시 한계가 있고 태양광발전의 경우 밤에는 전력의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원천적인 문제점과 날씨가 좋지 않거나 먼지로 인해 패널이 오염될 경우에 발전효율이 감소하는 문제도 상존한다. 우리나라도 연근해 해상풍력 자원의 개발을 시도하고 있지만 막대한 초기 건설비용과 기술의 자립도 측면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수력발전의 경우에도, 이번 여름과 같은 심각한 갈수기에는 전력생산에 있어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수요측면에서는 수요를 줄이는 방법이 있는데 값싼 전기를 부담 없이 쓰는 습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 제한 없이 전기를 쓰다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경우 정전(계획 단전)을 겪느냐 아니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정전 없이 지금보다는 약간 더운 여름을 보내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전자의 불편함은 이미 겪은 바 있고 후자의 경우에도 냉방온도를 높이거나 대기전력을 줄여야 하는 등 지금보다는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는 것만으로는 근원적인 해결이 안된다. 정부는 원자력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발전소 건설이 어렵더라도 국민적 공감을 얻어서 발전소를 지음과 동시에 우리는 전기의 사용을 가급적 줄여야 한다.

지난번의 정전 사태를 기억한다면 무언가를 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원으로써 열과 전기를 동시에 필요로 하기에 열병합 발전을 확대하고 소규모 가스터빈, 연료전지 등을 이용한 분산발전 체제를 갖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수요를 조절하기 위한 방안이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더 불편해지기 전에 말이다. 에너지사용 기기의 지속적인 고효율화는 필수적이다. 유리를 과도하게 많이 사용하는 건물의 신축은 재고하고 단열기준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여름도 정전사태 없이 잘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와 같은 불안한 걱정을 매년 해야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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