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성 한국조세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우리나라의 현행 에너지 관련세제는 전통적으로 물가안정, 산업지원 등을 위해 低가격 정책에 근간을 두어 운영되어 온 결과, 에너지의 과다소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대기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의 배출 등 환경오염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와 관련된 사회적 비용을 시장가격에 반영함으로써 환경오염의 외부효과를 내재화하는 조세기능은 미흡한 실정이다.

예를 들면, 휘발유, 경유, LPG 등 수송용 에너지 간 상대가격은 공장도가격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나 소비자가격에서는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즉 휘발유가격은 높은 반면, 경유 및 수송용 LPG 가격은 낮은 세금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2002년 8월 기준으로 휘발유에 대한 세금은 리터당 859.67원, 경유에 대한 세금은 리터당 357.97원, LPG에 대한 세금도 리터당 192.29원으로 나타나고 있어, 소비자가격에서는 휘발유대 LPG의 상대가격비가 2.8배, 휘발유대 경유의 상대가격비는 1.8배에 달한다.

OECD 주요 선진국의 대부분은 경유와 휘발유의 소비자가격에서 차지하는 세금비중이 거의 동일한 수준(예: 영국의 경우 휘발유 77.0%, 경유 75.5%)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휘발유의 세금비중은 67.7%로 경유의 세금비중 51.4%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난다.

이처럼 석유제품의 가격구조상의 문제는 최종소비자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수단이 되는 조세체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원간 수급안정과 환경오염 저감을 위해서 에너지 관련 세제개편을 통해 상대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석유관련 제품에 대한 과세체계를 살펴보면 <표 1>에서 보는 것과 같다.

석유류 제품의 판매단계에서 부과되는 세금은 관세 이외에도 특소세, 교통세, 교육세, 지방주행세, 부가가치세 5가지 종류가 있으며, 판매부과금을 포함할 경우 6가지 종류가 된다. 또한 조세 이외에도 수입·판매부과금, 안전관리부담금 및 품질검사수수료 등이 각 석유제품별로 부과되고 있다.

그러나 OECD 주요 선진국에서는 에너지원에 대한 과세체계가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및 환경세 중심으로 단순화되어 있으며, 에너지원에 부과되는 환경관련 세금은 전부 일반회계에 편입되는 일반세로서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있으며 특정 목적의 재원 확보를 위한 목적세는 부담금의 명칭으로 부과함으로써 조세와 차별화하고 있다.

국가별 에너지관련 과세체계 현황

쫂 덴마크

덴마크는 모든 형태의 에너지원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1992년 1월부터 지금까지 부가가치세율 25%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을 이유로 산업 및 전력발전에 사용되는 에너지원과 상업용으로 사용되는 수송용 경유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는 환급하고 있다.

또한 1992년 5월부터 가정 및 공공부문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원에 대해 탄소 톤당 100DDK의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1993년 1월부터는 부가가치세 등록기업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에 대해서는 탄소 톤당 50DDK의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쫂 핀란드

핀란드는 비석탄 고체 에너지를 제외한 모든 형태의 에너지원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부가가치세율은 1991년 10월부터 지금까지 22%를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 및 전력발전에 사용되는 에너지와 상업 목적으로 사용되는 수송용 경유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환급해 주고 있다.

핀란드에서 1996년 12월말 이전에 부과되는 에너지/탄소세는 약75%가 탄소세이고 나머지 25%가 에너지세였으나 1997년부터 탄소세가 100%를 차지하고 있다. 1997년부터 전력발전용 에너지에는 탄소세 및 예비비축비용을 면제해 주고 있다.

쫂 네덜란드

네덜란드는 모든 형태의 에너지원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산업 및 전력발전에 사용되는 에너지와 상업목적으로 사용되는 수송용 경유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환급해 주고 있다. 그리고 부가가치세율은 2001년부터 19%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부가가치세 외에도 산업용 중질연료유, 가정용 경질연료유, 수송용 경유, 휘발유 등의 에너지원에 대해 의무비축비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에 천연가스 및 전기에 대해서는 1996년 1월부터 환경보호세에 에너지세가 새로 첨가되어 환경보호세 및 에너지세가 부과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환경보호세 및 에너지세를 부과하는 목적은 환경보호 및 에너지사용의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며 에너지관련 세수는 주로 소득세 등 다른 종류의 세부담을 줄이는데 사용되고 있다.

현황과 시사점

우리나라는 에너지원별로 일반소비세적인 성격의 세제 이외에 여러 가지 형태의 목적세가 부과됨으로 인해 재정운영의 경직성과 비효율성을 초래하기 때문에 재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에너지 관련 복잡한 조세체계를 단순화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에너지 관련 제품에 대한 과세체계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세금부과 대상 및 수준, 세금감면 등이 세수확보, 물가안정, 산업지원 등을 목적으로 결정되고 있어 과세기준에 대한 투명성·형평성이 결여되어 있다. 예를 들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휘발유, 경유와 LPG의 과다한 세금격차는 수송부문 소비구조 및 투자왜곡을 조장하고 있다. 즉, 휘발유와 경유의 현격한 가격격차는 휘발유에 비해 환경오염 유발이 큰 경유차량의 생산과 경유의 소비를 과도하게 증진시키고 있다.

또한 LPG가격은 휘발유는 물론 경유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가격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주로 중산층이 소비자인 LPG 승합차가 경차 또는 소형 승용차에 비해 저렴한 에너지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그리고 교통과는 무관한 산업용 및 가정·상업용 경유에 교통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교육세 역시 에너지 소비와는 무관하며 교육 관련 지출을 위한 세수확보의 목적으로 부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원에 부과되고 있는 조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특별소비세와 교통세의 부과세액 및 국세대비 비중 추이를 살펴보면 1979년과 1980년 사이 오일쇼크기간동안 국세대비 특소세 비중이 6.3%까지 증가하였다가 그 이후에는 2∼3%대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국세대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IMF 외환위기였던 1999년에는 국세대비 비중이 13.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는데 이는 1998년과 1999년에 휘발유에 대한 특소세가 리터당 각각 691원과 651원으로 역대 가장 높았던 사실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 2000년 및 2001년에는 경제안정 및 경제활성화로 인해 국세징수액 전체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짐에 따라 석유류 제품에 대한 특소세(교통세)액의 국세대비 비중이 10.6%로 감소한 후 안정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2001년에는 전체 석유류 제품의 특소세액중 휘발유가 57.9%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경유가 27.0%를 차지함으로써 휘발유 및 경유에 부과되는 특소세액이 전체 석유류 제품의 특소세액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휘발유 및 경유 이외에 기타 석유류제품이 전체 석유류 제품의 특소세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천연가스가 7.4% 등유가 5.7%, 그리고 석유가스가 2.0%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표 2>에서 보는 것과 같이, 재정경제부의 2001년부터 2006년까지의 단계적인 에너지 관련세제 개편안은 에너지원간 상대가격의 왜곡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현행 에너지 관련세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개선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 당장 목적세를 폐지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금이 모두 일반회계로 편입되는 보통세로 통합하여 재정운영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OECD 주요 선진국들의 에너지 관련 과세체계를 벤치마킹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에너지 관련 조세체계를 단순화하고 환경세적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에너지 관련 세제개편을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안보비용, 수송용 에너지 사용에 따른 혼잡비용, 환경오염의 사회적 비용 등 에너지 관련 외부비용뿐만 아니라 소득재분배의 형평성, 국가경쟁력 등에 미치는 전반적인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이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관련 세제개편은 범정부적 차원에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학계, 연구원, 시민단체 및 산업계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사료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