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승용차 국내 시판 허용은 과연 올바른 판단이었을까.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본지 의견이다. 경유 승용차 문제는 지난 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자동차사는 외국 자동차사처럼 높은 기술력으로 만든 경유 승용차를 생산할 수 없었다. 따라서 외국 경유 승용차의 국내 진입을 막기위한 방편으로 국내 경유 승용차 배출 기준을 유럽연합이 2005년부터 적용키로 한 EURO-4 기준 보다 적게는 2.5배에서 많게는 12배나 높게 정했었다.

이로인해 외국의 경유승용차가 국내에 들어 올 수 없게 되었으나 국내 자동차사들 역시 경유승용차를 생산할 수 없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내 자동차사의 경쟁력만 낙후시킨 것이다.

이후 국제적인 통상 압력 등으로 터무니없이 높은 국내 경유승용차 배출 기준이 문제가 되었고 국내 자동차사들도 어느정도 기술력을 갖추게 되자 정부는 지난해 4월 2005년부터는 유럽의 경유승용차 배출 기준인 EURO-4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정부는 자동차 업계와 시민단체 등이 포함된 ‘경유차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위원회’를 지난해 5월 발족시켰고 약 한달뒤에 일부 RV차량의 조기 단종, 배출가스 삭감 의무 등을 담은 ‘경유차 협약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규개위가 이 협약서에 대해 규제 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게 되고 급기야 공동위는 9월에 해체하게 된다.

이후 경유승용차 허용 문제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으나 지난해 말 경제 장관 간담회에서 경유승용차 배출 기준을 금년 2월까지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데 합의함에 따라 환경부내에 정부, 자동차 전문가, 시민단체로 구성된 ‘경유차환경위원회’를 만들어 지난 2월 14일 경유 승용차 배출가스 기준치와 연료품질 개선, 에너지 가격 조정 등 전반적인 대책이 담긴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정부가 이 합의문과는 관계없이 산업논리만 앞세워 지난달 27일 경유승용차 국내 시판을 허용한 것은 결코 올바른 결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럴거라면 무엇 때문에 아까운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면서 위원회를 만들고 합의문까지 발표했는지 의문이며 정부의 신뢰도만 추락시켜 불신만 높인 결과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문제는 또 있다. 2005년 이전에 자동차 연료에 대한 세제가 개편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유 승용차가 허용될 경우 경유승용차의 급격한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로인해 대기오염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그 결과 국민은 각종 유해물질이 들어있는 자동차 배기가스를 마시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특히 저공해자동차인 LPG자동차의 경우 에너지세제개편에 따라 2006년까지 확대 적용되는 특소세로 인해 경유차와의 경쟁력에서 밀려나 아예 자취조차 감추게 될 것이다.

이로인해 LPG산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LPG산업(수송용 LPG 특소세 인상에 따라)을 또다시 어려움 속으로 내 몰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유승용차 허용에 앞서 에너지세제개편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인 것이다.

경유승용차 허용이 자동차산업 활성화와 이로인한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특정 산업과 국민 건강을 무시하면서까지 서둘러 경유승용차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경유승용차 시판 이전에 해결해야 할 에너지세제 개편, 매연여과장치 부착 의무화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조속히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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