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태범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한국태양에너지학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지난 여름과 올 겨울에 우리 모두 이상한 경험하고 있다. 전력수급 불균형이라는 아주 생소한 말을 신문이나 TV로부터 듣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이 초래된 것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 제일 큰 원인이 아마도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일 것이다. 정부에서는 곧 여러 기의 발전소를 건설해 전력부족 현상을 개선하겠다고 신문지상을 통해 발표했다. 물론 전력이 부족하면 발전소를 증설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한번쯤은 왜 우리가 전기를 물 쓰듯 하게 됐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가장 경제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원자력발전 위주로 발전을 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발전량 중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보면서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토가 협소하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원자력발전 이외의 다른 방법을 고려하기가 쉽지 않다.

한편으로는 우리는 비교적 저렴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각 국가마다 매우 복잡한 전력요금 체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력요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나 정부의 시책에 따라 비교적 저렴한 전기를 우리 국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이러한 낮은 전기요금 덕분에 우리나라 산업계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재작년에 외국 학회에 갔다가 소그룹회의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그 그룹에서는 태양열을 산업공정열로 활용하는 기술에 대해 정보교류를 하고 이를 시장에 확대 적용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협의하는 모임이었다. 그 모임에 참석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가까이에 있는 전문가들에게 이와 같은 이야기를 했더니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너무 저렴해서 굳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조금은 허탈한 느낌이었다. 전세계가 지금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증대시키기 위해 매우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파급효과가 그리 크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것의 주된 이유는 아직까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비용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비용에 비해 비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러 선진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생산 및 열에너지 활용을 증대시키기 위해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장려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많은 정부보조금이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지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낮은 전기요금이 이와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을 저해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이 참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전력요금과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국민 개개인이 왈가왈부하는 것보다는 일단 관련공무원들의 종합적인 판단에 기초한 정책방향을 믿고 따르는 것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올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대폭 줄어든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면서 막연한 걱정이 앞서게 됨을 숨기고 싶지 않다.

낮은 전력요금에다가 신재생에너지 활용 및 연구 개발에 정부 지원은 줄어들고 이에 따라 민간부분에서의 관심 및 투자가 감소해 그나마 미미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이 고사하게 되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우리나라에 초래될지 매우 궁금해진다.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이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한등 끄기 운동에 동참하는 것뿐이 없다는 생각이 새해 초부터 나를 슬프게 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