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영권 한국석유관리원 유통관리처장

[투데이에너지]  석유제품은 다른 공산품과는 달리 액상의 비포장 제품이므로 소비자가 제품의 품질이나 정량을 확인하지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제품별 개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이 차등 부과되고 있어 과거 30년 전부터 가짜석유 유통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2012년부터 가짜석유의 주 원료인 용제의 불법유통을 차단한 결과 이제는 정량을 미달되게 판매하는 횟수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정량미달 업소는 2010년 13개, 2011년 22개, 2012년 74개 업소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74개 업소 중 엔코더 등을 조작하거나 운영 프로그램을 변조해 불법시설을 설치한 후 지능적·조직적으로 정량을 속여 파는 주유소는 27개 업소나 돼 소비자의 불안 심리는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유기 불법장치의 설치는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약 200만원)한 반면 주유기가 너무 많아(약 14만대) 제한된 인력으로 정량미달 업소를 단속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최근 2년간 주유기 오차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주유기가 법적 허용오차(0.75%)를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표시량 보다 적은 양을 주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고의적으로 정량을 속이지 않았다면 주유기 오차가 마이너스로 치우쳐 있는 현실이 검정제도의 문제인지 아니면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문제인지 이제 분명히 밝혀내서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현장조사에 앞서 우리 관리원이 그동안 추정한 원인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주유기 초기 검정제도의 문제.  즉 신규 주유기는 주유기 제조사에서 초기 검정을 받고 출고되므로 주유소에 설치한 후 저장탱크에서 주유기로 유입되는 유속차이 등 여러 요인들에 의해 주유량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주유기에 설치된 유증기 회수설비의 문제. 유증기 회수설비인 0-링의 고장 등으로 오작동할 경우 휘발유가 필요 이상으로 빨려들어갈 여지가 있는 것이다.

셋째 주유기 주요부품의 고장 및 오작동 문제. 즉 주유펌프 출구나 주유건 등에 설치돼 역류를 방지하는 체크밸브가 고장이 나거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스트레이너가 고장일 경우 유속이 저하되거나 기포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주유기 오차발생 요인이 다양해 어느 하나의 문제로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유관기관 현장 실태조사를 통해 주유기 특성 및 검정제도 등의 필연적인 문제와 주유기 부품고장, 배관누유 등 관리 소흘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조사 분석해 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제도개선은 단기간에 해결할 사안이 아니므로 우리 석유관리원에서는 수사기관과 협력을 통해 정량미달 기획단속을 강화하고 엔코더 등 불법시설 설치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정량미달 불법조작 진단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위반업소에 대한 처벌강화도 추진중이다. 정량을 속일 목적으로 엔코더 등 불법시설을 설치한 경우에는 등록을 취소하는 원스라이크 아웃제도 도입, 가짜석유 취급과 동등하게 정량을 속일 경우 사업정지 강화(2월→3월) 및 과징금을 상향(4,000만원→1억원), 적발 즉시 사용정지명령 및 봉인조치 신설과 더불어 공표제도 의무화 등이다.

하지만 석유제품 수급보고 전산시스템이 가동되면 정량을 속여서 판매하는 업소도 쉽게 가려질 것이다. 주유기를 통해 판매물량을 자동보고 받을 경우 POS상 재고는 마이너스 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판매할 경우에는 정량을 미달해 판매했기 때문에 실제 남아있는 재고물량을 판매하는 업소로 징후 포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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