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국제냉동기구한국위원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전력난이 2013년 마침내 사상 최악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을 100% 배제할 수 없다. 어떤 상황이든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기관 전력 20% 감축, 피크시간(오후 2~5시)에 전력소비 절약, 대형 건물 냉방온도 제한 등을 골자로 한 단기 전력수급대책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각계각층에서는 말이 많다.

전력수급 불균형은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전력이 많이 드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 육성을 위해 산업용 전력을 싸게 공급하고 서민들의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세를 낮췄으나 부족한 발전시설 확충을 위한 발전소의 건립이 무자비한 님비(NIMBY)현상으로 저지당한 그 시점부터 전력난은 마땅히 예견돼 있었다.

물론 올해에 사상 최악의 전력 대란을 맞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책적인 측면에서 잘못이 있을 수 있지만 정부의 잘못을 국민과 기업이 떠안는다는 표현은 다소 근시안적이라 할 수 있다.

원인이야 어찌됐든 전력난은 한국 경제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고 국민의 행복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므로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인 것은 확실하다.

매년 반복되는 전력 부족 현상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전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부터 최대 전력수요량은 2,000만kW 정도 상승한 반면 발전설비 용량은 1,000만kW 정도 상승한 것에 그쳤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산업 구조의 고도화로 인해 산업용뿐만 아니라 상업용 전력 사용량도 크게 증가하게 됐으며 소득 증가와 삶의 질 향상에 따라 가정 및 새로운 전력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7년부터 시작된 이상기온 현상으로 인한 전기냉난방기기에 대한 사용량 증가는 전력 수요의 급격한 상승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반해 발전설비의 건설은 더디게 진행됐는데 환경오염으로 인한 화력발전소 기피와 방사능 누출 등으로 인한 원전 기피현상이 더해져 발전소 건립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23기 중 10기의 원전까지 그 작동을 멈춰 전력 공급량이 그 수요를 따라 가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직면하게 됐다.

원자력발전소 및 가스터빈을 이용한 복합화력발전소 건립을 통한 전력난 해소는 기대할 만하다. 중장기적으로 증가될 전력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효율이 높은 발전소 건립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의 실현을 위한 기술개발, 건립,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과 국민적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전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근본 처방이 될 수 없지만 거의 유일한 차선책임을 우리 모두가 인지해야 할 것이다. 올 여름 재앙적인 전력난을 맞이하게 된 것은 산업의 구조, 전력소비 풍조, 정부 정책 모두의 합작이다.

전력난은 우리 생활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일단 불편해 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산업 활동 차질을 통한 한국 경제의 신뢰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전력난에 대한 심각성을 솔직하게 알려 국민의 이해를 얻고 참여를 도모해야 하고 우리 역시 전력난 해소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고통 분담 없이는 이번 전력난을 무사히 넘기기 어렵다.

조금 줄여서 쓸 것인가, 아니면 정전사태를 맞을 것인가는 좋으나 싫으나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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