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 없는 오염저감 어려워 / 수송용 연료간 균형 정책 미흡

수도권의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달하자 환경부는 수도권 대기질 개선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해 올해내에 이를 처리하는 한편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서둘러 정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대두되는 것은 자동차가 배출하는 매연으로 인한 대기환경 오염이 이미 위험 수위에 달했기 때문에 이 문제의 해결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최근 세계적으로는 이라크전쟁 등 국제정세의 불안과 소비둔화 등의 영향으로 경기가 침체되자 이를 부양하기 위해 경유승용차의 국내 시판을 2005년부터 시판하겠다는 정부방침이 결정되고 말았다.

이같은 방침은 경유 승용차를 허용함으로 인해 자동차 부품 등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1조원 넘게 이뤄짐으로써 경기가 활성화되는 한편 유럽 등과의 통상마찰을 없앨 수 있는 것이라고 자동차업계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반면 LPG업계, 시민단체 등에서는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 자동차 배출가스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오염물질로 트럭, 버스 등 운행중인 경유차에서 주로 배출되고 있는데에도 불구하고 경유차를 2005년부터 시판할 수 있도록 했으며 왜곡된 에너지세제개편으로 인해 경유차 증가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즉 경유차 급증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우선적으로 마련하고서 경유차 시판을 허용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2005년 경유 승용차 국내 시판을 둘러싸고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산업자원부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으며 자동차업계, 정유 및 LPG업계의 입장도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각 부처, 업계 및 환경단체간의 쟁점사항과 입장을 짚어보기로 한다.

■ 국내 경유·LPG차 보급 및 증감 현황

수송용 연료의 사용제한과 더불어 저렴한 연료가격 측면에서 경제성이 인정된 LPG차량은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과 함께 영업용 택시를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97년 7인승 이상 LPG용 RV차량이 등장·보급되면서 LPG업계에는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즉 가정·취사용으로 사용되는 용기중심의 LPG, 즉 프로판 사용보다는 LPG자동차용 부탄 수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를 반영하듯 1997년 500여개에 불과하던 자동차 충전소가 2003년 3월까지 1,000개소를 넘어서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1997년 542개소이던 자동차 충전소는 1999년까지 약 600여개 수준에 머물러 매년 19∼38개 수준의 증가를 보였지만 LPG차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부터는 2003년 3월 현재까지 매년 자동차 충전소 수가 100여개 이상씩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자동차 충전소의 증가에 비해 LPG차량의 증가율은 둔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자동차 충전소의 호황도 이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즉 2000년 8월경부터 거론되어진 수송용 연료에 대한 에너지가격체계개편이 확정되면서 2001년 7월부터 2006년 7월까지 특소세, 교육세 등이 LPG에는 휘발유에 대비해 60% 수준까지, 경유는 75% 수준으로 매년 단계적으로 부과기 때문이다.

특히 휘발유, 경유, LPG 등 각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에 대한 연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한국산업연구원 등 연구기관은 지적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 대기오염이 아무리 심각해지더라도 자동차를 유지하는데 따르는 비용을 최소화하는데 관심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타 차종에 비해 연비가 떨어지는 LPG보다는 경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연비가 좋고 배출물질이 다른 차종에 비해 적은 휘발유는 연료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휘발유 차량보다는 LPG를, LPG보다는 경유를 일반적으로 선호하게 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99년 LPG자동차 증가율이 59.6% 수준으로 정점에 달했으나 2000년 54.4%, 2001년 17.6%, 지난해 13.8% 등으로 점차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유자동차의 경우 2000년 29.8%, 2001년 48.8%, 2002년 71.6% 등으로 그 증가율이 현저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휘발유, LPG차량을 구입해 유지·관리하는 비용보다 경유차의 연료 경제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 부처 및 업계간 입장

환경부는 경유 승용차 배출기준 조정에 앞서 수도권대기질개선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대기오염을 저감할 수 있는 보완장치를 마련해야지만 경유승용차 시판과 직접 관련된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산자부는 경유 승용차 허용과 수도권대기질개선특별법을 연계해 논의해야 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사안으로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부처간에도 견해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자동차 업계간에도 상당한 입장차이가 나타나 있다.

즉 경유 승용차의 국내 시판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내수기반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경유 승용차 제조기술을 어느 정도 축적함에 따라 이미 유럽에 수출하고 있지만 GM 대우의 경우 경유 승용차 수출기반이 없는 미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르노 삼성의 경우 GM 대우, 쌍용 등과 마찬가지로 경유 승용차 개발기술이 아직 상용화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유럽에 기반을 두고있어 경유 승용차 제작에 관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르노에서 기술을 도입하면 되기 때문에 현대·기아자동차와 대우간의 입장변화를 주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에너지업계와 시민단체들도 많은 측면에서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의견을 같이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의 경우에는 2006년까지 황함량을 30ppm 수준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에 시설투자가 불가피해 이에 대한 정부지원 없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즉 경유 승용차의 국내시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2001년 7월부터 단행된 에너지세제개편은 2006년까지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LPG업계는 몇 년전부터 프로판 수요가 도시가스에 의한 시장잠식 등으로 인해 감소되고 있어 앞으로는 자동차용 부탄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면 더 이상 경영상의 이익발생은 어려우므로 경유 승용차를 시판하기 이전에 왜곡된 수송용 연료간 가격비를 현실에 맞게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현재 운행중인 경유차 배출가스가 심각한 수준에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므로 매연후처리장치 의무화, 경유승용차 생산 및 시판 쿼터제 실시, 에너지가격체계개편 등을 우선적으로 매듭짓고 경유 승용차를 허용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각 업계, 부처간에 첨예하게 대립되어진 의견차이는 좀처럼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즉 정치적, 사회·경제적으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이들간의 입장차이는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 쟁점은 배출가스 기준

현재 배출가스 기준을 제의한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환경부에서는 자동차로 인한 배출가스를 저감시키기 위해 무·저공해 자동차 보급을 의무화하는 한편 수송용 연료의 황함량을 30ppm 수준으로 낮추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수도권대기질개선특별법을 올해내 마무리하고 배출가스기준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포함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를 부착해 상시 배출가스를 진단하고 배출가스 관련부품 고장 발생시 적시에 정비할 수 있도록 해 배출가스를 저감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입법예고에서는 제외됐지만 소형 승용차의 배출허용기준의 경우 2006년 1월 1일부터 연차적으로 자동차제작사별로 적용하되 그 적용비율을 2009년까지 연차적으로 25%씩 생산토록 하고 있다. 또한 해당 연도의 출고비율을 초과한 경우에는 다음연도의 출고대수로 인정하고 미달한 경우에는 미달한 출고비율의 2배를 다음연도에 추가토록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제작사가 2005년 12월말 이전에 자발적으로 기준에 적합하게 출고하는 경우에는 2006년 출고대수로 인정하고 자동차 제작자별로 연간 총 판매대수가 1만대 미만인 경우에는 연차별 적용기간 최초연도에서 1년을 유예하여 100%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차종별에 따른 생산 및 판매 의무화가 아니라 총량규제를 통해 단계적으로 미국의 배출가스허용기준인 LEV 규제를 맞추게 된다면 결국 LPG차는 2009년이나 되어야 생산이 가능해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즉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LEV 규제에 맞도록 휘발유차를 25%, 50%, 75%씩 생산 및 판매하다가 2009년에 가서야 일정비율의 LPG차를 생산하도록 검토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자동차 제작사의 경제성 검토여부에 따라 LPG자동차가 저공해 또는 무공해 차량으로 지정되는 것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몇 년전부터 SK가스, LG가스 등 LPG수입사에서는 한국기계연구원과 함께 국내의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액상분사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LPLi엔진 개발을 수행해 지난해 이의 개발을 완료했으며 상용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다 소형 LPLi 화물차개발사업에 대한 연구협약도 체결해 올해 9월까지 2년에 걸쳐 현대자동차의 ‘리베로’에 이를 적용하키로 한 바 있다.

LPG업계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제작사에서는 연료사용제한 등으로 인해 생산 및 판매에 따른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시설투자와 관심표명을 주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결국 LPG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활성화는 사실상 어려움이 많고 휘발유와 경유차 중심의 생산·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에서 표방하고 있는 대기오염저감 정책은 현실적인 각종 제약으로 인해 실종될 위험에 노출되며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차량 위주로 보급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졌다고 할 것이다.

■ 에너지세제개편의 문제점

2001년 7월부터 부과되기 시작한 에너지세제개편은 현재 예측하지 못한 문제에 부딪치고 있다. 연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가격비로 이를 조정했기 때문에 경유차의 증가율이 높아지는 반면 휘발유, LPG차의 생산 및 판매는 점차 감소되고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렇게 되자 환경단체, LPG업계에서는 전문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바람직한 수송용 연료가격비를 산출해 냄으로써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려는 노력을 했다.

그 결과 수송용 연료간 가격비를 휘발유(100):경유(85):LPG(47)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렇게 되자 환경단체, LPG업계 등에서는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 자동차 배출가스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경유차를 억제하기 위해 마련되었던 각종 대책이 효과를 얻지 못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목소리를 높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 개선방향

경유 승용차 허용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 자동차업계, LPG를 비롯한 에너지업계, 화물운수업계 등 업계간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특히 국민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환경논리와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경기 부양책이라는 산업논리가 충돌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놓고 쉽게 결정을 내리기도 다분히 어려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첨예하게 대립된 문제일수록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에너지가격, 연료품질, 경유차 전반에 대한 대기오염 저감대책, 경유 승용차 배출허용기준 조정 등이 경유차로 인한 제반문제 해결에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해결방법을 도출하기 위해 유관분야를 총망라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들에 의해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진 의견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올해 1월 10일경에 민·관·학 협의체인 경유차 환경위원회에 총 15명의 전문가집단을 구성함으로써 조정의 산물로 마련되어진 합의문은 존중되어야 할 대·내외적 명분이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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