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영명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장
[투데이에너지] 천연가스 산업의 가치사슬에서 사용되는 기자재는 그 수요자가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어 개발 후 시장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특히 초저온을 다루는 LNG 설비나 초고압 환경에서 사용되는 심해저 설비의 경우 시장에서의 품질 요구수준이 매우 높고 납품실적(Track Record) 없이는 시장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개발 초기부터 수요기업이 참여하는 기술개발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제품(기술)인증과 상용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실증시험을 위한 테스트베드(test bed)가 있어야 한다.

가스산업의 발전과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기술(제품)개발에 대한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

LNG저장탱크, LNG선박 등 초저온 유체를 저장하는 탱크에 설치하는 ‘파일롯 구동 안전밸브(Pilot Operated Pressure Relief Valve, 이하 POPRV)’는 탱크 내에서 증발된 초저온의 기체를 대기 중으로 방출해 저장탱크의 과압을 해소함으로써 탱크를 보호하는 기자재이다.

POPRV는 LNG저장탱크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납품실적이 없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극히 꺼리는 품목이며 국산화가 시급한 기자재 중 하나다.

가스공사는 2006년 산업통상자원부의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으로 부산 소재 중소기업인 Mt.H콘트롤밸브를 주관기관으로 POPRV 개발을 추진했다. Mt.H는 신기술 개발 의지가 매우 높고 이 분야에서 상당한 선행연구를 수행한 실적이 있는 건실한 중소기업이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가스공사,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수요기업이 참여하고 부산대학교와 조선기자재연구원이 지원하는 전형적인 산·학·연 협력 기술개발사업으로 시작됐다.

2007년에는 특허출원, 선급인증, 가스안전공사 승인 등을 거쳐 시제품을 생산했다. 이후 가스공사는 인천생산기지에서 운영 중이던 Pilot LNG저장탱크에 설치돼 있던 기존의 앤더슨 제품을 떼어내고 이 시제품을 설치해 장기간 성능시험을 수행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Mt.H는 2011년 가스공사 기자재공급업체 자격을 획득하고 기술표준원으로부터 신기술(NEP) 인증도 취득했다.

그동안 Mt.H는 한국가스공사의 LNG인수기지 저장탱크와 조선소에서 건설하는 LNG선박을 대상으로 수차례 제품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쳤고 그 결과 2012년 7월 드디어 삼척생산기지 1~4호 저장탱크용 POPRV를 수주해 시장진입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러한 성과는 가스공사 연구개발원과 제품 개발초기부터 협업체제를 공고히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Mt.H는 2012년 중동 LNG 프로젝트의 저장탱크에 사용될 POPRV 수주에 성공함으로써 해외시장에도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한 육상용보다 시장규모가 훨씬 큰 LNG선박, LNG-FSRU 및 LNG-FPSO용 POPRV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천연가스 산업에는 이러한 사례 외에도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동반성장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많은 제품과 기술이 있지만 테스트베드 구축과 수행실적(Track Record) 문제는 여전히 개발자들이 뛰어넘기 힘든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성능시험 결과를 토대로 기자재 공급업체 자격을 인정해 주는 역할을 에너지 공기업이 적극적으로 함으로써 우리나라 기자재산업을 육성·

발전시키고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이룩하는 좋은 모델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