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식 전력거래소 계통계획팀 차장
[투데이에너지] 자연의 역습이 진행되고 있다. 남극 및 북극 빙하의 녹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고 있으며 그 결과 2100년도에는 해수면이 약 1m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보도를 접하게 된다.

상하이, 뉴욕 등 해변에 위치하는 세계의 대도시들이 물에 잠길 것이라는 경고음도 발표됐다. 매년 이상기온, 초강력 태풍 등 자연의 신음소리인 이상 징후를 많이 경험하면서 암울한 미래의 지구모습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으며 공감을 하게 된다.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전세계적 노력에 동참하는 이유이다.

산업분야에서도 일련의 이상 징후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산업재해 예방에 한 획을 그은 하인리히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1930년 전후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사에서 엔지니어링 및 손실통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고통계를 분석하면서 일반적인 법칙을 발견했다.

이는 산업재해에서 중상자 1명이 발생하기 전 경상자 29명,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는 300명이나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것을 하인리히의 1:29:300의 법칙이라 부른다. 그 법칙의 핵심은 이상 징후의 원인을 초기단계에서 파악해 제거하면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9월15일 순환단전은 예상치 못한 비정상적 이상기온, 수요예측의 오차과다 및 보정노력 소홀, 실제 운영 가능한 전력공급예비력에 대한 점검 미흡 등 이상 징후의 시그널을 간과한 결과가 아닐까 반성해본다. 순환단전은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받았지만 전력산업계의 관행, 제도 등 전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날로 기억되고 있다.

그날 이후 전력거래소(남호기 이사장)는 계통운영의 핵심가치로 ‘365-1=0’라는 모토를 내걸었다. 이는 365일 중 하루만 잘못 운영해도 계통운영은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사전에 이상 징후를 분석하고 파악해 한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재 전기에너지는 수요와 공급예비력이 불균형 상태인 전력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인한 전환수요 및 산업부하의 지속증가, 지역적 님비현상으로 전력을 전송하는 송전선로 루트 및 발전입지 부족 심화, 사회갈등 해소기능 미작동, 적정보상체계 및 의견수렴 공론화 절차 미흡, 전자파 특성에 대한 홍보 및 공감대 형성 부족 등 전력수급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상 징후 요소들이 산적해 있다.

올 여름에도 관심단계(400만kW 미만, 순시최저치 320만kW) 4회, 준비단계(500만kW 미만) 28회 등 전력수급 경보가 연이어 울렸다.

이때 발전기 몇기에서 고장이 발생했다면 아찔한 순간을 격을 수도 있었다. 다행히도 전 국민의 절전동참, 수요관리, 발전설비 예방정비기간 조정 등으로 위기를 넘기고 있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전력요금 체계 개선, 사회갈등해소 기능 회복, 의견수렴절차 강화 및 전력수급체계 개선 등 전력산업의 이상 징후 최소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가와 개인이 윈-윈하고 지속발전가능 국가로 가기 위한 사회적 합의점을 신속히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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