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 지난 1970년대에 이룩한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을 되돌아보면 우리 근로자들이 중동에서 땀 흘려 벌어들인 외화의 역할이 컸다.

당시 중동 산유국들은 고유가를 기반으로 막대한 오일머니를 거둬들이면서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건설기업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동시장에 진출했고 이때 벌어들인 외화는 당시 정부 주도의 중화학공업 육성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종자돈 역할을 했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당시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중동에서의 건설프로젝트가 줄기 시작했다.

당시 진출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고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리나라와 중동 산유국들 간의 경제협력관계는 소원해졌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다시 중동지역 진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 플랜트, 담수화시설, 발전소 등 대규모 건설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배경에는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고유가 현상이 있다.

이렇듯 한-중동 경제관계는 국제 유가의 등락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해왔다. 유가가 오르면 국내에서는 물가상승으로 곤란을 겪지만 중동 산유국들의 건설시장은 활기를 띠면서 국내기업의 진출이 늘어난다.

반면 유가가 내리면 국내 물가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동 건설시장은 위축되면서 중동과의 경제관계도 약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세계 경기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경제협력 관계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에너지와 건설부문 이외에 중동 국가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분야를 찾을 필요가 있다. 중동 국가들도 포스트 오일시대를 대비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용이하게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석유화학산업을 비롯해 화학비료, 철강, 알루미늄 등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하고 에너지소비가 많은 업종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 생산을 중심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중동 산유국들은 에너지집약도가 높은 장치산업 이외에도 IT,  물류, 관광, 레저,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중 교육이나 의료부문은 ‘아랍의 봄’ 이후 사회 안정과 국민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신규 학교와 병원 건설은 물론 의료시스템, 의료기기, 이러닝 시스템 등에 대한 수요가 늘 전망이다.

우리는 이러한 부문에 경쟁력 있는 중견ㆍ중소기업의 진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은 고용창출 측면에서 대기업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중동에 경제적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차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위해서 였다.

그 다음으로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한 경제협력이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동 경제협력관계는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자원을 수입하고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오일 머니를 벌어들이는 관계를 뛰어 넘어 보다 다원화돼야 하고 인적 교류도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

우리의 에너지안보도 이러한 교류 관계 하에서 더욱 확고하게 다져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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