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통 온도가 높으면 가스비가 많이들고 온도가 낮으면 연통으로 새는 열까지 꽉 잡아주니까…” 모 보일러사의 광고 카피 내용이다. 이 카피는 열효율이 높은 보일러가 경제성이 높아 소비자에게 이익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가스보일러 시장에서 열효율은 보일러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보일러 제조사들은 서로 자사의 보일러가 열효율이 높다고 홍보해 왔다.

그런데 최근 에너지관리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일러제조사들이 자사제품의 열효율 표시를 실제 측정 열효율보다 1.2%나 낮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동안 그렇게 열효율이 높다고 자랑하고 홍보하던 업체들이 왜 스스로 열효율을 낮추어서 표시하고 있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여기에는 숨은 그림과 같은 속사정이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 속사정은 ‘가스보일러사후관리제’로 이 제도는 열효율 표시를 제조업체가 자율적으로 표시하되 사후에 표시된 내용과 다를 경우 시정명령이나 인증취소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일러 제조사들은 애당초 열효율 표시를 낮게 해서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제재조치를 피하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는 것으로 ‘규제가 만들어낸 웃지 못할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이러한 현상이 가스보일러의 열효율 제도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 서다.

열효율 제도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서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시장 자율경쟁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가스보일러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열효율 표시가 제조사들의 이해에 따라 왜곡되게 표시된다면 보일러 열효율제도의 실효성마저 담보될 수 없는 것이다.

이 경우 소비자는 두가지 의문을 갖게된다. ‘가스보일러 제조사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후 관리 때문에 그토록 강조해왔던 열효율을 스스로 낮추어 표시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보일러 열효율 표시제가 왜 필요한가’하는 의문으로 제도로 인해 소비자 정보 취득의 기회가 박탈된다면 제도자체가 필요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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