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95년부터 실시해 온 영세민 주택에 불량 가스시설 무료 개선 사업을 올해에는 외딴섬과 산간벽지에 있는 시설을 대상으로 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비록 넉넉지 못한 예산형편에서나마 좋은 일 계속하겠다는 데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대상지역 선정에 관해서만큼은 한마디 해야겠다.

잘 아다시피 이 사업이 시작된 첫해에는 생활보호대상자 가정에 불량용품 교체, 96년에는 대상을 바꿔 영세민 거주 아파트에 금속관을 설치해 주었지만 그 실적이 극히 미미했었고, 97년∼98년에는 대상을 또 바꿔 소년, 소녀가장 세대를 대상으로 체적거래시설로 가스사용시설을 교체해 주었으나 이 또한 수혜세대가 전국 9백여세대에 불과해 결국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에 그치고만 아쉬움을 남겼다.

누가 어떤 생각, 어떤 목적으로 조령모개(朝令暮改)를 일삼았는지 모르겠으나 매년 대상을 바꾸다 보니 대상 시설을 충실히 개선하고 소화하는데 미흡했고 더불어 흡족하게 마무리 짓지도 못했던 점을 한번쯤 되짚어 봤어야 했다.

‘전국적’으로 이런 저런 시설을 이만큼 무료 개선해 주었다고 여기저기 내세우기에 앞서 어느 한 대상을 연차적으로 집중 개선해 줄 필요는 없었을까?

예산사정으로 대상 선정 폭이 좁아지다 보니 수혜를 받지 못한 더 많은 대상자들, 더구나 소년, 소녀가장들에게까지 실망을 안겨 마음에 상처만 깊게 해 준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또한 반성, 고려했어야 했다.

각설하고, 섬에 있는 시설이나 산간벽지에 있는 시설이나 시설 개선의 혜택을 받아 마땅한 대상이지만 모름지기 책임 있는 자리에 앉아 어떤 일을 계획하는 관계관들이 신중을 기해 우선 순위를 잘 정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생각하며 올해 대상지역 선정이 과연 합당하고 적절한 선택이었나를 곰곰 되씹어 보게 된다.

도시 외곽, 이른바 산동네, 달동네 비좁은 골목길, 추녀끝, 굴둑옆에 쓰러질 듯 위태롭게 놓여있는 수많은 용기들을 본적이 있는가?

혹시 이런 곳에서는 가스가 새고, 사고가 있어도 별 수 없는 노릇 아니냐고 안전관리를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그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 혼자 기거하고 있는 주택에 가스시설도 많다.

가스가 질질새고, 굴둑옆이 아니라 아예 붓두막 위에 용기가 놓여있는 곳도 있다.

연소기와 호스는 너무 오래 써 당장 바꿔야 할 것들이 많고, 그래서 차마 오래 머물러 있기가 겁날 정도인 시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과연 어느 쪽이 더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는 시설이었을까? 인구밀집지역이나 독거노인의 시설과 외딴 섬, 한적한 산간벽지의 시설, 그 어느 곳이 더 급한 곳이었는지를 심사숙고했어야 했다.

기왕지사 결정된 일,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필요한 자재의 구입과 운송, 무료 봉사를 약속했다는 판매업계의 동참등 우려되는 바가 한 두가지 아니다.

시루떡 한가지도 제대로 익혀 놓지 못한 처지에 이떡 저떡 욕심 부리다 몽땅 개떡 만들까봐 염려스러워 중언부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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