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택 대한설비공학회 회장(국민대 교수)
[투데이에너지]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3차 산업혁명’에서 수평적이고 분산적인 인터넷 에너지모델을 제시했다.

산업혁명은 정보혁명과 에너지혁명으로 이뤄지는데 1차 산업혁명은 인쇄술과 증기기관이, 2차 산업혁명은 전화와 대규모 발전소가 이끌었고 이제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과 재생에너지가 이끌고 있다. 작은 PC를 연결한 인터넷이 정보혁명을 이룬 것처럼 분산된 에너지가 핵발전과 같은 중앙집중형 에너지를 대체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통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일반 사물들까지 서로 통신하는 사물인터넷(IoT) 또는 만물인터넷(IoE)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에너지분야의 혁명은 진전이 더뎌 보인다. 3차 산업혁명을 이끌 분산형발전이란 지금과 같은 대규모 발전소가 아니라 그리드에 연결돼 있는 여러 개의 소규모 발전시설과 에너지저장시설에 의한 에너지공급체계를 말한다. 여기서 발전은 주로 태양광, 풍력, 폐기물, 바이오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의미하며 에너지저장은 액화수소를 특별히 강조한다.

올해 초 우리나라는 향후 20년간의 에너지비전과 주요 과제를 제시하는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체계적인 수요관리에 중점을 둔 진일보한 에너지정책기조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여기서도 신재생에너지와 분산형발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밀집된 대도시에서는 설치 공간을 찾기 어렵고 지방은 설치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다.

입지 문제, 민원 문제, 관련 규제 등 현실적인 여건이 여의치 않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낮은 전기요금과 에너지간 상대적 가격왜곡이 새로운 시장 창출에 장애가 되고 있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에 근거한 분산형에너지는 유럽과 같은 경우에나 적합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신재생에너지보다는 초소형 열병합발전(이하 m-CHP)이 분산형 전원의 현실적인 대안이다.

열병합발전은 단일 에너지원으로부터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 공급하는 에너지생산시스템이다. 효율이 매우 높아 대도시의 대기환경 개선효과가 있고 분산형 전원으로 이용되면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유리하며 대형 핵발전소 줄이기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세대별로 초소형 발전기가 내장된 보일러가 집에서 필요한 온수와 난방은 물론 전기를 자체 생산한다. 열저장 탱크와 이차전지를 추가하면 시간대별로 불규칙한 열 및 전기수요를 맞추기 용이하다.

가정용 m-CHP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에 의해 스마트하게 실시간 운전되며 외부 그리드에 하나의 노드로 접속돼 잉여에너지를 주고받는다.

m-CHP가 미래형 분산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 열병합발전과 건물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형 열병합발전에 비해 오히려 보급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3차 에너지혁명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일면 보수적인 에너지 및 설비분야에서 정보통신 기술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응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저렴한 장비를 개발하는 하드웨어 기술도 중요하지만 분산돼 있는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장비 관련 운전데이터 분석과 사용자 관련 행동 및 생활패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과 장비를 손쉽게 연결하는 다양한 스마트 솔루션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첨단 ICT기술을 에너지분야에 접목해 앞으로 펼쳐질 3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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