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강은철 기자] 소중하고 어린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며 다시 한번 안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세월호 선장처럼 일부 몰지각한 보일러업계의 종사자들이 눈앞의 이득을 쫓아 안전과 생명을 경외시해 보일러안전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정용 가스보일러의 안전 사각지대’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무자격자 시공 △중고보일러 유통 △사설업자 A/S 등을 들수 있다. 이 3가지 문제점들은 개별 사안들이 아니라 톱니바퀴처럼 연쇄적으로 발생되는 문제들이다. 자격을 소지 못한 사설업자가 이익을 목적으로 인터넷 및 전화번호 스티커 부착을 통해 제품을 설치하고 기존 보일러는 회수해 중고로 다시 재판매를 하거나 부품을 재생해 불법서비스로 이어지는 형식이다.

이런 불법에 대해 업계 내 종사자 및 기관들은 개선방법에 대한 공통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입법 과정을 거쳐 제도적으로 시공 자격증 소지자만이 설치를 하도록 강제하고 중고보일러 사용 및 사설서비스가 적발됐을 경우 벌금을 부과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만 그 대책이라는 것도 이미 비슷한 신고제도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보일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제조사, 협회, 도시가스가 아닌 소비자가 이런 사안들을 알아서 신고하게끔 돼 있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자격 시공업자

먼저 사설업자 스스로 안전에 대한 인식 전환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방법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보일러업계의 의견이다. 

보일러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사, 협회, 도시가스(지역관리소)와 판매업자(사설 포함)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라며 “그동안 보일러업계의 대표적 협회인 열관리시공협회와 전국보일러설비협회가 주관하는 각종 포럼, 회의, 교육 등을 통해 많은 문제들이 해결돼 왔지만 협회 입장에서도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 협회의 규정을 따르지 않는 업체까지 관리하기란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조사 또한 위탁 계약을 맺고 운영되는 대리점의 경우 개설 초기부터 ‘시공면허’와 ‘가스 점검 장비 구비’ 등을 대리점 개설의 기본 조건으로 규정하고 정기적으로 서비스 교육, 부품실사, 서비스 평가제도 운영, 해피콜 등으로 서비스 품질 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보일러안전에 대비하고 있지만 계약 관계가 전혀 없이 제품을 구매해 판매하는 업자들에 대한 관리를 하기란 제조사 입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보일러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일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으므로 시공 후 보일러 및 주위환경이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라며 “보일러시공 후 하자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므로 결과적으로 고객 및 보일러 제조사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시공 신고 접수를 받아야 하는 도시가스사(지역관리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업자가 신고를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정기적으로 세대방문을 통해 가스검침, 안전점검 등을 진행하지만 보일러안전 사항까지 체크하기란 쉽지 않다. 차후에 소비자의 서비스 불만신고를 통해 콜센터(제조사)로 서비스가 접수되더라도 정확한 신고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제조사에서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쉽지가 않다.

보일러업계의 한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스안전공사가 주축이 돼 신고, 벌금 등이 아닌 서류 제출 등을 성과로 측정해 포상하는 제도를 마련해 포상자는 가스안전공사, 협회, 제조사 등의 매체(잡지, 홈페이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를 통해 수상 사실을 공표해 주는 것”이라며 “해당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금 마련이 필요해 제도 운영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세제 혜택 등의 다양한 방법을 마련한다면 어렵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소비자 인식전환도 필요

물론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그 뒤로 숨거나 또 다른 나쁜 방법을 찾는 사례들이 있을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바로 두번째인 소비자 인식의 전환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바른 유통과정을 통해 구매와 서비스를 받는 것이 소비자(고객)의 입장에서는 유리하고 득이 높은데도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를 뒷받침하듯 설치하자 및 도시가스 서류 미제출 등으로 소비자와 제조사간 문제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 자주 발생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모 보일러사는 대리점에서 서비스를 받고서도 소비자결정에 따라 민원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경기도 이천 지역의 한 고객이 폐사 대리점에서 점검을 받고 보일러교체 견적을 안내받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무자격업체로 설치 의뢰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누수가 발생해 시공자에게 연락을 취하니 제조사로 연락해보라고 해 접수된 고객 불만 사항이었다. 

현장 방문을 통해 확인한 결과 보일러가 아닌 배관 누수로 인한 설치하자로 판명돼 결국 소비자는 추가 비용을 들여 수리하게 된 것이다.

이 보일러사의 관계자는 “이 소비자가 무자격업체에 구매한 이유는 가격 때문”이라며 “대리점에서 받은 견적과 동일 제품을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저렴하다고 판단해 구매 신청을 했지만 설치과정에서 연도·가스관 추가, 카드결제 등의 이유로 자재비가 추가되고 배관 누수로 추가 비용을 들여 결국엔 더 많이 지출한 셈이 돼 버린 사례”라고 지적했다.

■중고보일러, 새보일러보다 이득 없어

위 사례에서 소비자의 선택기준이 가격이었듯 ‘중고보일러 유통’도 마찬가지다. 재개발 예정지의 경우 중고 가스보일러를 찾는 고객들이 종종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가 아닌 집주인이 찾는 경우도 일부 있지만 중고제품을 권유하는 업자들이 재개발을 명목으로 설득하기 때문이라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후 보일러와 마찬가지로 다년간 사용한 중고보일러의 상태와 설치, 해체, 이동간 발생되는 충격으로 인해 중고보일러는 가스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라며 “중고보일러를 설치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취하는 이득이 크지도 않으며 최근 보일러 제조사에서 무상보증 3년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인 것을 고려하면 새 보일러를 설치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더욱 유리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폐기된 제품을 회수해 유통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재활용 시 보일러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정상적인 부품을 사용해 수리를 하지 않아 제품의 안전성, 효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라며 “또한 제품이나 부품 노후화, 비정상적인 재활용으로 인해 A/S를 받아 부품을 교체하고 수리하는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렇듯 소비자의 보일러 설치 및 서비스와 관련한 기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보일러는 TV, 냉장고와 같이 기호와 돈에 따른 선택 제품이 아닌 안전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분쟁 줄이기 ‘보일러 및 온수기 설비’라는 자료에서도 제품에 기재된 A/S센터로 연락하고 전문가를 통해 설치할 것을 권장은 하고 있지만 소비자는 룸콘이나 제품에 붙여놓은 스티커를 보고 전화를 하기가 쉬우므로 시공면허 확인과 중고보일러에 대한 경각심을 짚어주는 항목은 필요하다. 물론 관련 자료를 통한 고지가 없어 해당 문제들이 발생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다방면으로 보일러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방위 교육을 통한 보일러 안전교육, 보일러 구매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행동요령을 담은 매뉴얼을 제작해 각 구청 및 동사무소에서 배포, 가스안전공사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가스시공면허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설업자 A/S와 관련 “보일러사의 대표번호를 모르는 경우 포탈싸이트나 114 우선안내서비스를 통해도 사설업자들이 보일러사의 대리점 또는 서비스점으로 검색되고 있다”라며 “사설업체들은 중고부품 사용, 과다 서비스비용 청구 등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으며 사설업자로부터 피해를 겪은 소비자가 보일러사 콜센터로 민원을 접수하는 사례가 많으며 대리점 역시 사설업자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업계 스스로도 반성해야

그동안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 성능 및 에너지 효율 향상을 이뤄 왔으나 업체간 치열한 경쟁으로 현재의 올바르지 못한 유통 구조를 형성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문제다. 

보일러업계에서 전자제품 제조업체만큼 서비스망을 구축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그 회사들의 서비스 체계 구축 사례를 연구하고 참고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보일러안전의 사각지대를 제거해 가는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향후 보일러산업은 그동안 쌓아온 콘덴싱 및 저NOx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도래되는 사물인터넷시대에서도 집안의 기본 내구재로써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기기간 허브 역할을 수행해 환경과 에너지절약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봉에 설 수 있다. 이에 앞서 반드시 보일러의 안전 사각지대는 반드시 제거돼야 할 보일러업계의 당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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