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5주년] 에너지 조세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창간5주년] 에너지 조세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승인 200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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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한 조세는 자원배분의 비효율성 초래
▲ 전재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도입 및 생산, 판매, 이용 과정에서 부과되는 조세 및 각종 부과금 규모가 다른 산업이나 업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총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2002년 기준으로 에너지부문의 조세 납부실적은 총조세의 10%를 훨씬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에너지 부문의 조세비중이 이렇게 높은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 및 산업구조가 에너지 다소비형으로 형성되어 있는데다가 정부가 여러 가지 정책목적을 가지고 에너지 부문에 다양한 형태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송용 연료에 집중적으로 조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이는 징수비용이 적고 조세저항 또한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에너지 부문의 과다한 조세 부과는 안정적 세원확보로 정부의 종합 재정수지에는 긍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조세의 부과 과정에서 형평성과 원칙이 확립되지 않아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등 국민경제적 측면에서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부문의 조세체계 실태를 점검하고 에너지부문에 과세되는 조세체계의 전반적 문제점을 지적함과 아울러 에너지부문의 조세가 건전재정 기여와 함께 에너지 이용으로 발생되는 환경과 혼잡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 조세체계에는 에너지 부문의 조세 또는 ‘에너지세’라는 별도 세목은 없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에너지 부문의 조세를 에너지의 도입, 생산, 판매, 이용 과정에서 부과되는 조세와 각종 부과금을 총칭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규정에 부합하는 내용이 있는 세목을 전체 조세체계에서 발췌, 통합해 사용했다.

에너지의 양면성 : 필수재와 사치재, 산업용과 일반용

정부는 에너지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차등 조세정책을 실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전력, 도시가스 등과 같은 에너지를 시민들의 기본 생활에 필요한 필수재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에너지에 대해서는 에너지의 생산, 판매, 이용과정에서 최소한의 과세만 하고 오히려 이들 에너지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생산단계에서 재정에서 직접 지원을 하는 등 다양한 교차보조가 이루어져왔다.

반면 휘발유와 같은 수송용 에너지는 사치성 소비재로 간주하여 매우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대표적인 세목으로 특별소비세를 들 수 있다.

필수재와 사치재의 구분과 차등과세는 규범적인 측면에서나 사회통념상으로 충분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소득재분배 측면에서 일정 부분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긍정적 측면의 경제적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필수재에 대한 지나치게 낮은 조세부과는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하여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의 원단위가 세계 최고 수준이 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리고 수송용 연료에 대한 과중한 조세부과와 연료간 과세 불균형의 누적은 심각한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와 아울러 정부는 에너지를 산업생산에 필요한 중간 투입재와 일반 최종 소비재로 구분해 중간 투입재인 산업용 에너지에 대해서는 산업지원 차원에서 최소한의 조세를 부과하거나 추가적인 다양한 지원을 하는 반면 최종 소비재로 사용되는 가정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조세를 부과해 왔다.

산업용 에너지와 개인 소비용 에너지의 구분과 차등과세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광범위한 의미의 필수재와 사치재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에너지 부문의 차등과세는 에너지 소비의 성격이 필수적인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된다.

에너지 과소비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재에 대한 과세 현실화가 필요하며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특소세를 도입할 당시의 사회여건과 지금과는 차이가 많기 때문에 사치재에 대한 개념조정과 이에 따른 과세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향후의 에너지부문의 조세는 이러한 필수재, 사치재의 구분에 의한 과세보다 에너지이용에 따른 각종 사회적 비용을 원인자 부담원칙에 의해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특히 에너지 이용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을 저감시킬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조세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도시 대기오염의 85%를 유발하는 수송용 연료에 대한 특단의 조세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대기 오염이 OECD 국가들 가운데 최악의 수준인 것은 경유차량의 보급률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며 경유 차량의 보급률이 높은 것은 경유의 가격이 휘발유에 비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의 물류 대란은 물류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된 결과가 주 요인인데 문제 해결을 조세환급을 통한 경유가격 인하에서 찾으려는 것은 문제 본질을 더 왜곡시키는 조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가파르게 증가시키고 관련 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국민경제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수송용 연료가 중심이 되고 있는 국가 에너지 조세체계를 환경친화적으로 전환시켜 연료사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국민경제의 부담을 경감시켜 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조세저항 등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지만 환경친화적 조세체계가 회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을 인식하여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에너지 부문 조세정책 개선과 환경친화적 조세체계 구축의 시작은 경유 가격의 현실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수송용 연료가격 비율의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수송용 연료가격 비율 조정은 조세에 의해 연료가격 비율을 설정할 경우 지금까지의 산업 우선 논리에서 탈피해 환경이 충분히 반영되고 중시되는 방향에서 새롭게 설정돼야 한다.

환경이 중시된다는 것은 연료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부문의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비용의 원인자 부담원칙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 원칙과 방향 정립이 필요하다.

먼저 사회적 비용을 연료 가격에 내재화하는 방법과 절차는 객관적이며 원인자 부담원칙에 의한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 연료간 형평성이 결여되면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목적 달성도가 낮아지고 경우에 따라 더 심각한 ‘시장의 실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징수비용이 최소화되는 효율적인 징수방법이 돼야 한다.

아울러 사회적 비용 분담이 소득계층별로 역진적 구조가 된다면 규범적으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비용 부과의 현실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비용부과 방법에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부과된 비용이 소득 재분배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

소득 재분배와 사회적 비용을 어느 정도 비율로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적 비용을 할당할 경우에도 어떤 부분에 어느 정도 비율로 할당하는 것이 바람직한 가에 대한 원칙이 정립돼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배분의 문제로 해당 사회의 여러 가지 여건과 정부의 정책 성향과 철학, 경제력과 경제발전 수준 등에 의해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

이와 관련한 현재 우리나라의 여건을 단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정책의 중심이 성장에서 분배, 산업에서 환경으로 점진적으로 이행되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그리고 연료가격정책만으로는 본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된 소득정책, 산업정책 등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가격차별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미 우리와 같은 문제를 먼저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고 있는 선진국들의 관련 지표들을 충분히 참조하고 정책 시사점을 파악하여 시행착오를 줄여나가야 한다.

수송용 연료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원간 가격비율 조정의 필요성은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왔으며 정부차원에서도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2000년5월 에너지가격체계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정부의 가격구조 개편 내용은 경유가격의 일정 수준 현실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점도 있지만 경유와 LPG가격간의 격차가 연비기준으로 산정하면 사실상 역전이 되고 개편 당시에는 경유 승용차 시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 있어 정책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재의 정책기조라면 경유 사용량이 더 늘어나 사회적 비용이 더 증가할 수 있으며 정부도 이러한 점을 인정하고 최근 새로운 가격구조 개편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참고로 이와 관련해 최근 경유차환경위원회가 전원 합의를 거쳐 제시한 가격비율과 관련 연구기관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수송용 연료인 휘발유 : 경유 : LPG의 가격비율이 최소한 100 : 85 : 50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최소한 이정도 비율이 유지돼야만 수송용 연료에 의한 대기오염 악화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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