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택 대한설비공학회 회장 (국민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투데이에너지]  에너지란 말은 돈이라는 말 만큼이나 흔히 쓰인다. 생활 속에서 일반적인 명사로 사용되기도 하고 전문적인 과학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에너지는 보존되며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하고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라는 몇 가지 사실들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세계적인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도 에너지가 도대체 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단지 추상적인 것이라고 알 뿐이라 했다. 에너지(energy)를 뜯어보면 세상을 움직이는 요물인 돈(money)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발견된다.

첫째 에너지와 돈 모두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고 돈은 무엇을 살 수 있는 능력이다.

능력은 능력일 뿐 실체가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그 능력을 담고 있는 물체이다. 전기에너지가 흐르는 전기줄이나 바이오에너지가 들어 있는 음식을 볼 뿐이지 정작 전기에너지나 바이오에너지는 볼 수가 없다. 지폐와 신용카드 역시 돈의 능력이 부여된 종이쪽지며 플라스틱 조각에 불과하다.

둘째 에너지와 돈 모두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하며 전환이 가능하다.

에너지는 열에너지, 전기에너지, 위치에너지, 화학에너지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돈은 지폐, 신용카드, 수표, 어음, 마일리지, 비트코인 등 역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다양한 형태로 바뀔지언정 총량은 불변이다. 열역학 제1법칙에 따라서 에너지는 보존되며 화폐는 주어진 경제적 교환가치를 가진다. 물론 엔트로피나 교환가치에 따라서 100% 전환이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에너지와 돈 모두 다른 사람에게 양도가 가능하다. 에너지나 돈을 타인에게 줄 수도 있고 타인에게서 받을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에너지나 돈을 받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행복해 한다는 사실이다. 삶의 에너지를 느끼며 기쁨을 얻는다. 돈으로 에너지를 사는 사람도 있고 에너지로 돈을 벌어서 행복해 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우리는 에너지와 돈에 너무 의존하고 있으며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면 환경이 파괴되고 돈을 너무 많이 쓰면 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 에너지나 돈은 모두 아껴서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올해 겨울은 예년에 비해 따뜻할 것이라고 하니 서민들에게나 에너지 정책자들에게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난방비가 그나마 덜 나가고 전력대란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산업 구조적으로 에너지 다소비국이고 96% 이상을 수입하는 에너지 수입국이다. 매년 두 차례씩 전력피크가 발생하고 있는데 여름철에는 에어컨 때문에 겨울철에는 전기난방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전력피크가 2008년까지 여름철 한낮에 발생하던 것이 2009년 이후 부터는 겨울철 한밤 중에 발생하고 있다. 심야에 남아도는 전기를 사용하고 부하 변동률을 줄이기 위해서 도입된 심야전기 요금제도가 만들어낸 기현상이다.

에너지수요는 에너지가격과 반비례 관계에 있다. 2005년에서 2012년까지 석유 가격은 60% 인상된데 비해 전력 요금은 33% 인상에 그쳤다. 그 결과 석유는 사용량이 44% 감소했고 전기는 40% 증가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요금은 OECD국가 평균의 61%에 불과하다. 일본이나 독일의 50%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다. 또한 열전기가격이 석유가격보다 저렴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나라 에너지자원의 균형 있는 활용을 위해서는 열역학적으로 합당한 가격정책이 제시돼야 한다. 에너지로 경제가 돌아가게 하고 경제정책을 써서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구현한다. 결국 에너지는 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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