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원 대한석유협회 회장
이라크전쟁이 끝난 지금도 이라크에선 각종 테러 등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쟁에 대해 군사전략적 측면이나 정치경제적 역학관계 등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의 국제석유질서 재편이 목적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이번 전쟁 역시 지난 1,2차세계대전, 걸프전 등과 같은 석유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석유라는 자원의 유한성과 상업적 대체재의 부재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석유에너지 확보가 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복잡다기한 석유정제 속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석유에너지를 둘러싼 정책과 비전이 미래 국가 경쟁력과 후손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 국가경제와 정유산업의 위치

에너지사용량의 약 49.1%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사용전량을 해외로부터 들여와야 하는 자원빈국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번째로 석유를 많이 수입하고 있고 석유소비량은 세계 6위에 이르는 에너지다소비국이다. 그것은 고도성장과정에서 중화학공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했기 때문이었고 현재 세계 11위권의 무역국가로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정유산업의 02년 현재 매출액은 39조원으로 GDP중 6.5%를 차지하고 석유류 세수는 02년 국방비 예산을 초과하는 17조9,000억원을 담세하여 석유수입부과금 포함시 총 국세중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주요 석유소비국들은 일찍이 석유 확보와 안정 공급을 위해 소비지 정제주의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다를 바가 없으며 아울러 석유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 소비지 정제주의와 석유산업의 경쟁력

소비지 정제주의 정착과 석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쟁력을 저해하는 국내 환경개선이 시급하다. 주요선진국 및 경쟁 상대국은 대부분 원유 무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OECD 30개국 중 26개국이 원유무관세이고 중국뿐만 아니라 대만도 02년부터 무관세로 전환했다. 미국은 0.3%, 석탄재원 마련을 위해 0.9%를 부과하고 있는 일본도 07년4월부터 무관세가 적용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83년부터 20년 동안 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해왔다. 결과적으로 경쟁 국가들에 비해 스스로 재갈을 물리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관세체계와도 맞지 않는다. 현재 국내 다른 산업의 관세를 보면 비경쟁 원재료(철광석·원목)는 0~2%, 1차 가공품(철·제재목)은 5%내외, 완제품(철강제품·목재제품)은 8%의 관세를 부과해 원재료와 완제품의 관세차이를 대략 8%로 유지하고 있다. 02년 8월 재경부 산하 조세연구원의 관세제도 연구결과도 원유와 수입석유제품의 적정한 관세율 격차는 6~8%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주요 경쟁국인 일본은 6%, 중국은 7.5%, 대만은 9.5%의 차이를 두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제 및 국내 관세체계와 부합시켜 경쟁력을 회복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7월 원유관세가 할당관세 형식으로 3%로 인하되긴 했으나 근본적인 석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원유무관세가 시급히 법제화돼야 한다. 또한 원유관세 무세화가 될 때까지 보완조치로 원유에 부과되는 석유수입부과금을 추가로 인하해야 할 것이다.

조세연구원이 1995년 및 1998년 산업연관표를 기준으로 석유산업의 생산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1995년 석유산업의 생산파급효과는 1.2이며, 1998년에는 1수준이다. 이는 석유산업 산출액이 100억원 감소하면 석유제품을 투입재로 사용하는 산업들의 생산에 발생하는 애로로 인한 생산감소가 누적적으로 120억원에 달하고 국내 전체적으로 220억원의 생산감소로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큰 생산파급효과는 만약 어떤 요인으로 인해 석유제품의 공급이 원활히 되지 못할 경우 부가가치 흐름상 매우 큰 누적적 애로를 초래해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상당히 큰 생산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소비지 정제주의의 경제적 근거를 보여주는 것으로 석유제품의 공급이 급격히 위축될 경우 산업전반에 미치는 타격의 위험이 크므로 국내에 적정한 공급능력을 안정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국민경제적으로 위험요인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 원유관세 무세화와 세수

원유무관세에 따른 세수결손 부분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01부터 06년까지 예정돼 있는 정부의 에너지세제개편에 따르면 총 34조1,500억원의 세수가 증가되고 06년 이후에도 세제개편전 대비 연10조원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원유관세인하로 인한 연7,300억원의 세수감소는 에너지세제개편으로 연평균 5조7,000억원의 세수증가로 충분히 상쇄가능하다.

조세연구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유관세 무세화의 후생효과는 포기되는 세수 1원당 1.258원의 국민 실질소득 증가로 연결돼 농림수산품 1.199원, 광산품 0.459원, 목재 0.521원, 화학 0.724원 등 다른 원자재중에 비해서도 효과가 가장 크다. 또한 소비자물가 0.05% 하락, 무역수지 약 4억9,000만불 개선 등으로 경제성장률은 0.1% 상승된다고 전망했다. 또한 국제적인 기후변화협약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제시설 고도화를 위한 투자 동기도 부여할 수 있다.

또한 원유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이 인하되면 국민부담 해소로 곧바로 연결된다. 원유관세가 2% 인하되면 약 4.4원의 소비자가격 인하효과가 발생한다. 실제로 이라크전이 한창이던 지난 2, 3월 정부는 에너지수급안정을 위해 원유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을 인하했고 정유사는 즉시 석유제품가격을 인하했었다. 또한 7월부터 시행되는 원유관세 인하에 따라 정유사는 석유제품가격을 앞당겨 인하했다.

▲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필요

석유는 우리나라 총 에너지소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산업체 및 국민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기초에너지원이다. 또한 국내 세수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동안 국내 석유산업은 1,2차 석유위기 및 걸프전 그리고 최근 이라크전쟁 등을 무난히 극복하면서 경제발전을 위한 산업의 혈액인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에 주력해 왔다. 비록 최근 수입석유제품 증가, 유사휘발유 범람 등으로 석유산업의 환경이 갈수록 척박하지만 정유업계에 부여된 책임을 앞으로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여러분께 약속드리는 바이다.

이를 위해서는 불합리한 관세율 체계 개선 등 국내 석유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의 시행이 어느 때 보다 시급하고도 중요하다. 국가의 핵심 기간산업인 석유산업이 건전하게 육성, 발전돼 국가발전과 국민소득 2만불시대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그리고 언론과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