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SNE리서치 이사
[김병주 SNE리서치 이사] 최근 유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6개월 전 유가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2008~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낮다. 국내 대부분의 주유소가 리터당 휘발유 1,400~1,500원대의 가격을 고시하고 있으며 1,300원대 휘발유 판매가격도 등장했다. 휘발유가 1,300원대로 떨어진 것은 6년만의 일이다.  

전기차 업계에서도 유가 영향이 감지된다. 내연기관차량과 경쟁관계에 있는 만큼 그 영향이 없을 수 없다. 미국 전기차의 상징적 기업인 테슬라 모터스 주가는 7개월만에 200달러선 아래로 내려 왔으며 판매량도 지난 달 11월 1,200대로 작년 동기대비 300대나 줄었다.
 
워렌 버핏이 투자한 기업으로 유명한 중국의 전기차 생산 대표 기업 BYD도 홍콩 주식시장에서 12월18일 하루 만에 29% 폭락 했으며 장중에는 최대 46%까지 떨어져 거의 반 토막 수준이 됐다. 유가 하락에 힘입어 완성차 브랜드의 상승하는 주가 모습과 대비된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함께 생산하는 업체는 유가 하락의 호재와 악재가 상쇄돼 드러나지는 않지만 저유가 기조에서 친환경차 수요에 대해 고민하고 향후 개발 방향과 출시 시기를 재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다.
 
차량 구매를 위해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를 두고 고민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유가가 이렇게 떨어진다면 내연기관차로 구매 의사가 기울 것이다.
 
충전 인프라 부족과 주행 거리가 짧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를 운행하려는 이유는 휘발유대비 10분의 1 수준의 낮은 연료비다. 월 평균 주행 거리를 1,000㎞로 가정하고 연료비를 비교해 본다면 연비 14.1Km/ℓ의 국내 소형차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 일때 약 12만원의 연료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기차의 충전 전기료는 약 2만원 선에 그쳐 10만원의 절감효과를 누리게 된다.
 
그러나 휘발유 가격이 1,500원 선이라면 월 연료비는 약 10만원 수준이고 연료비 절감 효과는 8만원으로 떨어지게 된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휘발류 차와 비교해 보아도 5만5,000원 수준이던 월 절감 비용이 4만원으로 줄어든다.
 
일반 휘발유 차량보다 600만원 이상 비싼 국내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비교해 봐도 리터당 2,000원일 때 차량가격과 연료비 상쇄 기간이 4년 5개월이지만 리터당 1,500원을 적용하면 5년 10개월로 늘어난다. 연료비 절감효과가 떨어질수록 그만큼 전기차는 매력을 잃게 된다.
 
■환경규제는 더욱 엄격해진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에 이러한 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만 따지면 안 된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을 추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환경오염 개선에 있다.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등의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를 논할 수도 있고 나 자신의 건강 문제를 생각할 수도 있다.
 
호흡기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초미세먼지 발생 주범의 25%가 자동차가 배출하는 매연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자동차는 사람이 밀집돼 있는 도심에 집중돼 있어 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에 심각하다. 이러한 환경문제와 대기오염에 인한 사망, 질병 등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경제적 손실로 환산한다면 월 몇 만원의 연료비 절감 이익과는 비교가 쉽지 않으며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값어치가 있다.
 
환경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전세계 각국은 다양한 환경 규제 프로그램을 자동차에 적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ZEV (Zero Emission Vehicle) 법규를 통해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와 연료전지차의 일정 비율 판매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매년 그 비율을 늘려 가고 있다. 의무 비율을 맞추지 못할 시에는 자동차 업체에 벌금을 부과한다.
 
유럽연합에서도 CO₂배출량 130g/㎞ 이하를 기준으로 완성차 제작사별로 규제하고 있으며 이 기준은 계속해서 낮아져 2020년에는 95g/㎞ 이하로 2025년에는 75g/㎞ 이하로 규제할 계획이다. CO₂배출량이 50g/㎞ 이하인 차량에 대해서는 Super-Credit를 부여, CO₂배출 초과에 따른 벌금을 감면해 친환경차량의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그리고 매연을 많이 발생 시키는 경유 차에 대해서는 1992년부터 경유차 규제 EURO x를 시행해 왔으며 현재는 질소 산화물(NOx)을 0.4g/kWh 이하로, 분진을 0.02g/kWh 이하로 규제하는 EURO-6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빠른 도시화와 산업화, 자동차 보급 증가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진 중국 또한 CO₂ 배출량을 2015년 159g/㎞ 이하, 2020년 117g/㎞ 이하로 낮춰 갈 계획이며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주도로 전기차 보급활동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2020년까지 도심에 디젤차 운행을 금지할 예정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처럼 이산화탄소 배출을 전면 규제하는 극단적인 사례가 상상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수송용 전기차 확산, 도심 환경개선에 최적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 버스는 약 1만대 가량이다. 서울시 전체 등록된 차량 중 0.5%도 안 되는 숫자지만 경유 엔진 위주이고 운행 경로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도심에 집중돼 환경 오염 유발이 심각하다.
 
▲ 포항시 배터리교환 정류장과 전기버스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 버스가 그 해결책이라 할 수 있겠다.
버스의 특성상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고 차고지로 돌아 오기에 차고지 또는 정류소에 충전 시설을 설치하면 충전 문제는 해결된다. 또 차체가 커 많은 양의 배터리 장착이 가능해 충전당 주행거리도 노선거리를 운행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버스는 하루의 대부분을 운행하기에 수시간이 걸리는 완속충전은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 충전방식으로는 수분 내에 충전된 배터리를 장착하는 배터리 교체형 또는 정해진 경로 상에서 무선충전이 되는 방식 등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러 대도시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남산순환노선에서 이미 전기버스가 운영되고 있으며 포항시에서는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를 운행할 예정으로 시범사업을 거쳐 2015년에는 본격적으로 확대 추진된다.
 
중국에서는 이미 3만대 이상의 전기버스가 보급, 운행되고 있으며 미주와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전기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한국처럼 택배 문화가 발달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 1990년대 초에 시작된 택배 서비스는 한국에서 더 큰 규모로 정착했다. 택배 화물 하차와 배달을 위해 정차가 잦은 운행 특성상 연비가 상당히 낮으며 공회전 상태로 정차하는 경우도 꽤 있다. 이는 소음, 매연 발생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 전기차로 전환한다면 연료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배기가스를 없앨 수 있어 주거지역의 대기오염과 소음방지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일정한 구역을 매일 운행하고 일정한 장소로 돌아오는 택배차량의 특성은 전기차로 전환하기에 아주 적합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택배차량은 일 평균주행 거리가 50㎞ 이하로 한 번 충전으로도 하루의 운행거리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월평균 유류비가 약 37만원 수준이다. 전기차로 전환한다면 연료비용에 대한 부담도 약 5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 비용절감 효과도 크다.
 
배달용 이륜차량에도 전기차를 접목시킬 수 있다. 배달 대부분이 100cc 이하급 스쿠터가 이용되고 있다. 한적한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이러한 스쿠터의 배기음은 짜증나는 소음이다. 또 매연문제도 야기한다. 배달용 스쿠터를 전기스쿠터로 바꾼다면 소음 감소와 주거지역 공기오염을 막을 수 있다.
 
▲ 전기삼륜차
상인들의 입장에서도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어 이득이다. 스쿠터의 사용이 많은 중국, 대만,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의 동아시아에서는 이미 전기이륜차를 성장 가능성이 큰 잠재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고 전기이륜차가 상당량 운행되고 있다. 필리핀 등에서는 전기삼륜차를 관광용으로도 사용한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인해 전기차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또는 준비하는 업계는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우려가 크다. 2015년 전기차 시장에 대해 밝지 않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는 유가에 휘둘리는 사업이 아니라 앞으로 환경오염 문제 해결과 함께 건강하고 나은 삶을 위해서 꼭 이뤄내야 하는 가치 있는 일이다.
 
단기적인 유가 하락에 눈이 멀어 미래의 시장 육성에 주춤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기차 보급을 위한 지원금과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이 지금까지는 주목을 받아 왔지만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상용전기차 보급이 향후 더 활성화 돼야 한다.
 
전기버스, 전기오토바이, 전기트럭을 만들어 내기 위해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에 대한 격려와 정책적인 지원이 더욱 더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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