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일 한국지열에너지학회 회장(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투데이에너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한 아파트가 올해는 1,000만세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에 지어진 아파트는 30년이 넘어 이미 수명을 다했으며 이로 인해 앞으로 대규모 재건축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30년간 아파트는 외장과 내장 모두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와 함께 난방시스템도 혁명적인 발전을 이뤘다.

초창기 연탄보일러와 기름보일러를 주로 사용하다가 가스보일러와 지역난방이 이를 대체했으며 최근에 짓는 주상복합아파트는 히트펌프로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공급하는 단계에 와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아파트는 어떤 난방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나? 에너지소비와 온실가스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녹색성장의 돌풍이 많이 약해졌으나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세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국들은 친환경 난방시스템 도입에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우리정부도 친환경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 보급확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 지열적용 대표 사례 - 서울시 신청사
아파트 재개발사업은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연면적 10만m² 이상의 대규모 재개발 아파트에 예상 에너지사용량의 12%정도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조례에 규정하고 있다.

면적이 100m²인 아파트 1,000세대의 경우 770만8,692 kWh/yr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설계에 반영할 때 초기투자비만 맞추면 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원별 기준단가는 천차만별이며 보정계수도 다르므로 규정에 따라 동일한 투자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원별 설치규모는 지열이 5,385kW, 태양광이 1,371kW, 연료전지 122kW로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 지열적용 대표 사례 -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이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제2015-34호를 반영한데 따른 결과로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의 균형발전을 위해 각각의 신재생에너지에 가중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하는 R&D나 보급사업에 이같은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민간에서 시행하는 대규모 건축사업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재개발사업 중 여러 곳에서 경제성이나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 및 시공의 편의성만을 고려한 신재생에너지 적용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자칫 엄청난 국부유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모든 제도는 시대상황에 맞게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보급사업 위주로 입안된 제도를 민간부문에 적용할 경우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필자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민간부문에 적용하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가중치를 배제한 에너지생산량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세대당 면적을 대략 100m²로 가정하고 세대당 난방 및 급탕용량을 10kW로 계산할 경우 1,000만세대 전체에 필요한 난방 및 급탕용량은 1억kW에 이른다.

▲ 공동주택 지열 단면도
이를 100% 지열로 공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투자비는 약 10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30년간 재개발이 진행될 경우 연간 평균 3조3,000억원의 지열시장이 창출된다.

지열은 신재생에너지 중 초기투자비가 가장 낮으며 계절이나 외기 조건에 관계없이 항시 사용이 가능하고 성능과 경제성이 이미 검증된 열원이다.

또한 대부분의 아파트단지에 설치 가능하며 난방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냉방도 가능하기 때문에 그 효용성은 어떤 열원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나라 현실에 가장 잘 맞는 지열을 집중 육성해 세계 최고의 산업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롯데월드타워, 서울시청, 세종시 정부청사 등에 대규모 지열냉난방시스템이 설치돼 가동 중에 있으며 나주 한전사옥, 세종시 국무총리청사 등은 냉난방을 100% 지열이 담당하고 있다.

▲ 지열적용 대표 사례 - 한전 신사옥(좌) / 롯데월드타워(우)
향후 시행될 아파트 재개발사업에 지열이 대규모로 보급될 경우 에너지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에너지비용 절감의 혜택이 국민 대다수에게 돌아감으로써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게 된다.

지열시스템의 수명은 일반적으로 50년 이상이라고 한다.

이는 건물의 수명보다도 길다. 난방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난방시스템의 현명한 선택은 쾌적한 주거환경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의미있는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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