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강은철 기자] 중국이 전세계 냉난방·공조시장에서 공룡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본지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중국 상해 New International Exhibition Center에서 열린 ‘중국 상하이 제냉전시회(CRH 2015)’를 참관했다. 규모면에서는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ISH나 MCE에 비해 적지만 매년 새롭게 변신하고 있는 중국기업들의 면모를 확실히 볼 수 있었다.

CRH(China Refrigeration EXPO)는 지난 1987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26회째를 맞이하며 냉난방, 공조, 환기, 부품, 냉동식품처리 및 포장, 저장 등의 분야별 관련 제품이 출품되고 있다. 올해 전시회 참가기업은 1,160여개였다.

전시회를 참관했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거리가 가까워 한국 참관객들이 눈에 많이 띄였지만 실제 전시에 참가한 국내업체들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라며 “한국관 참여기업 20여개사 외에 미국 10여개, 유럽 약 20여개, 일본 몇개사 등이 참여했고 나머지는 글로벌기업 또는 중국기업들이었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Media, Haier, Gree 등 중국 3대 냉난방·공조기업들의 대규모 부스였다. 초대형 냉동기를 비롯해 히트펌프, 환기설비, 가정용 에어컨까지 다양한 제품과 기술력을 선보였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고 있었으며 중국을 넘어 전세계시장으로 영업역량을 확대하고 있었다.

칠러나 히트펌프 용량이 대형화돼 3,000RT급도 전시됐으며 성능이 많이 향상돼 COP 7.0 제품들도 눈에 띄였다. 또 다른 트렌드는 에너지절감을 위해 인버터 채용 및 VRF, VRV기술 적용제품들 출품은 기본이었으며 이제는 점차 사물인터넷(IoT)도 채용하는 단계에 접어든 제품 등도 전시돼 최근 IT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나가고 있음을 확인됐다.

전시에 출품했던 한 기업의 관계자는 “중국 로컬기업인 Midea, Gree, TICA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터보냉동기부터 10HP 미만의 소용량까지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었으며 환기, 제습, 가습 등 빌딩공조 전반의 냉난방시스템을 전시했다”라며 “가정용 에어컨의 경우 Haier, Gree, Carrier 등이 디자인면에서 특색을 갖고 전시했으며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2~3년전부터 중국이 친환경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수열, 지열원 히트펌프에 대한 보조금 지원정책이 실시돼 기업들마다 지열히트펌프에 대한 준비단계를 거쳐 올해 많은 제품들이 전시됐다”라며 “히트펌프가 발달한 것 같지만 냉방위주이며 산업용 히트펌프시장은 시작단계이나 일체형 히트펌프온수기는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 북방시장과 남방시장이 확연히 구분된다. 북방시장의 경우 지역난방, 보일러 등을 사용하는 개별난방이 활성화돼 있지만 남방시장의 경우 냉방 및 온수사용 제품이 특화돼 있어 현재 중국의 히트펌프시장은 남방시장 위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이 G2를 넘어 G1에 등극하고자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늘 매스컴을 통해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 현장을 목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라며 “이번 상해 제냉전은 G1과 G2의 정면대결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결론부터 말하면 세계 공조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미국에서 중국으로 상당부분 넘어갔다”라며 “30여년전 공조를 처음 접했던 시절 세계 공조시장을 움직이는 큰손은 Trane, Carrier, York라는 생각을 확고히 잡고 있었지만 이번 상해제냉전에서는 중국기업인 Haier, Media, Gree로 바뀌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메이저기업들의 매출이 어느새 20조원에 육박한다”라며 “중국기업의 비약적인 성장은 전폭적인 정부지원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대표 공조기업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냉동공조산업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또한 공조산업의 핵심부품인 콤프레셔와 열교환기 전문기업이 한국에 없다는 것도 우리나라 공조시장 성장에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덴마크의 댄포스나 미국의 코플랜드, 독일의 비쳐는 콤프레셔분야에서, 스웨덴의 알파라발은 전세계 열교환기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지금은 공조회사를 인수합병해 덩치를 키우는 단계에 와 있다”라며 “부품회사는 완성품회사의 만년하청을 면할 수 없는 우리나라와 같은 풍토에서 이들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탄생이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중국제품은 한국과 일본제품에 비해 외형이나 성능측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주었으나 올해 제품을 보면서 우리나라 냉동공조산업의 위기감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중국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열교환기, 칠러, 에바콘 등의 제품을 출품했다는 것은 파이오니아적인 사고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전시회를 통해 냉동공조기기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크게 부각됐지만 시스템제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라며 “우리나라 냉동공조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파이오니아적인 사고를 가지고 냉동공조기기 관련 부품산업이 활성화돼 다양한 시스템에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CRH 2015는 분명 우리나라 냉난방·공조산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다. 변화에 편승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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