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희기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투데이에너지] 정부는 2020년까지 우리나라 총 CO₂ 배출량을 2005년 수준보다 30% 저감하는 목표를 정했다. 그러나 최근에 2030년까지 배출 전망치의 37%를 감축하는 것으로 다시 발표했는데 그 중 11.3%는 해외에서 탄소 크레디트를 사들여 상쇄하고 산업부문 감축률은 12% 수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2020년 목표치의 실현이 어려운 것으로 보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 여겨지는데 이 과정에서 아쉽게도 신재생열에너지의 잠재적인 능력을 간과한 듯해 정책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2014년의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035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목표를 11%로 설정했다. 그럼에도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지지부진한 상태로서 그 비율이 3% 정도에 불과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력 생산 일변도의 현행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변화를 요한다. 즉 우리나라 최종 사용에너지의 80% 정도가 열에너지로서 위의 목표를 보다 손쉽게 이루기 위해서는 신재생열에너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

신재생 전기에너지는 화력, 원자력발전소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는 없지만 대규모화, 고성능화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장래 상당히 기대가 되는 만큼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연구비는 이 분야에 몰리고 있는 상황인데 연구의 특성상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신재생열에너지에는 태양열, 지열, 바이오 등이 있는데 위의 제도를 통해서 보급되고 있는 것은 거의 지열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땅속 심부의 고온의 열을 직접 사용하는 심부지열이 아니고 500m 이내의 천부지열로서 낮은 온도의 열을 히트펌프로 승온시키는 지열히트펌프가 주로 보급돼 왔다. 놀랍게도 이 지열히트펌프가 정부에서 의도하는 CO₂ 저감효과 및 화석연료 대체효과가 무려 10배 이상 과장됐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히트펌프에서 생산된 열출력에서 사용된 전기(1차에너지로 환산한 값)를 빼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오류이다.

히트펌프는 성능을 ‘열출력/소비동력’인 성능계수로 나타내는데 발전효율의 역수보다 크면 화석연료를 직접 연소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열을 생산할 수 있어 이득이다.

즉 우리나라의 동절기 평균 발전효율이 36.4%(1/2.75)인데 성능계수가 2.75보다 크면 기름보일러나 가스보일러보다 더 효율적이다. 이러한 히트펌프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전기가 소모되며 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화석에너지가 사용되기 때문에 열출력에서 소비전력을 1차에너지로 환산한 값을 차감한 것이 순수한 신재생에너지에 해당한다. 결국 히트펌프의 신재생에너지=소비전력×(성능계수-2.75)이 되며 성능계수가 3이라면 히트펌프 열출력의 8.3%만이 신재생에너지로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3.5는 돼야 21.4%로 비로소 신재생에너지기기라 할 수 있다. 보다 많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고효율 히트펌프를 개발하든지 열원의 온도를 높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기열원보다 지열이 유리하며 태양열이나 발전배열, 하수열원과 같은 미활용에너지를 이용하면 더욱 높은 성능계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행 법규에서 지열히트펌프만 신재생에너지기기로 인정 받고 있는 상황이 얼마나 모순인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히트펌프의 열출력을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중립적인 열공학 전문가가 배제된 상태에서, 혹은 비전문가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조항이 아닌가 의구심을 자아낸다. 조만간 시행될 예정인 RHO도 이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근거가 희박한 가중계수를 없애거나 최소한으로만 적용해야 하며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를 정확히 산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틀을 잡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추가적인 대규모 기술개발 없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열히트펌프뿐만 아니라 자연에너지를 열원으로 하는 모든 히트펌프를 신재생에너지기기로 인정해야 한다. 즉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외돼 있는 하수, 하천수, 공기 등의 자연에너지를 열원으로 이용하는 모든 히트펌프를 신재생에너지 기기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는 국제적인 추세이다. 유럽 국가 및 일본에서는 이미 공기열원 히트펌프도 신재생에너지 기기로 인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CO₂ 저감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판명된 상태이다.

신재생 전기에너지와 달리 히트펌프, 태양열, 지열 등 신재생열에너지 요소기술은 기술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으며 제도적인 보완과 지원만 뒷받침되면 획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지금의 제도에서는 지열히트펌프만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셈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히트펌프에서 얼마만큼이 신재생에너지인지 정확한 산정이 이뤄져야만 제대로 된 CO₂ 저감효과를 기할 수 있다.

CO₂ 저감의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신재생열에너지에 대한 적극적인 보급과 더불어 조속히 모든 자연에너지 열원의 히트펌프가 신재생에너지기기에 포함돼야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연료전지(MCFC, PEFC 등)나 태양전지(DSSC, OPV 등)와 같은 미래의 첨단기술이 아니고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태양열온수기, 시스템 에어컨과 같은 확보된 기술이 CO₂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이다. 야심찼던 2020년의 목표치는 충분히 도전 가능한 수준이다. 

필자 : 홍희기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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