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환경부가 육상풍력발전기의 소음문제 해결을 위해 육상풍력 지침에 민가와 일정거리 이상 떨어진 곳에 세우도록 하는 이격거리 규정 신설을 검토 중이다. 특히 환경부는 소음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풍력업계는 이격거리 제한이 도입될 경우 설치할 공간이 없어 육상풍력산업은 사실상 끝장났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협의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번 이격거리 기준 신설은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의 개정을 위한 보완작업을 진행하면서 민가, 학교 등 정온시설에 대한 소음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은 2014년 제정당시 내부지침에 따라 올해 말 일부 문제가 제기된 부분에 대한 협의와 개정을 진행하도록 명시화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이격거리 기준은 미확정이다. 이에 일부 업계에선 과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에서 제시된 ‘정온시설 500m~1.5km 미만은 주민과 협의’, ‘풍력발전기로부터 1.5km 이상 이격거리 유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환경부는 소음문제로 인한 민원문제를 막기 위한 적합한 이격거리를 선정하기 위해 원점에서부터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기관과 업계, 환경단체 등과 올해 말까지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환경정책연구원의 2011년 연구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캐나다,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등의 경우 풍력발전기와 정온시설간 이격거리 기준을 제정하진 않았지만 일정 범위 내에서의 소음레벨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의 기준은 없지만 위스콘신주와 유니온주는 2008년부터 풍력발전시설로부터 거주지역(학교나 병원 포함)에서 800m 이상 이격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위스콘신주는 기타 공공도로와 송전선 네트워크선의 경우 풍력발전기 전체 높이의 3배나 약 300m 중 큰 쪽으로 정해 거리를 두도록 하고 있다. 단 해외의 경우 국내보다 설치지역 확보범위가 넓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국내의 경우 환경부가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 수립과정에서 풍력발전기 가동시 소음피해를 감안해 정온시설과의 이격거리 기준을 포함할 것을 검토했으나 산업부 등 관련기관과 풍력업계와의 협의 과정에서 제외하고 대신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소음원 기준을 준수하도록 규정한 바 있다.

반면 이런 기준이 현지 풍속에 따라 편차가 크고 저주파소음문제까지 제기되는 풍력발전기의 소음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안됐다는 것이 환경부의 입장이다.

환경부의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는 민가 등 정온시설에 대한 소음문제 해결이 어려워 2014년 이후에도 육상풍력 단지개발 과정에서 소음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국정감사에서도 소음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강하게 요구한 상황”이라며 “이에 이격거리를 비롯해 향후 민원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이번 개정검토의 취지며 향후 협의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협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풍력업계는 국내에서 육상풍력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규제가 될 것이며 사실상 육상풍력산업은 끝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어서 원만한 협의가 진행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부분에 있다.

특히 풍력업계는 이미 그린벨트 등 정부에서 정한 환경보호지역에 대한 건설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으며 민가와 이격거리 규정까지 신설되면 사실상 국내에서 경제성 있는 육상풍력발전단지를 찾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풍력업계의 관계자는 “물론 육상풍력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도 환경부의 개정에 적극 협력해야 하는 것이 맞다”라며 “단 규정된 범위 내에 민가 단 한 채만 있더라도 정온시설 범위에 포함되는 것인데 풍향이 좋은 입지확보가 어려운 시점에서 제한이 클 경우 사실상 육상에 풍력단지를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정말 아마존과 같이 천혜자연만 갖춘 장소가 국내에 없는 현실에서 이격거리 기준이 엄격할 경우 풍력발전사업이 가능한 곳을 찾는 건 사실상 어렵다”라며 “지난해 국내에 설치된 200MW 규모의 풍력단지 조성도 지난 몇 년간 협의과정으로 늦어진 사업들이 비로소 시작되고 있는 것이며 풍력관련 제조업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환경부는 친환경에너지인 풍력발전기 확대도 중요하지만 지역주민들의 민원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향후 원만한 협의에 이르기 위한 방안마련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어느 한쪽의 입장에 치우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효율적인 방안 마련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어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의 관계자는 “풍력은 국내 신재생산업의 명운까지 걸린 예민한 부분이라는 점은 환경부가 가장 잘 인지하고 있지만 소음문제를 제기하는 민원을 무시할 수 없는 곳도 환경부기 때문에 합리적인 규정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라며 “사실 업계와 지역주민과의 원활한 합의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적어도 사전에 준비가 가능한 기준은 필요하기 때문에 업계의 사업진행에도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한 규정마련을 위한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현재 소음문제와 설치제한 문제 모두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 뿐 정해진 기준이나 수치는 아무것도 없으며 아직 관련된 모든 당사자의 의견수렴을 준비하는 단계”라며 “장담할 순 없지만 이번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면 오히려 민원문제를 사전에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협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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