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리퀴드가 한국을 유럽, 미국, 일본과 함께 수소에너지 전략지역으로 선정하고 국내 수소충전소 구축시장에 본격 뛰어들 것을 예고해 주목된다.
[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40년 이상의 수소제조기술 경험, 46개의 초대형 수소플랜트 건설·운영, 연간 140억㎥ 수소 공급, 1,850㎞ 이상 수소 파이프라인 설치·운영.

각각의 숫자도 대단하지만 이 모든 기록이 수소산업과 관련해 한 회사가 보유한 현황이라니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수소가스 기술력과 전문성은 자연스럽게 수소충전소(HRS: Hydrogen Refuelling Station) 구축기술로 옮겨갔다. 이미 전세계 75개소 수소 충전인프라 구축 경험을 보유했다. 일반 승용차량과 버스는 물론 지게차용 수소충전소를 아우른다. 나아가 용도별 구축 표준모델까지 확보하고 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80개국에 진출해 있는 산업·의료용가스 기술 및 서비스분야 글로벌기업 에어리퀴드(Air Liquide)의 얘기다. 이 기업이 국내 HRS시장 진출 채비를 마치고 움직이고 있어 주목된다.
 
■ HRS 표준모델 갖추고 맞춤 구축
에어리퀴드의 HRS 구축기술 강점은 오랜 업력과 표준모델로 대변된다. 충전인프라만이 아니라 연료인 수소가스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도 강점이다.
 
회사는 자동차를 비롯해 버스, 지게차 등 차량에 따른 전용 HRS 표준모델을 갖췄다. 일일 1㎏에서부터 최대 400㎏까지 용도와 사이즈에 따라 모델을 차별화했다. 이러한 표준모델은 SAEJ2600 등 국제표준 규격에 따라 제작된다. 최근에는 자체 충전 프로토콜을 개발 중에 있다는 설명이다.
 
▲ 에어리퀴드는 승용차, 버스, 지게차 등 차량별 전용 HRS 전용모델을 갖추고 있다. 지게차에 수소연료를 주입하고 있는 모습.
 
회사의 관계자는 “수소를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관련 HRS기술을 확보하는데 유리하다”라며 “충전하는 차량에 따라 용도별로 마련된 표준모델은 국제기준에 맞춰 제작되고 있으며 자체 규격도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다.
 
수소에 대한 이해는 생산과 공급, 저장 등 관련기술로 진화됐다. 이 회사는 HRS 구축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기술을 자체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물과 타연료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및 개질기술과 실린더, 튜브트레일러, 저장시설 등의 저장기술이 뛰어나다.
 
이러한 수소공급시스템은 국가별 관련법규에 따라 맞춤제작도 가능하다. 회사의 관계자는 “우리는 유럽(CE), 미국(UL FM), 일본(KHK·HPGSL), 한국(KGS) 등 각국의 규정에 따라 맞춤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질기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HRS 전용 250N㎥/hr 개질기는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고 50·100N㎥/hr 소형 개질기도 개발에 나서 제품생산을 앞두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HRS 맞춤기술을 활용해 패키지형 HRS 개발이 완료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가 프랑스 파리를 기반한 전기택시 스타트업 기업 ‘STEP’에 제공한 수소연료전지차(FCEV, 투싼ix35) 5대는 바로 에어리퀴드의 도심형 패키지 HRS에서 충전하고 있다.
 
STEP는 이 차량을 활용해 ‘Hype(Hydrogen Powered Electric)’로 명명된 FCEV 택시를 운행 중으로 올해까지 70대, 5년 이내 수백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 현대차가 프랑스 내 스타트업 기업 'STEP'에 수소연료전지차 5대를 제공했다. STEP사는 향후 수백대로 차량을 늘려 FCEV 택시를 운행한다는 방침이다. 에어리퀴드는 이 차량의 수소 충전시설을 담당한다.
 
■ 전 세계 75개소 HRS 구축
에어리퀴드가 구축한 HRS는 현재까지 75개소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HRS는 250여개소가 구축됐다. 3개소 중 1개소는 에어리퀴드의 손길을 거친 셈이다.
 
유럽의 경우 독일과 북유럽국가들이 HRS 구축에 적극적이다. 특히 독일은 2023년까지 전지역에 걸쳐 400개소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수소에너지 보급에 가장 의욕을 보이고 있다.
 
에어리퀴드는 2012년 독일 뒤셀도르프 소재 최초의 상업용 HRS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9개소 구축을 완료했으며 400개소 가운데 100개소 이상 구축을 목표하고 있다.
 
▲ 노르웨이 로테르담에 위치한 상업용 수소충전소에서 한 고객이 수소충전을 하고 있다. 
북유럽에서는 2014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위치한 첫 번째 상업용 HRS를 구축한 바 있으며 덴마크에서도 5개소를 건설했다.
 
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구축에 나서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과 일본이다. 에어리퀴드는 2013년 도요타통상과 ‘도요타통상에어리퀴드하이드로젠에너지’라는 조인트벤처를 일본에서 공동 설립했다. 이 회사는 일본 내 HRS 구축을 위해 탄생한 회사다. 2014년 나고야(Nagiya)의 첫 번째 상업용 HRS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2개소를 설치, 완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완성차업체인 도요타와 직접 협력해 수소충전인프라 확충에 나선다. 2014년 말 도요타는 FCV ‘미라이’ 예약판매에 돌입하며 수소차 대중화에 시동을 걸었다. 기관과 기업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도 판매를 실시해 특히 주목받은 바 있다.
 
도요타는 차량 출시를 계기로 미국 내 수소충전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갖고 에어리퀴드와 손 잡았다. 이들은 북동부 다섯 개 주(코네티컷, 메사추세츠, 뉴저지, 뉴욕, 로드 아일랜드)를 대상으로 2016년까지 12개의 HRS를 구축키로 하고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에어리퀴드의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구축된 제주도 신재생에너지센터 수소충전소를 시작으로 같은 해 5월 자동차시험연구원에 들어선 충전소 구축에도 참여했다.
 
가장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연료전지기술 산실인 용인 마북연구소 충전소 리모델링공사를 단독 수주해 최신사양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작업은 올해 1월 시험가동까지 마무리하고 구축을 완료했다.
 
■ 클린에너지 ‘수소’ 기대 높다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확대로 새로운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베누아 포티에 에어리퀴드 회장·최고경영자의 말이다. 그는 2014년 영국의 한 일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FCEV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포티에 회장은 “한국 현대차와 독일 다임러, 일본 닛산과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연료전지차를 개발해 출시를 예정하고 있어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 소비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전세계 자동차의 10% 가량이 연료전지로 동력을 얻는다면 가스업계는 연간 1,000억 유로의 매출을 올릴 것이며 이러한 수치는 현재 가스업계 전체 매출액의 두 배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라고 수소산업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 에어리퀴드 수소에너지 브랜드 ‘Blue’
 
이어서 그는 현재의 높은 차량 가격이 시장확대에 걸림돌이라고 전제한 뒤 “차량의 가격 인하는 자동차 업체들에게 달려있지만 인프라 비용을 줄이는 것은 우리 몫이다”고 말해 HRS 기술개발과 구축에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결국 수소차량이 많아지면 수소판매가 늘어 회사 성장을 견인할 것이고 이같은 환경을 좀 더 빨리 맞이하기 위한 충전인프라 구축에 에어리퀴드가 일정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지난해 말 정부의 수소차 보급계획이 발표되면서 국내에서도 HRS 구축 움직임이 강하다. 당연히 에어리퀴드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에어리퀴드그룹의 한국 내 자회사인 에어리퀴드코리아는 최근 HRS 구축과 관련된 전담팀을 구성하고 시장대응에 나서고 있다.
 
에어리퀴드코리아 HRS 전담팀의 한 관계자는 “수소 생산에서부터 저장, 공급, 충전 등 각각의 역할에 필요한 기술과 역량을 국내시장에 전파하고 HRS 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며 “해외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모델도 도입해 산업확산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그룹에서도 국내시장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FCEV 강국인 한국의 내수시장은 해외로 진출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그룹은 판단하고 있다”라며 “에어리퀴드는 그 역할의 일부라도 참여해 기여하고자 한다”고 그룹 내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에어리퀴드는 한국을 유럽, 미국, 일본과 함께 수소에너지 전략지역으로 선정해 힘을 싣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HRS 관련기술의 국산화율이 30~40%로 매우 저조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핵심기술인 개질기술, 압축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최근 린데와 에어리퀴드가 세계 최고 기술을 앞세워 국내 HRS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이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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