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수소차 보급을 위해서는 차량 충전을 위한 충전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수소충전소는 구축비용이 20~30억원에 육박한다. 이 같은 비용부담을 선행투자로 인식해 구축 결정을 하더라도 그 이후가 난감하다.

수소차 대중화가 언제 이뤄질지 판단이 서지 않으니 구축 이후 운영적자 문제가 또 괴롭힌다. 결국 민간부문의 수소충전 인프라 투자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충전인프라 구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예산 즉 돈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의지에 고스란히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국내 현실이다.
 
정부가 수소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기존 시장과 제도를 한꺼번에 흔들었다. 타연료 충전소에 수소차 충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충전소 구축비용을 줄이기 위한 패키지형 모델을 개발하고 실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패키지형을 쉽게 풀이하면 컨테이너 같은 공간에 수소제조, 압축, 저장, 충전기능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고 보면 된다. 충전소 부지가 있는 일반 충전소를 다운사이징해 공간과 이동 제약성을 극복하고 충전인프라 구축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융·복합 및 패키지형 충전소 특례기준 고시
올해 환경부 계획에 따라 구축이 예정된 수소충전소는 광주시, 울산시, 창원시 등 세 곳이다. 산업부는 환경부에 정책 협조를 청했다. 이들 충전소에 융·복합 운용이 가능토록 실증을 더하자는 것이다. 실증을 위한 독자적인 예산확보가 어려운 상항에서 나온 궁여지책이다.
 
환경부의 역할은 친환경차 보급·확산을 목적으로 충전인프라 구축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좀 더 빠른 시간 내 적은 비용으로 충전인프라를 늘릴 수 있는 산업부의 실증을 마다할 명분이 없다. 산업부 융·복합충전소 실증사업은 이같은 사연을 안고 환경부 보급정책과 한 배를 타게 됐다.
 
산업부는 최근 특례기준 제정을 행정예고하고 곧바로 관련 내용을 고시했다. 시장의 의견도 수렴하겠다는 취지지만 함께 고시함으로써 강행 의지를 보였다. 핵심은 기존 LPG·CNG 충전소 등에 수소충전 기능을 더하겠다는 것으로 이를 위한 각종 안전·기술·시설·검사기준 등을 명시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그동안 시장에서조차 혼란을 겪어왔던 ‘융합과 복합 충전소’의 개념을 정의한 것이다.
 
고시된 내용을 쉽게 풀이하면 ‘융합충전소’는 CNG·LPG·주유소 등 기존 자동차연료 충전·주유시설에 제조된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충전 기능을 더하는 것이다. ‘복합충전소’는 융합과 비슷하지만 제조식이 아닌 저장식 수소충전이 가능하고 둘 이상의 에너지원 충전기능이 동일 사업소 내 설치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더 쉽다. CNG충전소의 CNG를 개질해 수소를 제조한 후 수소충전 기능을 더하면 융합충전소다. 또 신규 수소충전소일지라도 연료전지 설비를 갖춰 전기를 생산한 후 전기차 충전기능을 더한 것도 융합충전소다.
 
복합충전소는 기존 CNG충전소에 수소저장시설을 추가로 구축하고 외부에서 수소를 공급받아 수소충전이 이뤄지는 개념으로 기존 주유소나 LPG 충전시설 등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에어리퀴드가 개발한 패키지형 수소충전소.
 
■동시 공고된 연구개발 과제도 관심 필요
산업부는 특례기준 고시와 동시에 관련된 연구개발 과제를 에기평을 통해 공고했다. 시장에 없는 기준을 특례로 만들었다는 것은 관련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연구개발을 통해 특례기준에 적용할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실증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기평은 우선 ‘수소차·전기차 융합스테이션 국산화기술 개발 및 실증’과제를 공고했다. 융합충전소의 기능이 발휘될 각종 기술개발이 과제 목표다.
 
다양한 연료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개질기술과 신재생에너지 연계기술 등의 수소발생기술은 물론 압축기, 디스펜서, 유량계, 센서 등의 핵심부품 기술을 개발하는 과제다. 또 생산된 전기를 전력계통에 연결하고 충전소 통합관리 모니터링시스템 개발 등이 포함됐다.
 
이 과제는 1단계 3년, 2단계 2년 등 총 5년 간 진행된다.
 
또 하나 주목되는 과제가 ‘패키지형 수소충전 플랫폼 모델 개발 및 실증’과제다. 보급형 저가의 수소충전소 기술개발이라는 과제 목표를 두고 4년 간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예정이다.
 
기술별 목표수준을 구체화했지만 주목되는 점은 튜브트레일러 방식의 수소충전소를 2개 이상 구축해 실증토록 한 것이다.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관련기술의 실증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분석은 당초 산업부의 계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산업부는 이 과제를 진행하기 위해 ‘기술성검토’와 ‘수용성검토’를 우선 추진한 후 실시할 방침이었다. 실증 사이트 주변의 민원제기 우려와 개발주체 간 이해상충, 조정은 물론 부처간 정책, 제도의 대응이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동시에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술개발 과제와 함께 추진되는 또 하나의 과제가 패키지형 수소충전 플랫폼 모델 개발 및 실증에 대한 ‘중대형 R&D 수용성 문제진단 및 컨설팅 연구’로 1년 간 수행되는 과제다.
 
1년 후 관련 컨설팅 결과를 받은 후 4년 기간의 기술개발 과제에 접목시키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에기평이 발주한 이들 과제는 모두 지자체 참여가 필수다. 단 패키지형 실증사업은 기술개발 단계가 아닌 수소충전소 구축 단계에 참여토록 시기를 못박았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 외국에서는 이미 융·복합충전소가 허용되고 있다. 오랜 기간 관련제도 선진화에 노력한 결과다.
 
패키지형 수소충전소 역시 개발이 완료돼 보급되고 있다. 이들 기술을 주도하는 곳은 린데(독일), 에어리퀴드(프랑스) 등 전통적인 산업용가스 제조·엔지니어링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장점은 수소가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 걸쳐 수소플랜트 및 배관 등을 건설해 수요시설에 공급해 오다보니 가스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게 됐다. 이러한 노하우를 통해 각종 안전·성능기술을 확보한 후 패키지형으로까지 기술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수소차를 비롯한 관련시장에서 뚜렷한 퍼스트무버는 아직 없다. 늦지 않았고 지금도 기회는 있다는 얘기다. 다행히 관련기술 개발과 제도선진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공감이 국내에서도 형성됐다. 정부 역시 특례기준을 제정해 고시함으로써 의지를 보인만큼 관련업계의 관심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된다.
 
▲ 린데가 구축한 수소충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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