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협동조합의 면세유 판매사업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농협의 구조조정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가운데, 그동안 적자로 허덕이던 농협의 면세유 사업 역시 구조조정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98년부터 시작된 농협의 면세가스 사업은 농협의 세(勢) 불리기 과정에서 아무런 대책없이 파생된 사업영역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농협의 면세가스 판매사업은 농어촌 노동력의 고령화와 농어민의 취사 및 난방용 연료로서 프로판가스가 보급됨으로써 가스구입에 따른 불편을 덜어주고 고가구입으로 인한 부담을 경감시켜 주기 위한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농어민이 면세가스를 구입해 정해진 용도이외에 타용도로 쓰거나, 비농어민이 가스를 구입하는 등의 폐단이 잇달아 발생해, 이에 대한 지도, 관리의 문제가 여러 차례 강조돼 왔다.

또한 한국가스판매협동조합연합회를 비롯한 각 지역가스판매조합 등에서도 농협의 면세가스 판매사업으로 인한 일반 판매업자의 피해를 수차례 지적해 왔다.

한편 지난 2월 한국주유소협회 경북지회에서는 지역 농협협동조합에서 주유소와 판매소를 동시에 경영함으로써 일반 주유소가 차등대우를 받고, 농업기계용 면세유가 타용도로 사용되고 있어 온갖 부조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내용의 투서를 최근 해양수산부에 보냈다.

경북지회는 농협 면세유 사업의 부조리를 막기 위해선 농기계 면세유 구입권을 농협에서 발급하지 말고, 지역별 농기계 실태를 실질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시, 군, 읍, 면사무소 등의 일반 행정기관이 발급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현행 농협의 면세유 공급대상은 농기계 및 내수면 어업용 선박을 신고한 농어민으로 지역 농협협동조합 및 수산업협동조합에서 면세유 구입권을 교부받아 구입할 수 있게 돼있다.

농협중앙회에서는 이에 대해 현행 조감법상 구입권 발급, 한도량 관리 등의 업무가 농협이 전담 취급토록 한다는 규정 조항을 들면서도, 면세유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선 구입권 발급, 한도량 관리 및 사후관리 업무 사이에 상호견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의 정립이 필요하다며 면세유 사업 관리의 허술함을 인정했다.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면세유 사업을 위해 일선 농협에 전담 직원을 배치해 업무를 맡고는 있으나, 사업상 수익이 없어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이 될 뿐 아니라, 능동적인 업무처리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내부적으로도 면세유 사업의 이전을 바라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같은 반응은 농협의 면세유 사업이 비료 사업과 같은 수익사업이 아닌 명목사업이기 때문에 업무에 투여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농협중앙회 유류과에는 단 1명의 직원이 전국의 1백82개 면세가스 판매소를 포함한 1천1백70개 주유소 및 판매소의 각종 민원 및 유류사업 전반에 관한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적자에 허덕이는 면세유 사업이 농어민을 위한 실질적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현행 농협이 전담토록 돼있는 규정 조항을 바꿔 시, 군, 읍, 면사무소 등의 해당 관청으로 전담 주체를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농협의 구조조정이 사업 전반에 걸쳐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면세유 사업 역시 구조조정의 변두리에 머물면 않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면세유 사업이 해당 관청으로 이관되더라도 이에 따른 인건비 및 소요경비가 대략 3백∼3백50억 가량 추가될 전망이어서 관계 당국의 적절한 지원책이 요구되고 있다.

<고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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