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원자력발전소 지진 안전 기준이 40년 전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최명길 의원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수원은 최근 기준은 무시한 채 만들어진지 40년도 더 된 지진 안전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진 안전과 관련해 월성원전 1호기는 1983년에 원전을 지을 때 적용했던 ‘1974년 판 미국 규제지침’을 아직도 따르고 있다.

이 미국 규제지침은 이미 1997년에 개정됐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반영한 국내 기준(경수로형 원전 규제기준 및 규제지침)도 2011년도에 새로 제정된 바 있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새로 만들어진 기준을 따르지 않고 40년도 더 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새로 개정된 지침에 의하면 원전은 ‘자유장에 설치된 지진계측기 값’을 기준으로 ‘원전운전 정지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에 반해 이번 경주 지진 때는 이 지침이 적용되지 않았다. 자유장에서 계측된 값을 적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기 때문에 지침이 개정됐지만 한수원은 이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규제기준을 만들어만 놨을 뿐 이를 적극적으로 적용시킬 의지 없이 모든 것을 한수원한테만 맡겨 놓았다. 지진과 관련한 안전 기준 이외에 다른 부분도 별반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원전에서 규제기준 따로 실제운영 따로 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의원실의 지적에 대해 규제당국은 국내 기준이 마련(2011년)되기 전에 건설된 원전에 대해서는 미국의 규제지침(1974년 판 미국 규제지침)이 적용되기 때문에 국내 기준을 따르도록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지만 의원실에서 직접 확인해보니 미국 규제지침도 이미 1997년도에 개정(1997년 판 미국 규제지침)이 된 상태였다.

또한 국내 기준 또한 이 기준을 준용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런데도 규제당국은 엉뚱한 해명을 했다. 개정된 미국 지침이나 이를 따라 제정된 국내 지침을 모두 무시한 채 한수원이 40년 전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도 규제당국은 별다른 조치 없이 이러한 상황을 방치해 두고 있었다.

이번 경주지진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월성 1호기는 자유장에 설치된 지진계측기가 아예 없었다.

40년 전 미국 규제지침(1974년)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주변의 다른 원전의 경우 자유장에서 계측된 값이 건물 안에서 계측된 값보다 평균적으로 40% 정도 모두 높게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한수원에서 발표한 월성 1호기의 지진계측값(0.0981g)은 자유장의 정확한 계측값보다 40% 정도 낮았을 확률이 높다.

새 기준대로 월성 1호기 자유장에 지진계측기가 설치돼 있었다면 운전정지 기준인(OBE) 0.1g 이상의 값이 측정됐을 것이고 그에 따라 ‘원전 운전 즉시 정지’와 함께 ‘백색비상 발령’ 등의 조치들이 이뤄졌을 것이다. 한수원은 건물 내 지진계측값을 기준으로 4시간을 허비한 후에야 원전 운전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는 국내 규제지침 마련 전에 건설된 원전은 미국 규제지침을 따르도록 돼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원전 운영사가 미국 규제지침을 준수하지 않아도 규제기관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 안전 규제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 것이다.

한수원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자체 규정인 비정상절차서(비정상1-26150A)를 따르도록 돼 있다.

여기에는 미국 규제지침과 한국 규제지침에 명시돼 있는 ‘자유장 지진계측값에 따른 원전운전 정지 여부 결정’ 내용이 어디에도 없다. 40년 전 내용만 적혀있을 뿐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 절차서를 사전에 검토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명길 의원은 “원전 안전 규제기준이 실제 현장에서는 반영되지 않고 있는데도 원안위는 이를 문제 삼고 있지 않다”라며 “원전 안전을 철석 같이 믿고 있는 국민들을 배신하는 행위이며 지진 관련 규제지침뿐만 아니라 전 부분에 걸쳐 원안위와 한수원이 규제지침을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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