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14년 전인 2002년에 이미 산업부가 용역결과를 토대로 전기위원회 및 관련부처 회의를 거쳐 누진제도를 3단계, 3~4배안으로 완화키로 확정했던 사실이 드러나 최근 누진제 완화 논란에서 정부가 이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정유섭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을 밝혔다.

지난 2006년 3월 한전이 내부적으로 작성한 ‘전기요금산정’ 문서에는 당시 누진단계 6단계, 누진배율 11배였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2008년 3단계, 3배로 완화하고 2009년 아예 폐지하기로 돼 있다.

뒤이어 같은 해 6월 한전이 작성한 ‘전기요금 체계개편 추진실적과 향후과제’에는 3단계 3배 완화방안이 수립된 경위가 기술돼 있다.

지난 2001년 8월부터 2002년 6월까지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전기요금체계 개편방안’이란 제목으로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주관하고 산업부와 한전이 합동 연구를 수행한 것으로 돼 있다.

정 의원이 입수한 당시 용역보고서에는 주택용 전기요금의 과도한 누진제를 3단계, 3~4배 내외로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후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산업부 전기위원회 주관으로 전기요금 체계개편 관련 공청회 2회, 주제별 토론회 4회를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2002년 8월 27일 개최된 공청회 자료에는 연구용역 결과와 동일하게 누진제를 3단계 3~4배로 완화하는 방안이 담겨져 있다.

그에 앞선 8월 22일에는 산업부 장관 및 차관, 전기위원회 위원장, 한전이 이와 관련해 실무회의를 가진 뒤 11월1일에는 산업부 차관 및 해수부, 재정경제부, 농식품부 국장 등 관련 부처 간 특별위원회를 개최했다.

이후 2002년 11월27일 산업부 전기위원회는 앞서 논의된 누진제 완화 계획을 포함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확정했다.
 
당시 확정안은 현재 확인되지 않지만 개편안 확정이후인 12월4일 산업부 전기위원회 주재 공청회 자료의 세부추진방안에도 3단계, 3~4배로 개선하기로 돼 있어 동일한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산업부가 확정한 누진제 완화방안에 따라 한전은 2004년 3월 2차 전기요금체계개편을 통해 7단계였던 누진제를 6단계, 11.1배로 완화, 2008년까지 3단계, 3배 방안을 수립했던 것임이 드러났다.

산업부가 누진제 완화방안이 확정된 사실이 있음에도 최근 누진제 개편 논의 과정에서 이 사실을 밝히지 않은 데 대해 14년이 되도록 이행하지 않은데 대한 책임 추궁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유섭 의원은 “최근의 누진제 개편방향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은 그만두고 이미 14년 전에 산업부가 스스로 확정됐던 누진제 3단계, 3~4배 완화에 대해 언제까지 도입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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