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종수 부장] 석유유통업계가 소매사업자인 주유소와 일반판매소 간 수평거래 허용 문제로 어수선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수평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주유소와 주유소 간, 일반판매소와 일반판매소 간 거래만 가능하다. 이번에 주유소와 일반판매소 간 거래도 허용해 석유판매사업자 간 가격경쟁 촉진으로 소비자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석유유통업계는 내수시장의 실질적인 경쟁 확대로 이어지지 않아 가격인하 효과가 없는 한편 가짜석유 유통이 증가할 것이고 이러한 불법행위를 단속하기 힘들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농협에 특혜를 주는 셈이어서 영세한 석유업자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의를 마치고 국무회의 상정만을 남겨두고 있어 철회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번 개정안 추진에 있어 과연 석유유통업계와 얼마나 소통을 했는지 묻고 싶다. 석유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분야 규제개혁 TF’에서 개선과제를 발굴,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몇 차례 했는데 처음엔 없었던 수평거래 의제가 갑자기 떠올랐고 업계가 강력히 반대했지만 산업부는 업계의 의견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다”라며 “공청회를 열어 보다 심도 있는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업계 일각에서는 산업부가 수평거래 추진을 강행하는 것이 농협과 관련한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씨의 압력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특히 산업부는 수평거래가 허용되면 가짜석유 유통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 거래상황에 대한 보고를 월간 단위에서 주간 단위의 전산보고 방식으로 변경하고 가짜석유 거래자에 대한 과태료를 강화해 가짜석유 유통을 방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가짜석유, 정량미달 등 불법의 형태가 고도화됨에 따라 석유관리원의 인력과 예산의 한계로 관리 감독 및 불법 단속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모든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예상되는 문제점이 있기 마련이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문제점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는 석유업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이는 또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업부가 추진하는 이번 개정안은 농협의 ‘유류판매소 유통구조 개선 방안 연구’ 용역결과를  토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가 농협뿐만 아니라 정유사, 대리점(도매), 주유소 및 일반판매소(소매) 등도 함께 참여하는 연구용역을 했더라면 현장의 목소리를 이해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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