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보겸 기자]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사고, 에어컨·공기청정기 항균필터에서 살생물질 OIT 방출, CMIT/MIT 치약 등으로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안이 커짐에 따라 지난해 11월 국무조정실과 환경부 등 관계부처가 협의해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활화학제품의 안전관리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와 개선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국회 가습기살균제 특별조사 위원회 활동과정에서 제시된 사고 재발방지 방안 등을 검토해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했다.
 
그동안 생활화학제품은 각 부처별로 소관 법령에 따라 관리대상을 정하고 허가, 신고, 안전기준 등의 방식으로 관리해 왔다.

그러나 시장의 다변화, 법적 관리대상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제품 출시 등으로 관리의 사각지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유통 중인 제품에 대한 시장감시가 미흡해 국민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품에 함유되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2015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을 제정해 물질 정보 등록, 제품 내 사용을 허가·제한·금지하는 물질 지정 등을 시행했으나 살생물질과 같이 소량(1톤/년 미만) 유통되는 경우 화학물질의 등록과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고 제품에 대한 위해성 평가와 관리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또한 생활화학제품의 안전관리와 성분정보 공개 등 소비자와의 소통에 있어서도 기업의 책임감과 역할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사각지대 차단…고위험물질, ‘사용제한’

제품의 용도와 함유물질의 특성, 부처별 전문성 등을 고려해 소관부처를 정비하고 분쟁발생 시 조정체계를 만들어 제품관리 사각지대 발생가능성을 차단해 나가기로 했다.

인체·식품에 직접 적용되는 제품(의약외품, 화장품, 위생용품 등)은 식약처, 살생물제와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제품은 환경부, 유출 가능성이 낮은 제품은 산업부가 관리하도록 원칙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그간 법적 비관리대상이었던 흑채, 제모왁스, 휴대용 산소캔 등은 식약처가, 비누방울액, 칫솔살균제 등은 환경부가 관리하게 되며 향후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은 제품안전협의회에서 소관부처를 신속히 결정하게 된다.

가습기살균제와 같이 소량으로도 인체에 위해할 수 있는 살생물제는 별도의 법령을 제정(가칭 살생물제 관리법, 2019년 1월 시행 목표)해 관리한다.

신규물질은 안전성·효능 자료를 제출해 정부의 평가·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미 유통 중인 물질은 정부에 신고 후 승인유예기간(최대 10년)을 부여받고 해당 기간 내 평가자료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살생물제품은 승인받은 살생물질만을 사용해야 하며 제품의 안전성·효능, 표시사항 등의 자료를 제출해 정부의 평가, 허가를 받은 후에 시장 출시가 가능하다.

살생물처리제품 역시 승인받은 살생물질만을 사용해야 하며 사용된 살생물질명을 표시해야한다.

승인된 살생물질과 사용가능한 제품 종류 등의 정보는 정부가 목록화해 공개한다. 발암성, 돌연변이성 등 고위험물질의 제품 내 사용 제한을 강화한다.

고위험물질의 제품 사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화평법상 허가·제한·금지물질을 72종에서 향후 유럽연합에서 발암성, 돌연변이성 등 고위험물질로 지정한 1,300여종으로 확대하고 이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필요 시 위해성평가, 사회경제성 분석 등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고위험물질 함유제품의 제조·수입자는 제품의 함유 성분·함량 등을 신고해야 하며 정부는 위해성을 평가해 필요 시 허가·제한·금지물질로 지정하게 된다.

또한 제품에 함유된 화학물질이 유출돼 건강 위해가 우려되는 경우 화학물질등록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환경부가 사업자에게 유해성·노출정보 등록을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 했다.

■제품 관리제도 이행기반 구축

제품 위해성을 평가하기 위해 필수적인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조기에 확보하고 정보 전달을 강화한다.

정부는 2019년까지 국제기구, 외국기관 등에서 공개한 기존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일제히 조사해 유해성이 높은 물질을 관리할 예정이다.

또한 제조·수입량이 1톤/년 이상인 기존화학물질(7,000여종)에 대해서는 해당 물질의 제조·수입자가 유해성 정보 등을 등록해야 하는 법정기한이 설정된다.

화학물질 등록 강화에 따른 사업자의 부담 완화를 위해 사전등록제(공동등록 지원)를 신설하고 제조·수입량이 1~10톤/년인 물질은 정부가 유해성자료를 제공하는 등 합리적 대안을 마련했다.

또한 유해화학물질은 함량·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제조·수입자가 구매자(하위 사용자)에게 물질 명칭, 유해성 정보 등을 전달키로 했다.

위반사업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 정부의 생활화학제품 관리 기능과 전문성이 보강된다.
사업자가 제품의 위해성·결함 발견시 보고가 의무화되며 과태료·과징금 등 처벌규정 강화로 반복위반이나 불량제품 유통을 근절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친환경 위장제품 처벌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부당광고의 판단과 처벌기준이 마련된다.

현재 화평법상의 위해우려제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ecolife.me.go.kr)’의 기능 개선을 통해 부처별로 운영 중인 제품정보를 연계하고 소비자 신고 기능을 신설키로 했다.

정부의 관계자는 “제품 관련 위해성 평가·관리 기능을 확대하고 제품 내 유해물질로 인한 사고예방·대응 강화를 위해 한국환경기술원 내 ‘생활화학제품 안전센터’ 운영도 확대하는 등 이행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정부·기업, 제품관리 향후 계획

생활화학제품 정보 소통과 정부·기업의 책임성이 강화된다.

위해우려제품의 전성분 제출을 의무화하고 제품 포장에 유해성 표시를 세분화(위험·경고·주의)·구체화(부식성·눈자극성 등)하도록 제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생활화학제품 제조·수입업체와 자발적 안전관리 협약을 체결해 전성분 공개, 제품성분과 소비자 피해사례 모니터링 강화, 엄격한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등이 마련된다.

자발적 협약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정부는 전성분 공개 가이드라인(공개정보의 통일성 확보)을 참여기업과 함께 제작하고 위해성 평가 컨설팅 등을 지원키로 했다.

자발적 협약에는 현재 애경산업, LG생활건강, CJ라이온, 유한크로락스, 한국피죤, 한국P&G 등 다수 기업이 참여의사를 밝혔으며 선도기업의 우수사례를 바탕으로 기업의 자발적인 제품 안전관리 문화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생산·수입제품 전반에 대한 자체 점검 후 이해가 우려되는 제품과 안전기준 미달제품은 자발적 회수하고 정부에 실적 보고를 하도록 했다.

또한 제품 생산에 사용한 원료물질을 전수조사해 관련법 준수여부와 유해물질 함유 여부를 검토하고 필요 시 원료물질로 변경한다.

기업은 제품안전 전문부서 신선·강화, 독성학·위해성평가분야 인력 보강 등 전문성 제고, 제품안전 관련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정부는 위해성 평가를 위한 표준화, 관련 교육, 전문가 컨설팅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의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대책’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부처간 협력과 이해관계자간 소통을 강화하는 등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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