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쿠츠크 PNG 도입 여부가 심상치 않다.

최근 러시아의 행보는 이르쿠츠크 PNG사업의 추진 가능성을 어둡게 하고 있다.

올해들어 러시아 가즈포름의 관계자들은 동시베리아 이르쿠츠크 가스전을 개발, 가스관을 통해 중국을 거쳐 한국에 연결키로 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는 발표를 연이어 내놓은 바 있다.

물론 가즈포름은 이르쿠츠크 PNG사업과 관련 어떠한 지분도 참여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가즈포름의 이러한 발표 이면에는 러시아의 최대 가스회사로 정치적 영향력이 높다는 점과 러시아 정부의 전략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가즈포름이 BP와 러시아의 합작회사인 BPTNK가 보유하고 있는 이르쿠츠크의 사업 운영지분 약 60%의 절반 수준을 프리미엄이 거의 없는 수준 가격으로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과 이에 대해 BPTNK가 협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수 있다.

이는 가즈포름이 이르크추크의 운영권을 확보함으로써 실제적인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지며, 러시아의 새로운 자원전략인 ‘에너지전략 2020’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가즈포름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BPTNK는 올해 6~7월경까지 협의를 완료한다는 입장을 이미 중국과 한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협상과정에서 BP측과 가즈포름측이 이르쿠츠크 사업이외 타사업분야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협상안을 이끌어 낼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즈포름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협상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이르쿠츠크 PNG사업은 러시아의 정책적 지원으로부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한 · 중 · 러 3개국의 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르쿠츠크 실무자 회의는 주목해야할 몇가지 점을 시사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LOI(구매의향서)안, 가격범위, 파이낸싱, 정부간 협정서(안) 등에 대한 의견이 교환됐다. 특히 BTC 프로젝트와 관련해 체결된 3개국 협정안의 구조와 주요내용이 소개한데 이어 한 · 중 · 러 3개국간 정부 협정서안에 대해 검토됐으며 차기 회의는 5월 중순경 서울에서 개최키로 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이 러시아측에 요구하고 있는 석탄가격 수준의 PNG공급 등 이르쿠츠크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격분야에서는 기존의 입장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3개국은 타당성조사를 통해 이르쿠츠크~심양~대련~서해해저~평택 노선과 이르쿠츠크~심양~단동~북한~평택 노선을 검토한 바 있다. 또 2008년 중국과 한국에 공급개시 한후 매년 물량을 증대해 2013년부터 한국에는 700만톤의 가스를 공급할 계획을 밝힌바 있다. 가격협상에서도 우리나라는 중 · 러 국경인 만주리에서 중국과 동일한 가격으로 PNG를 도입키로 합의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러시아에서 중국에 공급하는 가스가격에 심한 이견을 보이고 있어 러시아의 가즈포름이 운영권 지분을 요구하는 심각한 변수와 함께 이르쿠츠크 PNG의 성사 여부를 불투명한 상황으로 몰고 있다.

더구나 최근 LNG와의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어 이르쿠츠크 PNG의 국내 공급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실제로 이르쿠츠크 관련 한 · 중 · 러 3개국 회의는 사업의 추진을 전제로 계속되고 있지만 사업의 성사여부는 러시아 가즈포름과 BPTNK의 협상 여부, 중국의 가스공급가격 수준 등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진행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더욱 곤혹스럽다. 실무적인 협상을 통해 우리나라의 요구사항을 강력하게 주장해 보기도 전에 속수무책으로 프로젝트의 성사 여부가 어려워질수도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당장 장기 LNG 수급계획에의 반영여부도 고민거리다.

현재로서는 이르쿠츠크 PNG사업이 성사된다는 전제하에 6월말까지 정부협정서안을 포함한 실무협상을 계속 추진할 수 밖에 도리가 없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속에서 그나마 BPTNK가 시티은행을 한시적이지만 금융자문사로 선정했다는 소식은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아직은 사그라들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이르쿠츠크 주내의 내수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BPTNK와 이르쿠츠크 주정부가 E.Siberia Gas를 설립했다는 점도 사업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